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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트] 효게모노 (총25권/완결)
야마다 요시히로 / 문학동네 / 2026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일본의 전국시대에서 오다 노부나가를 섬긴 무사 후루타 사스케. 난세에서 무인으로서 입지를 쌓아 올리고 싶은 마음과 희대의 명물을 가지고 싶다는 소유욕이 충돌하며, 마음에 드는 물건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는 한 남자의 이야기.
일본의 전국시대에서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시대를 살아간 무장 후루타 사스케, 이후 개명하여 후루타 오리베가 되는 인물을 중심으로 그가 살았던 시대의 명물인 도예,회화,건축 양식,다도들과 역사의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역사 이야기 속에 물건에 집착하는 주인공의 기행을 섞음으로서 유머러스하고 개성있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는 시대가 다르다 보니, 어째서 저런 그릇 하나에 성 하나를 세울 만한 가치가 있는걸까 라는 의문도 들지만, 그만큼 그 시대의 사람들이 내세우는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도 절실하게 느낄수가 있게 해준다. 지금도 여전히 이름난 도예가가 만드는 물건은 희소성과 함께 비싼 가치를 지니긴 하지만,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이 전국시대 만큼 열정적인 느낌은 없긴 하다. 물론 현대에도 일본식 호칭으로 굿즈라는 이름의 팬덤을 노린 별 쓸모는 없는데 팬에겐 매력적인 물품들이나 저렴하고 감각적이며 팬시한 물건들이 다이소에서 인기를 누리며 팔리기도 하니 아예 이해를 못 할건 아니지만 말이다. 가격과 형태만 다를 뿐 물건에 집착하고 장식하여 마음을 채우는건 과거나 지금이나 비슷하긴 하다.
작화는 인물의 표정을 특징적으로 잘 묘사하며, 건물, 생활 양식, 의상, 명물 역시 공들여 묘사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실제 물건을 보는 느낌에는 미치지 못 한다. 시대가 좋아져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관련된 사진을 볼 수 있어 관심이 있다면 어떤 물건인지 확인하기 쉬워졌는데, 사진을 본다면 실망스러울 정도로 느낌이 와 닿지 않는 점은 아쉽다.
이야기는 노부나가,히데요시,이에야스를 거치면서 전국 시대의 권력 구도와 반란, 전쟁, 그 사이에 변화하는 취향과 문화를 보여주며, 동시에 주인공이 명물을 아끼는 마음이 어떻게 살아가는 방향에 영향을 주는지도 보여준다.
주인공은 다도 스승인 리큐의 철학인 간소함과는 달리, 히데요시로부터 넘겨 받아 즐기는 락을 기초로 독자적인 미의식을 섞어 익살이라 번역된 효게를 합친 물건(모노), 효게모노를 널리 퍼트리려 한다.
익살과 재미를 다도의 가치로 내세우는 만큼 주인공은 긴장을 일소일소, 가벼운 웃음을 통해 화합을 이루는 걸 추구한다. 하지만 시대가 전란의 전국시대인 만큼 권력자의 상태와 힘의 집중, 전쟁 및 반란 등으로 인해 긴장이 팽팽해지며 후루타가 내세우는 가치가 이에야스의 시대에서 전면 부정 당한다.
만화에서 가장 지루하고 늘어지고 볼 만한 내용이 적은 것도 이 이에야스의 시대 부분인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서 점수를 깎고 싶을 정도로 전반,중반부의 재미가 다 날아가고 눈치싸움으로 변질되어 버리고 만다.
일본 역사를 다룬 이야기라 일본 역사에 관심이 없다면 크게 재미를 느끼긴 어렵다. 주인공 후루타가 활약하는 부분은 그럭저럭 역사를 모르거나 관심 없어도 흐름으로 보는 재미는 있지만, 최전선에서 물러나 효게모노를 이루는데 집중하는 시점에 들어가면, 일본식 명칭들이 끝도 없이 나오고, 인물의 호칭이 혼잡스럽고 역사를 다루는데 집중하기에 점점 보는 재미가 떨어지고 이해력을 높게 필요로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제목인 효게모노에 들어서면서 재미가 떨어진다. 각 화의 제목을 노래 제목으로 패러디하지만, 상당수가 일본 노래라서 일본 노래에 관심이 없다면 별로 재미있진 않을 것이다. 일본에 관심이 있거나 지식이 없다면 즐기기 어려운 만화다.
가격이 많이 비싼 것도 부담되는 부분인데, 몇몇 신생 출판사들이 택도 없는 이상한 가격을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이 만화는 일본쪽 가격과 비교해도 큰 차이는 없는 편이다. 아마존 킨들이나 일본쪽 e북판이 792엔으로 지금 환율로는 7380원 정도인데, 정발된 이 책의 각 권 가격이 7000원이니까 오히려 싼 축에 속한다.
몇몇 부분에서 오타나 알 수 없는 화이트 칠이 있는 점은 좀 아쉬운데, 코니시를 코시니로 오타낸 것 외에는 중요한 부분은 없어 크게 거슬리진 않는다.
임진왜란 부분이 들어가지만 조선쪽 이야기는 도공의 유출 말고는 깊게 다루지 않아 이순신 장군 부분은 짧게 나오는 정도라 왜적이 소탕되는 부분은 자세히 나오지 않기에 그 부분을 기대한다면 별로 만족스럽진 않을 것이다.
찾아보니 역사적 고증의 오류가 있다고 하니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는게 좋고, 고증 문제 외에 작가의 캐릭터 재해석이나 사건의 변형도 마구마구 들어간 부분이 있어 그저 만화로서 가볍게 즐기는 정도가 좋다.
과거에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어 e북 완결까지 올라와 세트 할인을 해서 구매했고 나름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사람 취향을 좀 많이 타는 만화란건 분명하다. 추천하긴 좀 까다로운데 한때 물건에 집착한 적이 있거나 지금도 그런 물건이 있다면 공감하는 재미로 보기는 괜찮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