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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세트] 이세계에서의 기업 진출?! (총3권/완결)
나나시 나나미 (원작), 우야마 하지메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 / 2023년 7월
평점 :
블랙기업에서 고생을 알아주지 않는 것에 분노해 회사를 때려치고 백수가 된 다나카 지로. 우편함에 쌓여 있던 전단 중 던전 테스터 모집이라는 해괴한 구인 모집에 이끌려 입사하게 된 마왕군의 회사.
용사가 클리어 할 수 없는 던전을 목표로 던전을 강화하는 던전 테스터의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유행하는 블랙기업 탈출과 이세계물을 섞은 내용으로 블랙기업의 문제점이나 이세계에서 멋대로 소환 하여 용사로 부려먹는 점 등을 꼬집어 마왕군의 회사를 이용하여 지적하는 듯 하지만 여러모로 많이 어설프며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
일단 이 책이 3권내로 빠른 종료가 된 원인은 일본 위키에 따르면 작화가의 컨디션 불량으로 인한 연재 종료로 나와 있다.
하지만 해당 만화가가 연재 종료 한 시점이 2020년인데 2025년인 지금까지도 연재 재개는 커녕 아무런 소식이 없는 것은 그냥 손을 놔 버린거라 보면 된다. 거창하게 1부 끝이라고 했지만 보통 소설판 1권이 만화로 3~4권 분량인걸 생각하면 꼴랑 소설책 한권 분량 맛보기 용으로 내놓은게 전부다.
일본 위키 적힌 소설가가 되자 사이트에 연재한 엄청난 분량의 에피소드에 비해 라이트노벨로 서적화 된 책이 꼴랑 3권 밖에 되질 않아 그리 인기도 돈도 되질 않는다 판단하여 빠르게 접은 듯 하다.
원작의 서적화야 그렇다 쳐도 이 만화판은 좀 작화가랑 출판사에게 화를 내지 않을수가 없다.
일단 작화가의 만화 스킬이 매우 낮아 설령 경험 삼아서라도 시켜 볼 정도의 레벨은 아니었다.
겉보기엔 작화가 그럴싸 해 보일지 몰라도 컷 낭비가 심하고 톤이나 이펙트 사용이 단조로운데다 선 정리를 안 해서깔끔하지도 않은데다, 공간감이나 액션도 뭔가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역동적인 느낌이 없이 동작을 따로 따로 떼어 놓고 그린 듯 일러스트에나 쓸 법한 그림을 그리기에 만화가로서는 역량이 매우 부족하다.
몇몇 부분이야 작화가의 스킬 부족이다 쳐도 선 정리는 최소 어시스턴트라도 있으면 해결 될 일인데 어시도 안 붙여 줬나 싶어 일본쪽 출판사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이딴 식으로 물건 팔 생각을 하나 싶어 좀 어처구니가 없다.
블랙 기업을 꼬집는 내용이지만 정작 이 책을 내놓을 회사들이 블랙인 이상 코미디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
아무튼 작화가의 능력 미달은 그렇다 쳐도 작중 소설의 내용을 옮겨 담은 부분들도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다.
설정상 원래 하나의 종족인 이스알이 분쟁으로 멸망할 위기에 달의 신이 이스알 민족을 빛과 어둠으로 나누어 어둠에 해당하는 마왕군을 다른 세계로 옮겨 구해냈고, 두 세계를 잇는 연락 통로가 던전이며, 마왕군이 일어날 때 마다 현대인을 불러 용사로 칭하며 던전으로 향하여 마왕 토벌을 시키고 있어, 이에 마왕군 역시 현대인을 이용하여 던전을 강화하고 같은 세계의 사람인 현대인으로 용사의 진격을 막아 보자 라는 것이 내용이다.
....언뜻 보면 그럴싸 한데
.......정말 언뜻 보면 그럴싸 한데
이게 좀 여러모로 엉성하고 말이 안 되는 것들이 많아, 뇌를 비우고 보는게 아닌 이상 심하게 걸리는 요소들이 많다.
일단 설명의 부재가 심하다.
작중 던전은 본래 화친을 위한 연결 통로라고 해 놓고 실제로는 마왕군이 주둔하여 용사를 막아내는 거점으로 쓰고 있는데, 이 던전이란 것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변형이 가능한지, 던전내 몬스터 생성 및 배치는 어떻게 조절 할 수 있는지, 던전과 관련해서 뭘 할 수 있는지 일절 설명하는게 없다.
마치 되는대로 연재 중에 생각날 때 마다 설정을 집어넣는 수준으로 초반에 설명 되는 것 하나 없이 중간중간 설정이 들어가 던전내 마력량의 한계가 있고 마물의 수나 개체의 등급 및 지능과 무기 소지 여부를 조절 하는 등의 내용이 들어가도 이 역시 제대로 된 설명이 없이 그냥 그런거다 식으로 넘어가기에 설정을 제대로 풀어내질 않는다.
애초에 던전이 화친을 위한 연결 통로라고는 하지만, 그럴 의도가 없다고 치고 오로지 용사를 막는 목적이라면 굳이 테스터가 필요 없이 얼토당토 않은 구조로 만들면 그만이다. 단지 죽이는게 목적이라면 전혀 어려운게 아니기에 그럴 수 없다 혹은 그러지 않고 싶다 라는 제약이나 이유가 붙어야만 한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은 그런 부분을 전혀 설명하지 못 한다.
또한 마왕군은 엘레베이터를 쓰고 현대인의 가전제품을 그대로 들여와 쓰는 등 상당히 현대화 되어 있고, 전기도 사용이 가능한데 이 역시도 좀 어처구니가 없다.
블랙기업을 꼬집기 위해 마왕군 역시 기업의 모습으로서 현대화 된 것이겠지만, 문제는 현대 문명의 기술이 사용 가능하면 굳이 마력이 필요한 마물이 아니라 그냥 화기와 전자병기 및 생화학 무기를 사용하면 그만이다. 따라서 이 부분도 왜 못 쓰거나 안 통하는지 이유를 설명 할 수 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 한 상태에서, 마법을 제외한 원시적 냉병기로 마물을 때려잡고만 있기에 작가가 그런 것들을 설명 할 능력이 없다는 것만 절실하게 느껴진다.
마나로 이루어진 마물을 죽이면 마왕군에게도 유용한 소재들이 드롭이 되는데.... 그럼 그냥 마물을 뽑고 죽이는 짓을 반복해서 소재 획득 및 경험치 벌이를 하면 그만 아닌가? 마인크래프트에서 몹을 죽이고 소재를 루팅하는 자동화 공장 마냥 소재만 뽑아낼 수 있어도 무한하게 자원이 습득되는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는 부분도 없으며, 이 소재를 회사에 매각해 일본 돈으로 바꿀 수 있지만 그 일본 돈은 대체 이 회사가 어떤 경로로 획득하는지 설명을 하지 않는다.
설령 용사를 막아냈다 쳐도 그건 어디까지나 던전 내에서의 이야기지 던전 밖인 이스알에서도 통할수는 없고, 따라서 마왕군이 꿈에도 그리는 이스알로의 복귀는 애초에 용사만 막는다고 이루어질 사항은 아니기에 용사를 막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데, 물론 시기상 그걸 설명하기에는 이를지는 모르나 이게 블랙기업을 풍자하는 것인 이상 회사로서 모양새를 취하려 한다면 응당 단기 목표와 중장기 목표, 그리고 최종 목표가 설정되고 그것이 사원들에게 전달되어 한 뜻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하지만, 마왕군도 아닌 현대인 불러다가 지들끼리만 쏙닥쏙닥 거리고 중대 목표는 공개하지 않는 점에서, 작가가 그리 뭐 엄청난 생각을 하고 이야기를 쓴게 아니라는 티가 심하게 난다.
또한 블랙기업에 대비되는 요소로서 의식주가 보장되는 복지에 급여와 보너스 등을 표현하지만, 문제는 작가가 블랙기업이 해 주지 못 하는 점만 어설프게 이해하고, 정작 직원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모르는 사회 경험마저 부족한 티가 여실히 난다.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아도 회사 내에서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과정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구르면서 이 일이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인가 싶을 때도 많은게 현실인데, 정작 일본에서 블랙기업을 소재로 꼬집는 이야기를 내는 것 치고 제대로 직원의 열망을 표현하는 작품이 없는 것 처럼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주인공이 마왕군의 회사에서 일하기에 일단 주인공의 목표가 있다 치더라도 그건 마왕 회사 내의 목표이기에, 일반적인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정받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마왕회사에서도 최고가 되고 본래 살던 세계에서도 인정 받을 수 있는 목표가 설정되어야 하는데 그런 것 하나 없이 왜 이 일을 선택했고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그럴싸한 내용이 전혀 없다. 또한 마왕회사가 의식주가 보장되는 터라 집과 회사 사이를 출근하는 듯한 표현 없이 회사에서 살기만 할 거라면 자연스레 본래 세계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돈을 벌어도 쓸 일이 없으니 급여와 상여금이 아무리 많아져도 의미가 없다. 따라서 이 자원들을 현대 사회에서 어딘가 쓸 목표가 있는게 아니라면야 투자하고 강화하는 사이클을 가져야만 의미가 있는데 그런 것도 없이 검은 마검 마냥 성장하는 검을 들려줘 버리고, 장비도 회사가 지원을 해 줘 버리니, 주인공이 스스로 생각하고 성장하는 과정이 결여 되어 있어 이야기가 지극히 단순하다.
물론 일본의 소설가가 되자로 등판하는 대다수의 불쏘시개들을 생각하면 이 책 역시 크게 다를건 없는터라 이 책만 수준이 떨어진다고 하긴 좀 억울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이 다른 불쏘시개들과 달리 선택 받을 수 없는 점도 여실하게 드러나는데, 일단 앞서 말한 것 처럼 작가의 무능함으로 세계관 설정을 제대로 전달 하지 못 하기에 매력적인 세계관 확립에 실패를 했고, 주인공이 28세에 회사를 때려친 백수라는 점 외에 이 인물이 어떤 특징이 있고 어떤 장점이 있으며 다른 작품 아니 다른 불쏘시개들의 주인공들과 비교해서 어떤 매력이 있는지를 보여주질 못 한다. 심지어 작품 내 배경조차도 현대화 된 회사를 따온 마왕 회사이기에 판타지로서의 차별점도 드러나기 힘든터라 그 부분을 좀 더 회사와 판타지의 퓨젼 요소로서 강조해야 했지만 그러지도 못 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왕년에 검도부 했고 근성 좀 있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특징이 전혀 드러나질 않는다. 하다 못해 인재를 발견하는 능력이 있어서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한다거나, 악마도 울고 갈 정도로 치사한 전략을 쓴다거나, 엄청나게 사람을 끌어 모으는 체질이라거나, 검도부에서 이루질 못 했던 꿈을 마문이라고 하는 성장 요소와 결합해 엄청난 검사로 성장하려 한다거나, 회사의 비효율을 한눈에 파악하고 개선한다거나, 하다못해 쓸모는 없어도 요리라도 잘 한다거나 식으로 이 캐릭터는 이런 장점이 있다를 설명 하지 못 하며, 싸게 얻은 마검 조차 활약하는 분량이 없어서 정말 무미건조하고 특징없는 이야기가 계속된다.
이 책은 만화 내에서 1부 끝이라고 끝나버렸지만 이보다도 더 많은 내용을 담은 서적판 조차 3권에서 마무리 지은 것을 보면 그 이상 책을 낼 가치가 없었다는 것이 분명하기에 2부를 기대 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