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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세트] 불꽃소년 레카 (총33권/완결)
노부유키 안자이 지음 / 서울문화사/DCW / 2014년 12월
평점 :
치유 능력을 가진 소녀 야나기와 그 소녀를 지키겠노라며 맹세를 하고 닌자 행세를 하는 불을 다루는 능력을 지닌 주인공 레카. 그런 신비한 치유 능력을 탐내는 것과 개인적인 원한을 이유로 야나기와 레카를 향한 적의 위협을 이겨내는 이야기
이 만화가 처음 나온건 일본에선 1995년도지만, 한국에는 1999년도에 나와 약 26년전에 선보인 만화인터라, 강산을 바꾼다는 10년의 세월을 두번이나 지난 만화라 요즘 만화와 비교한다면 솔직히 그리 좋진 않다.
구도와 컷, 퀄리티 등 여러 부분이 아쉬운 작화, 의미없이 반복되는 패턴의 배틀로 주 스토리가 붕 떠 배틀밖에 없는 이야기, 심지어 그 배틀 조차도 이야기를 질질 끌기 위해 의미없는 매치가 넘쳐나고, 결말에 다다르는 이야기의 완성도는 그리 좋지 못 하다.
다만 국내에는 꼭두각시 서커스로 유명한 후지타 카즈히로의 어시스턴트 출신 경험이 잘 담겨 인물들의 표정 중 특히 화를 내는 표정의 박력이 잘 살려 있고, 매력적인 기술이나 도구 등 스토리 보다는 곁가지에서 매력적인 점이 강하다.
스토리가 좋지 못 하다고 했는데, 작가인 안자이 노부유키는 일본에서 파쿠리 사천왕. 즉 표절 사천왕 중 한명으로 취급되는 작가로 실제로도 그런 의심을 받게 만드는 요소가 94년에 연재 종료된 유유백서의 암흑무술대회처럼 암격투전이라는 것이 등장하는데 레카에서 이야기가 암격투전으로 흘러가는 과정은 상당히 억지스러운 점이 있다. 유유백서도 격투대회로 이어지는 과정이 그리 매끄러운건 아니고 격투대회라면 애초에 드래곤볼의 천하제일무술대회가 있기에 격투대회를 썼다는 이유로는 딱히 표절이라 할만한건 아니지만, 유유백서처럼 격투대회를 도박의 요소로 삼거나, 격투대회에 참전하게 되는 계기는 유유백서의 형태와 닮아 있고, 관전자가 요괴가 다수인 유유백서와 달리 인간인 레카에서 관전석을 향한 공격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마지막 경기장을 날려 버리는 등의 연출은 유유백서를 닮아 있다. 게다가 유유백서가 연재 종료한 시점이 94년이고 이 만화가 연재를 시작한 시점이 95년이기에 그런 평가가 붙기 쉬운 부분도 있다.
사실 표절 의심은 스토리가 매우 허술하기에 이런 부분이 더욱 눈에 밟히게 되는 것인데, 이 만화의 주된 이야기는 치유의 능력을 지닌 야나기를 적이 노리는 것이 전부이지만, 어째서 야나기의 치유 능력이 불로불사와 연결되는지는 한참 뒤에나 설명이 되나 이 또한 그리 매끄러운 설명이나 연결은 되질 못 한다. 애초에 야나기의 능력이 아니어도 이미 불로는 성립이 되고 불사까진 아니어도 불로이기에 불멸에 가까우며 최후의 적의 능력은 굳이 야나기의 능력을 노릴 것도 없이 고유의 능력만 잘 사용해도 매우 위협적인 능력인데, 굳이 매번 주인공 일행을 맞이하는 스테이지 구성을 취하며 귀찮은 과정을 준비하는 것이나, 매력없고 대의도 없고 따를만한 가치도 없어 보이는 최종보스에게 무지성으로 따르는 부하들이 득시글하다던지 등 한마디로 이야기가 대단히 허술하다보니 이야기 할 가치도 없는 허술한 이야기는 제쳐두고 그 외의 것들이 거슬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 허술한 스토리의 내용을 채우는 대부분이 배틀 파트인데 이 배틀물 요소 또한 세세하게 보면 정말 허술하며 무의미한게 넘쳐나는터라 읽고 나서 기억이 하나도 안 남을 정도로 무의미한 내용이 끝없이 반복이 될 뿐이다. 더군다나 일본 만화 특유의 불살주의로 아무리 심한 짓을 한 악당도 일부러 죽이지 않거나 사실은 좋은 놈이었어를 남발하고 의미없는 대립을 억지로 엮어놓으며, 이야기에서 주된 목적을 가진 몇몇 인물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사실 조력자로서 굳이 싸워야 할 이유가 없는 등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매우 떨어지는 만화다. 특히 불살주의나 사실은 착한 놈이었어를 쓰는 작품은 주의해야 할 것이 작중 악당의 행위가 죄를 눈감아 줄 정도의 사연이 있거나 경중을 논할 정도의 무거움은 없어야 하는데, 이 만화에서 악역의 악행은 자극적인 연출과 구성을 위해 살인을 기본으로 깔아 놓는터라 불살주의를 유지한다거나 사실은 좋은 놈이었어 전개로 이어지는 것이 하나도 공감이 안 된다는게 문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를 구입하게 된 이유는 사실 그 시대의 시대상, 그 시절에 강하게 남은 인상이 이 만화에 함축되어 있어서다.
이 만화의 세트 할인을 보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른 기억으로 이 만화에서 표현된 주인공측 인물들이 분노에 가득찬 얼굴이 떠올랐는데, 그만큼 이 만화는 후지타 카즈히로의 스타일을 이어받은 분노의 연출이 뇌리에 깊게 남는다. 마찬가지로 후지타 카즈히로의 어시스턴트 출신인 라이쿠 마코토의 금색의 갓슈 역시 분노 연출이 인상적이듯 공통적으로 임팩트를 남기는 부분은 강하다.
또한 해당 만화의 연재 시기인 95년~99년은 오락실 게이머들에게 꾸준히 유행되어 온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의 전성기였는데, 킹 오브 파이터즈의 주인공 쿠사나기 쿄가 손으로 불을 내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을 만들어 내는 것만이 아니라 허공에 문자를 그려 다양한 기술을 사용한다는 점과, 닌자의 도구를 이용하여 일반인도 특수 능력을 사용한다는 점은 매력적인 요소이다. 특히 주인공측의 도몬과 후코는 사용하는 무기가 kof의 한국팀인 장거한의 철구와 최번개의 클로와 같은 계열의 무기를 쓰기에 kof를 한 사람에겐 매우 친숙한 느낌을 받게 된다.
다만 허술한 스토리와 설정으로 다양한 능력과 도구가 나와도 이를 뒷받침 할 캐릭터의 설정이나 스토리가 없어 기억에 잘 남지 않는다는 점이 단점이다.
95~99년도의 추억을 상징하는 만화이지만 전체적으로 완성도는 부족하기에 그리 추천 할 만한 만화는 되지 않는다. 억지로 이야기를 질질 끈 경향이 강하며 이 만화의 중요한 부분은 암격투전에서 다 쏟아부었기 때문에 16권에서 완결되어도 이상할게 없는터라 33권까지 나올만한 수준의 만화는 아니다. 실제로도 나는 분명 이 만화를 완결까지 다 봤을텐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떠올려 보면 암격투전 이후의 이야기는 거의 기억도 나질 않았고, 구매해서 다시 봐도 암격투전 이후의 이야기는 중요한 사건의 원인만 기억날 뿐 세세한 배틀 파트나 캐릭터 이야기는 별로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내용이 무의미하다. 파쿠리 논쟁의 기초가 된 유유백서는 그래도 굵직한 사건과 인물의 행적이 기억이 나는 것에 비하면 이 만화는 정말 알맹이가 없어 기억이 날 법한 이야기가 전혀 없다.
다만 머리를 비우고 보기에는 나쁘진 않다. 작가의 후속작인 메르도 그렇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형편없어도 배틀물로서 그냥 박터지게 싸우는 원초적 쾌락은 준수한터라, 그저 싸우는걸 보는게 재미있다면 그럭저럭 만족 할 수는 있다. 다만 무언가를 따지기 시작하면 걷잡을수 없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허술한 구성에 실망하기 마련이라 완성도를 기대하지 않아야 하는게 문제다. 근데 그러면 모든 만화가 다 좋아 보이는건 당연한게 아닐까...
그 시절의 추억을 기억하는 사람도 구매하기 전 조금 고민을 하는걸 권한다. 정말 그 시절에는 재밌게 봤었는데 라는 추억으로 구매했었는데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지만 이 만화 원래 이 정도였나 하는 실망이 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