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세트] 여자공병 (총7권/완결)
마츠모토 지로 / 문학동네 / 2026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미래의 초지능 컴퓨터 예원자의 연산력으로 유지되는 다른 차원인 이차원의 세계에서 독립을 주장한 집단과의 전쟁 속에서 종래의 병기가 통하지 않는 신병기 여자 공병이라 불리는 로봇 병기가 투입된다. 그러나 이 여자 공병이란 병기는 탑승자의 정신을 오염시켜 자신이 여자라고 인식하게 만들며 폭주하게 만든다.

주인공 타키가와는 폭주한 여자 공병을 제거하는 특수 부대의 여자 공병 파일럿으로 과거의 비밀을 안고 원흉인 츠키코를 제거하기 위한 임무에 투입된다.


7권 뒷부분 인터뷰에서 작가가 영향을 받은 작품이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에서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나, 작가인 마츠모토 지로가 여고생이 등장하는 액션물을 그린 적이 있어 그쪽 취향을 보다 강하게 반영하지 않았나 싶다.


만화의 내용은 전쟁에서 일회용으로 이용당해 버려지는 병사들이 여자 공병이란 병기 속에서 인간성이 변질되어 가는 모습을 그린다. 그러나 병사 한명 한명을 자세히 묘사하지는 않아, 파일럿의 모습보다 여자 공병에 탄 여고생의 모습으로 정신 오염이 진행 된 상태에서 보여주기에 각각의 인간 군상을 제대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지구가 오염 되어 인류가 이주한 공간인 이차원은 말 그대로 별개의 다른 차원일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픽션의 2차원일수도 있다. 6권에서 메타픽션적인 발언을 퍼부으며 모자이크나 블러를 할 필요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이차원의 차원물리학이 절대로 들어 올릴 수 없는 돌을 만들고 그것을 들어 올리는 행위를 하는 것이란 모순된 이야기를 함으로서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는 세계란걸 나타낸다.

여자 공병이란 병기를 이용한 전쟁을 그리지만 진지한 전쟁물이나 전쟁의 상처를 그리는 것으론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게 보기엔 몇가지 부족한 부분과 치우쳐진 표현들이 많다.

병사 개개인을 조명하지 않고, ptsd를 제대로 묘사하지 않기에 전쟁의 상처나 병사의 모습을 제대로 그려내질 못 한다. 전쟁의 원인, 병사가 전쟁을 받아들이는 단계의 묘사도 없고, 여자 공병에 탄 병사들이 처음부터 병사인게 아닌 전부 범죄를 저질러 끌려왔다는 것 외에는 알려주는 정보도 없다. 여자 공병에 탄 파일럿은 정신오염이 된 모습 위주로만 표현되고 자발적으로 공병에서 내릴 생각도 안 하며, 공병과의 연결이 끊어진 병사는 현실로 돌아온 것을 받아들이지 못 해 자결한다던지 식으로 가볍게 정리한다.

Ptsd를 지닌 병사와의 연관점을 부여하기 위해, 공병에 타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돌이킬수 없는 실수로 사람을 죽인 죄를 지었다는 설정을 부여하지만, 실상 이들을 가지고 그려내는 모습은 군인보다는 오타쿠에 가깝다.

현실에서 기분 나쁘다고 가게 출입을 거절 당하거나 여자가 상대 해 주지 않는다거나, 여자 공병에 탑승하여 현실을 부정하고 나오려 하지 않고 여자 놀이에 심취한 모습도 오타쿠에 가깝다.

츠키코가 차원 물리학을 사용 할 수 있기에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스스로 고립된 것처럼, 차원 물리학을 사용 할 수 있다면 여자 공병은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거란 이야기 역시 히키코모리와 관련성이 깊은 오타쿠 특성과 닮아 있다.

전쟁을 하고는 있지만 상대는 지구의 지배로부터 독립을 주장하는 것 뿐이라 전쟁의 명확한 이유를 알기기 힘들다. 애초에 이세계 자체가 예원자 컴퓨터가 만들어낸 가상의 현실이라 컴퓨터가 원하거나 조작자가 명령을 내린다면 현실을 비틀어 소거 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굳이 이유모를 전쟁을 지속하는 것으로 상당히 편의주의적인 설정 놀음을 하고 있을 뿐 진지한 전쟁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예원자가 만든 여자 공병이란 로봇이 진짜 여성처럼 생리를 하는 것 역시 그 이유나 필요성을 설명하지 못 하는 점이나, 왜 탑승기와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남성만 탑승하는지 등 제대로 설명을 하는 구석이 없이 불필요한 요소만 넘쳐난다. 예원자가 만든 이세계라는 것은 그저 그렇게 되었을 뿐이고 예원자가 하는 일은 인류가 이해하지 못 한다 라는 식으로 자세한 설명을 피하고 있기에 예원자가 관련된 것들은 전부 논리적인 기반을 갖추지 못 한다.

주인공은 예원자에게 선택되어져 괴로운 과거를 강요받은 반면 그는 예원자 자체에는 거슬린다 라는 것 외에는 별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여자 공병의 정신 오염에도 전혀 굴하는 법이 없는데, 특이한 점이라면 그가 예원자를 절대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류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예원자에게 떠넘기고 모든 선택을 맡긴 반면 주인공은 예원자가 선택하지 않은 길을 나아간다. 거기에는 자유 의지라는 단어로 설명하려 하지만, 그 역시 츠키코라는 ai에 의존하고 있기에 불완전한 자유의지에 불과한 실패한 서사다. 의존할 수 있는 대상을 예원자에서 츠키코로 바꾼 것 뿐이다. 이것을 자유의지라 포장하기에는 고찰이 부족하다.


자극적이고 독특한 맛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작가 개인을 만족시키기 위한 이야기일 뿐,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다듬은 형태와는 거리가 멀다. 피와 살점이 낭자하고 쾌락만을 위한 노출과 섹스 장면이 가득하지만 그것이 별 의미나 내용을 담지는 못 한다.

편의주의적 설정이 너무 많아 논리적으로 설명 할 수 없는 구멍투성이에 독자에게 불친절한 설명 및 구성과 기반이 약한 캐릭터와 개연성 등 그리 좋은 작품은 아니다. 모호하게 그려 놓으면 의미를 부여하고 확대해석을 하기 쉽지만 반대로 그 모호함이 탄탄한 기반 위에 올려진게 아니라면 다 같이 무너질 뿐이다.


전쟁물이나 sf나 인간에 대한 고찰이나 그리 좋은 퀄리티를 보이지 못 하는 점이 아쉬운데, 예원자라는 ai에게 종속된 인류의 표현을 좀 더 제대로 끌어냈다면 현재의 ai가 발전하는 현상에 빗대어 흥미롭게 볼 수 있었겠으나, 워낙 비현실적인 구성에 편의주의적으로 죄다 떠넘겨 버려서 무게감이 없는게 문제다. 반쪽 짜리는 커녕 4분의 1쪽 짜리도 되기 힘들다.

자극적이고 독특한 것은 일견 새로운 가치와 유니크함을 지닌 듯 한 착각을 주지만, 해체하고 음미한 뒤 남는게 없다면 사실 별 내용이 없는 것과 같다.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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