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고화질세트] 양치기 소년은 오늘도 거짓말을 되풀이한다 (총5권/완결)
namo (저자) / 서울미디어코믹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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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눈매로 인해 사람들이 시선을 피하는 것이 컴플렉스인 남주인공 이츠키 케이타로, 그런 자신을 토쿠지라 아오이란 여학생이 유일하게 똑바로 바라봐 주었다고 착각하여 고백하지만 단칼에 차이고 만다. 차인 충격으로 정신줄을 놓고 있던 와중 형(?)에게 여장 당해 버리고 집으로 돌아가다 시비에 휘말린 아오이를 구해주면서 가까워지고, 여자로 위장하여 아오이의 남성 공포증을 고치는 것을 돕게 되는 이야기.



현재 '쿠프룸의 신부'를 연재 중인 나모의 이전 작품이다.

쿠프룸의 신부가 현재 조금 미묘한 느낌이 있어 작가가 앞으로 대체 이야기를 어떻게 소화 해 낼까 싶어 역량을 알아보기 위해 구매했는데, 여러모로 좀 실망이다.


일단 작가가 여성 캐릭터는 매우 잘 그린다. 귀여운 여성 캐릭터의 매력을 전달하는데는 실력이 있어서 좋긴 한데, 문제는 그로 인해 남성 캐릭터가 여성 캐릭터로 여장을 하면서 생기는 차이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질 못 해서, 위화감이 매우 심하다.


남자 캐릭터를 여장하여 표현 할 때 캐릭터의 속성이나 느낌 그 일부를 넘겨 받아 원형의 느낌을 어느 정도 살려줘야 좀 여장을 하더라도 그럴싸한데 이 만화에서 여장이란 본판이 날아가고 그저 귀엽기만 한 완전 딴 캐릭터가 되는 식이라서 설득력이 전혀 없다.

캐릭터가 완전히 달라지는 점은 설득력이 없는 문제만 있는게 아니라, 둘 사이의 관계가 가까워져도 그것이 본판의 흔적조차 없는 캐릭터로 가까워지는 것 때문에, 이 둘은 별개의 캐릭터로 느껴지며, 여장이란 기만 행각을 통한 배덕감이나 죄책감, 타인의 시선을 받으며 피어나는 자극을 공유하는 느낌이 없고,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을 하지 못 한다.

게다가 여장 상태의 캐릭터는 그저 단순히 지나치게 귀엽기만 할 따름이라 차라리 정말로 별개의 캐릭터였다면 더 나았을텐데 싶을 정도로 이 둘을 하나로 보기 힘들게 만든다


여장만 설득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여주인공인 토쿠지라 아오이의 남성공포증을 가장한 남성혐오증도 설득력이 없는데, 남자를 기피하는 정도가 매우 심하다 보니, 이런 캐릭터가 대체 왜 남녀공학을 다니는지 납득이 가는 부분이 없고, 본인 말로는 남성 공포증을 고치고 싶다고는 하지만 그 어디에도 꾸준하게 제대로 된 시도와 도전, 노력의 흔적 조차 없이 여장한 주인공을 만나고 즉발된 형태의 흐름에 불과하여 이 또한 설득력이 매우 떨어진다.


설정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과 함께 문제가 되는 점은


그래서 뭘 하자는 건지 알 수 없는 흐름이다.


아오이의 남성 공포증을 고치기 위한 과정들을 이어 나가지만, 딱히 의미가 있거나 결정적이거나 특별한 관계나 상황을 만드는 이야기는 없다. 여주인공인 아오이는 정적이고 소극적이지만 남자에 대해서는 폭력적으로 돌변하고 감정을 제대로 표현이나 전달하지 못 하는 등 이야기 내에서 남성 공포증은 변화가 있어도 캐릭터가 성장은 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정적인 상황을 유지하는 와중 마찬가지로 남주인공 이츠키 역시 아오이의 연습에 끌려 다닐 뿐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리드하는 것이 없기에 이 둘의 관계는 남주인공 측에서도 여주인공 측에서도 유의미한 변화가 없다.


이런 와중에 등장한 쿠라시키 보탄의 캐릭터성이 적극적, 능동적이며 유의미하게 이츠키의 본질을 이해하고 봐주는 관계로 다가가기에 보탄이 이 만화의 멱살을 끌고 캐리 할 때 까지 이 만화는 그냥 아무런 이야기도 없는 상태를 유지만 할 뿐이었기에, 결국 흐름은 보탄에게 넘어가 버리고 만다.

그런데 이야기의 주도권이 아오이에게서 보탄에게 넘어가는 과정 속 일말의 아쉬움조차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 만화의 이야기를 끈으로 비유 했을 때, 아오이란 캐릭터가 이 끈을 쥐고 있던게 아니라 그저 손바닥 위에 올려 놓았을 뿐 누가 가져가도 상관 없는 형태였기에 결국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 라는 것이다.

여장한 이츠키에게 누군가가 대시하거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더 가까워져도 질투나 분노 같은 감정을 적절히 드러내며 집착이나 소유욕을 보이는 것은 고사하고 그 감정을 제대로 직면하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기에 이 여주인공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모두 무게감을 잃고 만다.


또한 거짓된 관계라는 점에서 이츠키가 가진 죄책감만이 아닌, 여장을 했을 때의 이질감, 정체가 드러나는 것에 대한 공포, 배덕감, 타인의 시선을 받아야 하는 느낌, 여장을 하는 수고와 노력을 이해하여, 아오이가 가진 남성혐오증의 원인인 거짓말을 여러 각도로 바라보며 풀어 나가는 묘사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역지사지로서 이츠키가 여장하는 과정을 아오이가 지켜보면서 이 사람이 이렇게 바뀌었구나를 이해하고, 아오이도 남장을 함으로서 서로 어떤 마음이었을지를 이해 해 보는 과정을 넣는다거나 할 수도 있었을텐데, 이 아오이란 캐릭터와 관련된 이야기는 꾸준히 무미건조하게 소비 될 뿐이라


작가가 보탄과 같은 특정 캐릭터의 형태 외에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딸리는 것이 심하다.


쿠프룸의 신부에서 우려스러웠던 점은 작가가 추기동기와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섞질 못 한다는 점이었는데, 이 양치기 소년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애초에 그게 가능한 상태가 아니었구나 라는 것 뿐이다. 쿠프룸의 신부도 결국 여주인공이 혼자 캐리하는 것은 마찬가지인지라 이 만화와 별 다를 것이 없었다.


작화 덕분에 여캐릭터를 보는 맛은 있는데 그 중 일부가 여장한 남자 캐릭터라 좀 미묘하고, 보탄이란 캐릭터가 나와서 이야기를 끌고 가기 전까지는 재미가 없고, 보탄이 나온 이후도 크게 나아졌다고는 보기 어려워 그저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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