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고화질세트]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 (총5권/미완결)
가시와기 하루코 / 문학동네/DCW / 2025년 7월
평점 :
판매중지


구청 복지사무소 생활과로 발령받아 ‘생활 보호’ 업무를 하게 된 신입 공무원 요시쓰네 에미루, 그녀에게 110세대 가량의 생활보호대상자를 관리하는 업무가 부여된다. 분위기 파악 못 하고 나사 하나 풀린 성격이라 여겨지지만,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공감할 줄 아는 그녀가 신참 케이스워커로서 여러 사건들과 부딪히고 나아가는 이야기.


사회복지 업무는 대단히 힘들고 업무 강도도 심하기로 유명하지만 그에 따른 인력 확충이나 장래 보장이 이루어지질 않아 잘 모르거나 상관 없는 사람들조차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알려져 있다.


보통 일본은 한국의 10년후 미래라고 농담삼아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이미 초고령화 시대로 들어서는데다 일본보다 출산율도 낮은 한국은 일본과 별 차이도 없는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더 심각해질수 있는 상황이다.

초고령화 사회로 들어서게 되면 생활보호를 받게 될 노인이 늘어나 필연적으로 사회복지 시스템의 필요성이 높아지기 마련인데, 한국은 2021년에 부양 의무제가 폐지되었다고는 하나 기존의 교육 급여에서 추가로 주거 급여와 생계급여만 의무제가 폐지 되었을 뿐 의료 급여는 아직 부양 의무제가 폐지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만화는 2014년에 처음 연재를 시작한 만화로 작중 설명으로는 부양 의무자의 부양은 생활보호보다 우선하지만 반드시 부양해야 한다는 강제력은 없는 걸로 나온다. 2014년에 나온 만화에서 부양 의무의 강제력이 없다고 나오는 반면 한국은 2025년의 절반을 넘어가는 와중에도 부양 의무제의 일부가 남아 있으니 일본이 한국의 10년후 미래라는 이야기는 너무 편의적인 해석이 아닌가 싶다. 사회적 문제만 10년의 갭이 있을 뿐 그에 따른 책임과 해결 대책은 한참 못 미치는 것이 아닐까?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이란 제목처럼 최저한도의 생활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인 사회복지 시스템에서, 그 시스템의 혜택을 받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마주하며 감정이 깍여 나가거나 괴로움을 겪게 되는 사회복지 공무원의 이야기로서 이 만화는 어정쩡하게 희망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는다.

만약 즐겁고 희망찬 이야기를 원한다면 다른 만화를 찾아보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우울하고 부정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물론 너무 부정적인 내용만 전달해서는 안 되니 가끔 아주 가끔 그나마 다행이다 라는 내용은 나오지만, 그것 조차도 최악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정도지, 이 만화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부딪히고 깍여나가면서도 보람없이 결실을 맺지 못 하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흔히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말하지만, 물질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 그렇지 못 한 사람보다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양쪽 다 여유가 없는 사람은 심하면 누군가가 그 사람분의 에너지를 내 주어 할 일을 대신 해줘야 할 정도로 스스로 움직이거나 일어서지 못 하는 정신적 빈곤을 겪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그러한 정신적인 문제가 공격성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 등 물질적,정신적 빈곤의 문제는 그걸 겪어 보지 못 한 사람이 상상하기엔 매우 차원이 다른 문제다.


마찬가지로 이들을 관리해야 할 사회복지 업무를 하는 사람 또한 이러한 사람들을 마주하며 정신이 깍여 나가기에 지원 받아야 할 생활보호대상자 못지 않게 정신적인 피로를 부담하고 있다. 주인공에게 배정된 110세대란 숫자는 관련 업무를 한 적이 없어 얼마나 고된지는 알 수 없지만, 학생수가 줄어 이제는 20~30명대인 학급을 담당하는 교사도 힘들어서 포기하는 사람이 있는 것을 생각하면, 110세대는 학생처럼 매일 마주해야 하는건 아니지만서도 한명이 담당하기엔 너무 많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비스업으로 감정 노동을 겪어 본 사람들은 대체로 이해 할 것이다. 사람을 마주대한다는 것이 전혀 쉬운일이 아니며, 불만을 사진 사람을 달래는 것은 매우 피곤하고 힘든 일이다.

그런데 주인공이 담당 해야 할 사람들은 평범한 사연을 지닌 사람들도 아니고 전화로만 응대하거나 잠깐 보고 다시는 안 볼 사람도 아닌데다, 여차하면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거나 물질적 정신적 여유가 없이 항상 한계에 내몰린 사람들을 상대해야 한다. 상상도 하기 힘들지만, 실제로 겪는다면 과연 버틸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심지어 취약계층에게 세금을 낭비한다며 전화로 폭언을 날리는 사람이 만화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못 해 먹을 일이다. 매체를 빌려 표현하는 것은 실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 극히 일부나 적은 횟수이고 실제 상황에서는 그보다 더 심한 상황이거나 많은 횟수로 일어난다는 것을 생각하면 만화만 암울한게 아니라 현실도 암울할 따름이다.


만화에서 보여지는 생활보호 대상자들은 어디까지나 직접 생활보호를 신청하러 온 사람들이다. 작중 언급되는 정보 약자나 무기력으로 인해 찾아오지도 않는 사람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가 더 늘어날수도 있을 것이다. 편부모빵이라는 일본내의 차별 용어나 극장판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으로 유명한 신카이 마코토의 다른 작품인 '날씨의 아이'에서 보여지는 아이들에게 무관심하거나 이용하려만 하는 어른들과 사회의 보호를 거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영화처럼 생활보호 대상자를 차가운 눈빛으로 차별하는 풍조가 있는 일본으로서는 사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만화에서 표현되는 세금과 정부 예산 때문에 이미 지원 받는 사람도 어떻게든 지원에서 빼려는 모습을 보면 어느 쪽이든 답은 없어 보인다. 그 사람을 돕기 위해서는 한 명의 인격체로서 다가가야 하지만, 결국 돈의 논리와 시스템, 멸시와 차별로서 선을 긋는 모습을 보면 사람을 돕는 복지 시스템은 중요하긴 하지만 그 한계가 명확하고 냉정하다. 그리고 결국 사람을 구하는 것은 시스템이 하지 못 할 사람의 힘이 필요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

비단 금전적인 문제만이 아닌 학대와 폭력 등으로 세대를 분리하여 연을 끊고 싶어 하거나 알콜 중독 같은 의존 문제로 스스로 극복하지 못 하는 등 사람 수 만큼 다양한 문제들이 보여진다.


정말 암울한 이야기들 뿐이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공감이 든다면 생각 해 보게 될 문제이나 정작 답이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니 너무나 암울하다.


그리고 이 답이 없고 암울하기만 한 이야기가 주제이자 목적이기도 한 이 만화는 보는 내내 독자가 끌어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설령 이 만화가 완결이 나더라도 추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아마 추천 못 할 것이다. 전혀 희망적인 이야기가 아니니까. 보는 사람에게 우울감을 안겨주는 만화인데 어떻게 자신있게 추천 할 수 있을까.

만약 이 만화를 자신있게 추천해야 하는 날이 온다면 둘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하나는 이 만화를 추천하는 시점에서 이미 높은 수준의 사회복지 시스템이 완성되었거나 환상의 기본 소득제가 굴러가는 희망찬 미래이기에 일본의 복지 문제는 가볍게 바라 볼 수 있는 상황이거나, 아니면 지금 당장이라도 복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모두가 망하게 되는 상황이거나 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