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가문의 협의로 혼인하지 않은 아가씨들을 모아 차기 비 육성을 위한 숙녀 교육 기관인 추궁의 여성 추녀 중 황태자가 가장 아끼는 추녀인 황영림을 시기하여 영혼을 바꿔치기 한 주혜월에 의해 주혜월의 몸에 들어간 황영림이 악녀 주혜월의 미움받고 손가락질 당하며 푸대접 받는 상황을 만끽하며 즐기는 이야기....소재가 유행을 하는건 흔한 일이지만 그 중에서 볼만한 걸 찾는건 지극히 힘든 편이다. 힙스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타의적으로 힙스터가 되고 마는 이유는 유행을 핑계로 범람하는 컨텐츠들 속에서 수준낮은 카피캣들을 거치다 보면 유행에서 그 어떠한 가치도 찾기가 어렵기에 저절로 거리를 두게 만들기도 한다.악녀 역시 하나의 유행을 타며 유행 이전에는 보이지도 않았던 어디선가 숨어 있던 악녀들이 우르르 몰려와 출판업계는 온갖 악녀들의 계모임처럼 변해가고 있다. 질낮은 컨텐츠를 피하고 싶어도 워낙 양이 많은지라 기관총처럼 쏴대는 악녀물들을 전부 피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그나마 이번에 접한 악녀는 이야기가 꽤 흥미로운 악녀인지라 1권 무료대여로 끊기 아쉬워서 구매를 하게 되었다.이 책의 이야기는 사실 다른 악녀물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착한 주인공을 악녀의 몸에 집어넣기 위한 빙의를 사용하는 것은 이제는 익숙한 일이다. 익숙하다고 해서 꼭 나쁜 것은 아닌것이 독자의 익숙함을 잘 이용하는 것이 장르적 허들을 낮추는 방법이기도 한지라 잘만 사용하면 보는 쪽도 쓰는 쪽도 여러모로 편한 일이고 바뀐 요소를 잘 활용하기에 보는 쪽도 재미가 있다.세계관은 뻔한 서양이 아닌 동양풍 판타지로 대신 마법이 아닌 주술을 채용한 형태다. 그러나 주인공 황영림은 주술이 아닌 의술쪽에 능하고 황영림을 곤경(?)에 빠트린 주혜월이 주술에 능해 주술 자체는 메인이 아니지만 서브로 자주 활용이 되곤 한다. 비슷하게 의술 관련으로 후궁 내의 이야기를 다룬 약사의 혼잣말이 단독 추리 미스터리류라면 이쪽은 두명의 인물을 이용한 활극 서스펜스의 느낌을 준다.솔직히 이 작품이 그렇게 괜찮냐고 하면... 그렇다 라고 하기는 좀 어렵다. 일단 1권의 도입부부터가 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독이란 것은 몸의 크기가 클수록 늦게 그리고 천천히 오랫동안 쌓여 그 양이 하위 피식자들보다 많기 마련인데 극약을 먹은 쥐를 먹었다고 사자가 바로 죽는건 납득하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진짜로 언제 죽나 독 먹은 쥐를 먹여 시험 할수도 없고 이미 주술이란게 나와 있으니 그런 허구적인 억지를 좀 참고 봐야 하는 점이 있다. 그리고 초반엔 좀 힘들어도 곧 주인공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 주변의 상황 변화는 그저 그런 라노벨에서 흔히 보이는 전개와도 별 차이는 없는터라 이야기의 깊이나 구성은 그리 기대하는 만큼 돌아오진 않는다. 대부분은 개그로 넘기기도 하고 말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점을 주는 이유는 여러모로 전개가 시원시원한 느낌으로 난관을 헤쳐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기 때문이다.육체는 단명하나 근성은 영원한 것. 마치 폭룡의 시가 가훈이라도 되는 듯이 가문의 모든 일원이 한 목소리로 근성론을 외치는 황가에 태어난 황영림은 비록 병약한 몸이지만 추녀의 의무를 근성으로 헤쳐 나오다 공격을 받아 몸이 바뀐뒤로 쌩쌩한 몸을 만끽하며 이전의 몸으로는 하지 못 했던 온갖 기행들을 저지르면서 제 2의 인생을 즐기는 모습을 보인다.월요일이 좋아라고 할 것 같은 황영림의 정신 구조에 건강한 몸을 주어 벌어지는 상황과 괴롭힘을 즐거움으로 승화하는 이야기는 개그물로서 폭소를 유발하다가도 내 가족 내 궁녀 내 국민을 건드리는 순간 패밀리를 건드린 마피아의 대부 마냥 돌변하여 반드시 복수를 다짐하며 온갖 시련을 보란듯이 뛰어넘고 주변 캐릭터를 띄우면서 동시에 자신의 주가도 띄우는 주가조작범 같은 전개를 통해 캐릭터에 입체적인 매력을 느끼게 한다.그래서 다소 눈에 거슬리는 비합리적인 부분들이 있어도, 근성으로 박살내는 주인공을 보며 아 이 이야기는 그렇게 높은 기준으로 보면 안 되는구나 라는 것을 깨닫고 알아서 황영림과 같은 시점 같은 정신구조로 보게 되어 별로 거슬리지 않게 된다.일본 컨텐츠는 한국이나 중국과는 달리 자신을 공격한 상대를 파멸시키는 전개를 별로 하지 않고 대체로 이 녀석도 사실 좋은 녀석이었어 식의 전개를 하는지라 이 이야기 역시 몸을 바꾼 주혜월도, 악역도 다 사연이 있는 것으로 전개를 하는터라 이야기 전개가 시원스럽다가도 그런 부분에선 좀 미적지근한게 아쉽기도 하다.하지만 사연팔이로 아군이 된 적 보정을 받은 주혜월은 성장하는 서브 주인공처럼 정신력 만렙 주인공을 뒤따라 온갖 고통을 받기에 보는 입장에선 오히려 아군이 되지 말걸 그랬어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면접에서 찍혀 사장님 옆에서 갈굼받는 것 마냥 여러모로 굴려지는터라 파멸시키는 것 보다 더한 고통을 받기에 되려 불쌍하게 느껴진다. 동시에 주인공도 단순히 약한 몸이 아니라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몸이 바뀌면 죽음에 대한 공포와 속박에서 벗어나 맑은 눈의 광인이 되는 모습을 통해 얘 정말 즐기는구나 하는게 절실하게 느껴진다. 픽션에서 주인공이 개이득 보는건 늘상 있는 일이지만 이처럼 극과 극을 오가며 즐기는 것은 드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표면적으로 온화하고 누구에게나 자상하고 착한 황영림은 못 미더운, 미숙한 악녀랍니다 라곤 하지만 정작 몸이 바뀌면 남의 몸으로 뛰고 구르고 무리를 해 가며 전치 1개월의 부상과 손과 목의 상처와 근육통을 남기며 남의 몸을 막 굴리는 점에서 이미 충분한 악녀라고 볼 수 있다. 황영림이 트레이너였다면 회원님? 한 세트 더 하셔야죠? 못 하겠으면 몸 바꿔서 대신 해 드릴까요? 라고 할 무시무시한 인간이고 똑똑하고 부지런한 상사가 내 몸을 가져가 대신 일하고 감당 못 할 근육통과 업무량과 기대치를 남겨주는 끔찍한 상황이지 않을까 싶다. 근데 또 상사는 근성론을 외치며 그걸 다 해내니 경악스러울 따름이고..배경이나 설정의 깊이보다 캐릭터적인 즐거움과 입체감이 좋고, 개그와 진지한 이야기와 활약들이 잘 어우러져 재미와 즐거움을 준다. 악녀물이 유행하면서 나타나긴 했지만 악녀가 유행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다. 그러나 악녀물의 유행을 통해서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 또한 부정하기 어려운지라 과도한 유행 속 컨텐츠 홍수에도 가치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그러나 작품이 아무리 좋아도 일단 코미컬라이즈의 경우 그걸 만화로 옮기는걸 잘 해내야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이 만화는 잘 해내고 있는 편이다.좋은 작화력과 더불어 시원시원한 흐름의 느낌을 유지하며 원작의 홀수,짝수권의 상권,하권 분류를 따라가기 위해 만화의 빠른 전개의 구성이 작품의 맛을 잘 살리고 있다. 보통 웹소설 라노벨의 코미컬라이즈가 소설의 1권이 만화의 3권 내외인것에 비해 이 작품은 2권내로 조절하려고 하는 점과 그것을 무난히 잘 해내고 있는 점에서 신뢰감을 준다. 특히 개그의 경우 그것을 만화로 그릴때는 단지 옮겨 그리는것만이 아닌 어느 정도 만화가의 센스가 필요한데 개그도 잘 살리고 있는 점에서 상당히 많은 공을 들여가며 만들고 있다는게 느껴진다.악녀물을 즐겨보지 않는 사람도 무난하게 즐길수 있는 작품이고 악녀 요소와는 상관없이 재미있는 이야기라 여러모로 추천할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