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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마시리토 최강만화술
토리시마 카즈히코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5년 8월
평점 :
드래곤볼의 만화가로 유명한 토리야마 아키라를 신인 시절부터 재능을 알아보고 꽃피우게 한 편집자 토리시마 카즈히코.
(점프) 편집자의 시선으로 제작된 최강 (점프 배틀) 만화를 만드는 이야기.
대체로 작법서는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불쏘시개. 다른 하나는 귀담아 들을 만한 내용이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완전하지 않은 책.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볼만한 내용이 조금 있긴 하지만 좋은 작법서로 보기에는 매우 불완전하다. 하지만 그렇긴 해도 괜찮다. 애초에 내가 이 책을 산 이유는 완전 완벽한 작법서를 기대하고 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 만화 작법서는 만화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제작하는 편이고, 만화 작법서라고는 하지만 기껏해야 사람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도구는 뭘 쓰는지 그리고 싶은 내용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정도가 한계다.
그도 그럴것이 만화가로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그리는 작업일 수 밖에 없기에 그리는 이야기에 치중 될 수 밖에 없는데, 문제는 그저 그리기만 해서는 팔리는 만화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재미있는 만화를 그리는 방법을 알아야 본격적으로 데뷔를 할 수 있을텐데 어떻게 해야 재미있는 만화를 그릴 수 있는가를 스스로도 모르는 만화가가 부지기수고 혹은 알아도 공개하고 싶어하지 않는 티가 여력하게 드러난다. 아라키 히로히코의 만화술이 독특하게 정보를 다 드러내는 편이지 그 외의 작법서들은 작법론으로서 구성조차 제대로 된 것이 거의 없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이 나왔고 만화가가 아닌 편집자의 시선에서 팔리는 만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에 구매하긴 했는데 솔직히 이 부분도 그리 크게 만족스럽지는 않다.
저자인 토리시마가 편집자이지 만화가가 아닌터라 그리는 이야기는 만화가가 낸 작법서에 비하면 거의 없는 편이다. 주로 편집자-독자의 시선에서 만화를 읽는 기준으로 컷 배치나 캐릭터,이야기,세계관,대사 등과 같은 것을 어떻게 하면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개인적으로 컷 배치에 대한 이야기는 꽤 괜찮다고 생각이 들지만 그렇긴 해도 엄청나게 좋거나 분량이 많은건 아니어서 이것만으로는 추천하긴 어렵다.
만화 작법 이야기는 28페이지부터 97페이지까지 책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의 분량 밖에 없다. 작법에 관한 이야기도 어디까지나 점프의 왕도 배틀 만화를 기준으로 편집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이야기라 점프에서 연재 할 생각이 없고, 왕도 배틀 만화를 그릴 생각이 아니라면 상당 부분은 별 쓸모없는 내용이다. 특히 단편을 먼저 보이고 반응이 좋으면 연재를 하고, 반응이 나쁘면 3회 안에 개선책을 내서 그래도 인기가 없으면 10회 안에 짤린다던지 하는 소년 점프의 시스템에 매달리는 구조상 일반적으로 만화를 그리고 싶어서 배우려 하는 내용과는 동떨어져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어디까지나 소년 점프 등단을 목적으로 왕도 배틀 만화를 그리려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럼 그 외의 나머지 내용은?
소년 점프 출판사를 기준으로 작가에게 돌아가는 인세, 편집자의 업무, 출판사에 원고를 내기 위한 방문 방법, 소년 점프의 편집부 시스템, 만화 비지니스 구조, 편집자 토리시마가 담당한 드래곤볼의 토리야마, 전영소녀의 카츠라, 다이의 대모험의 이나다와의 인터뷰 내용 등 편집자가 출판사에 몸 담았던 내용이 그 외의 부분을 차지한다.
일단 내가 보고 싶었던 것은 편집자의 시선으로 좋은 만화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알고 싶었던거라 그리 많은 내용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볼만 했고, 출판사와 편집부의 이야기는 100% 만족스러운건 아니지만 나름 괜찮았다. '중쇄를 찍자'의 내용과 비교 해 가면서 보면 좀 더 이해하기 좋거나 깊게 알아갈수도 있었고 말이다.
그러나 작법서로서 이게 2만원 가량 하는 가치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다.
아마 책값의 상당 부분을 차지 할 거라 생각하는 책의 크기와 작법 내용 파트의 요란한 빨강과 파랑 컬러 사용이 원인이지 않을까 싶고, 그 작법 파트도 페이지 레이아웃이 잡지 마냥 요란하고 난잡해서 내용을 전달함에 있어 눈이 불편하게 만든다.
작법론으로서도 캐릭터나 전개같은 부분이 왕도 배틀 만화에 국한된다는 점이 큰 도움은 되지 않는데, 특히나 인기 없으면 짤리는 소년 점프의 구조상 인기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이 모든 만화에 적용 할 내용은 아니어서 오히려 작법으로서는 그릴 작품의 한계를 정하고 범위가 좁아지기에 그리 추천하긴 어렵다.
인기 없으면 금방 밀려난다는 점은 오히려 웹소설과 비슷한가? 싶어 웹소설을 떠올려 보니 양산형 웹소설들이 주로 점프 배틀 만화처럼 지속적인 상향 구조를 띄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내용을 더 깊게 파고 들지는 않는터라 좀 부족한 점이 있다. 소년 왕도 배틀 만화의 작법론으로서는 아라키 히로히코의 만화술이 좀 더 자세하게 다루는 편이다.
일본 만화 특히 소년 점프의 시스템에 관심이 있거나 드래곤볼을 어떻게 어떤 식으로 만들어 냈는지 궁금하다면 괜찮지만, 그 외에는 작법서로서는 매우 부족한 책.
개인적으로 만화 출판사의 시스템 이야기가 흥미로워서 별 한개 더 올린 것 뿐이라, 개인적 호불호를 제외하면 별 다섯개 기준 두개나 세개 정도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