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화났다
우지연 지음 / 한사람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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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슬리퍼는 벗어던진 채 소파 위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앉아있는 한 여자. 발치에 누운 강아지조차 시무룩한 얼굴이다. 명치끝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지 못해 스스로와 싸우고 있는 모습일 거다.

남들 앞에서는 그저 사람 좋은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있지만, 혼자가 되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그간의 분노가 온몸을 잠식한다. '나 지금 화났다'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고 외친다. 이렇게라도 마음을 추슬러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혼자라도 분노에 온몸을 내어주고 순간순간을 곱씹는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사람 좋은 얼굴을 가장한 가면을 다시 집어 든다. 스스로를 좀먹는 일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나 지금 화났다, 나를 열받게 하는 당신에게 먹이는 한 방!' 마음을 다독여 줄 것 같은, 날것 그대로의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오호라~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 엄청난 솔루션도, 특별한 조언이라 하기도 어렵지만 타인에게 '화가 나는 감정'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사실을 전하는 글귀만으로 남들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끙끙 앓게 하던 묵은 채증을 내려가게 한다.

스스로의 감정을 존중하지 못하고 그저 묻어놓기에 급급했던 분노라는 감정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마음으로 세상 밖으로 꺼내든다. 스스로에게 왜 화가 난 건지 이유를 묻고, 화가 나는 감정이 자연스러운 감정임을 알려주고, 화라는 감정이 켜켜이 쌓이지 않고 씻겨 내려가도록 도와야 한다. 분노라는 감정에 지배당한지도 모르고 남들에게 상처를 주지도, 모르는 척 숨기지도, 회피하지도 말아야 한다.

숨기고 회피하지 말고 '괜찮아, 잘했어, 수고했어' 스스로에게 전하는 응원으로 나를 토닥여야 했다. 다른 이가 아닌 내가 먼저 나의 마음을 알아주고 쓰다듬어줘야 한다는 조언에 마음이 풀린다. 화에 대한 감정을 깨닫고, 표현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는 8개 챕터를 천천히 읽어가면서 혼자 감추고 삭이는 것보다 원하는 것을 말하고, 타인의 감정과 스스로의 감정을 이해하는 방법을 생각해 본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은 부부 싸움으로 항상 시끄러웠다. 물건 던지는 소리, 그릇 깨지는 소리, 욕하는 소리, 부딪히는 소리, 아이들의 우는소리 등으로 민원이 제기될만했다. 하지만 아무도 무슨 일이냐며 초인종을 누른 사람은 없었다. 외딴섬에 갇힌 그런 기분이었다. 그래서인지 이런 일을 보면 나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무관심은 분노의 다른 표현방식이다.
감정을 차단하는 자기 보호처럼 말이다." (p.26)

누구나 갖고 있는 감정이 어떻게 관리되고 다뤄지는지에 따라 삶이 얼마나 많이 달라질 수 있는지,,, 무관심으로 감정을 차단해서 자기를 보호한다는 문구가 잔상처럼 남는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무관심의 카테고리에 넣고 있는지,,, 숨겨둔 마음을 마주하고 마음속 무관심의 카테고리를 열어봐야겠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이 참 많은 책이었다.

"휴대폰은 100% 충전이 되면 더는 충전되지 않는다. 나도 100%로 충전되면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않고 나의 삶을, 그리고 너의 삶을 응원할 수 있다.

내가 나를 충전할 때 너는 나의 바람이나 욕구를 채워줘야 하는 마네킹이 아니고
나 역시도 너에게 그러한 존재가 아님을 안다." (p.73)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나지금화났다#우지연#한사람북스#자기계발#인간관계#분노#몽실북클럽#몽실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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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평연간의 격정 2
김혜량 지음 / 북레시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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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우연히 접한 고서와 그에 딸린 한 점의 두루마리 그림에서 태어난 고전 로맨스로 소개되는 황궁 퀴어 로맨스 화평연간의 격정. 예전보다는 가볍게 접하고 있지만 여전히 살짝 부담스러운 퀴어를 소재로 하고 있다. 남장 여자 드랙퀸을 다룬 영화, 연극 정도를 가볍게 관람한 경험이 전부였던 터라 지극히 내밀한 소재를 다룰 수 있는 책으로 읽는 퀴어에 대한 부담스러움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다.

다행스럽게도(?)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은 전개로 두 주인공의 격정 로맨스를 풀어낸다. 남자로 그것도 모든 이들을 지배하는 황제가 황제가 아닌 그저 필부(匹婦)가 되어 운명처럼 만난 한 사람을 지극히 연모하는 모습이 낯설다. 이렇듯 낯선 필부필부(匹夫匹婦)의 사랑이야말로 작가가 전하고 싶은 ‘황궁의 기묘한 격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북송의 황제 조융은 매년 모란절 이복동생 희왕을 위해 황궁 연회를 베풀고, 들뜬 마음으로 연회에 참석한 희왕의 친구 가경과 연하. 모든 것이 풍족한 도시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천진난만한 태학생 가경과 연하는 그들의 인생을 흔들어 놓을 거대한 사건이 밀려오는 것도 모른 채 황제를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설렌다.

연회가 끝난 후 다가오는 격정의 시작을 알리는 것처럼 풍요로운 삶을 살며 유유자적하던 가경의 절친 연하가 역모로 옥에 갇히고, 가경은 연하를 구명하기 위해 백방으로 줄을 놓아 드디어 황제를 알현하게 되지만,,, 황제와의 알현은 친우와의 재회가 아닌 예상 밖의 폭풍 속으로 가경을 밀어 넣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하는 또 한 사람이 있으니, 황제 융의 정치적 응원군이자 아버지와 같은 환관 추신이다. 마치 치밀한 설계자처럼 황제 융의 마음을 움직인다.

자신의 지아비가 되어달라 말하는 황제와 이에 순응하지 못하는 청년 가경. 원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황제였지만 그가 원한 것은 권력에의 복종이 아닌 가경의 진심 어린 마음이었다. 이런 황제의 마음은 지금껏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처럼 함께하던 황제 융과 추신의 관계마저 흔들어 놓기에 이른다. 모든 것을 격정으로 몰아넣고 있는 황제와 가경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평범하지 않은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 황제 조융과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가경 그리고 순간의 유희라 여기던 황제의 사랑이 끝을 모르고 폭주하는 것에 당황한 추신의 계략은 결국 이들을 파국으로 몰아간다.

읽는 사람마다 다른 느낌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퀴어 소설보다는 정치(?) 소설에 가까운 느낌을 받는다. 덕분에 황제 융과 가경의 서사보다 황제 융과 환관 추신의 서사에 눈길이 간다. 다양한 관계를 다룬 소설이라는 전재에도 불구하고 군림하는 황제가 연서를 기다리는 모습과 지아비가 되어달라는 청이 – 지금까지 쌓아둔 뿌리 깊은 고정관념 때문인지 - 생각보다 낯선 기분을 제외한다면 퀴어라는 장르에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고 읽기 적당한 소설이었다.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화평연간의격정 #화평연간의격정1 #화평연간의격정2 #퀴어로맨스 #김혜량 #북레시피 #황궁로맨스 #정치드라마 #기묘한격정 #북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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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평연간의 격정 1
김혜량 지음 / 북레시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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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우연히 접한 고서와 그에 딸린 한 점의 두루마리 그림에서 태어난 고전 로맨스로 소개되는 황궁 퀴어 로맨스 화평연간의 격정. 예전보다는 가볍게 접하고 있지만 여전히 살짝 부담스러운 퀴어를 소재로 하고 있다. 남장 여자 드랙퀸을 다룬 영화, 연극 정도를 가볍게 관람한 경험이 전부였던 터라 지극히 내밀한 소재를 다룰 수 있는 책으로 읽는 퀴어에 대한 부담스러움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다.

다행스럽게도(?)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은 전개로 두 주인공의 격정 로맨스를 풀어낸다. 남자로 그것도 모든 이들을 지배하는 황제가 황제가 아닌 그저 필부(匹婦)가 되어 운명처럼 만난 한 사람을 지극히 연모하는 모습이 낯설다. 이렇듯 낯선 필부필부(匹夫匹婦)의 사랑이야말로 작가가 전하고 싶은 ‘황궁의 기묘한 격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북송의 황제 조융은 매년 모란절 이복동생 희왕을 위해 황궁 연회를 베풀고, 들뜬 마음으로 연회에 참석한 희왕의 친구 가경과 연하. 모든 것이 풍족한 도시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천진난만한 태학생 가경과 연하는 그들의 인생을 흔들어 놓을 거대한 사건이 밀려오는 것도 모른 채 황제를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설렌다.

연회가 끝난 후 다가오는 격정의 시작을 알리는 것처럼 풍요로운 삶을 살며 유유자적하던 가경의 절친 연하가 역모로 옥에 갇히고, 가경은 연하를 구명하기 위해 백방으로 줄을 놓아 드디어 황제를 알현하게 되지만,,, 황제와의 알현은 친우와의 재회가 아닌 예상 밖의 폭풍 속으로 가경을 밀어 넣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하는 또 한 사람이 있으니, 황제 융의 정치적 응원군이자 아버지와 같은 환관 추신이다. 마치 치밀한 설계자처럼 황제 융의 마음을 움직인다.

자신의 지아비가 되어달라 말하는 황제와 이에 순응하지 못하는 청년 가경. 원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황제였지만 그가 원한 것은 권력에의 복종이 아닌 가경의 진심 어린 마음이었다. 이런 황제의 마음은 지금껏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처럼 함께하던 황제 융과 추신의 관계마저 흔들어 놓기에 이른다. 모든 것을 격정으로 몰아넣고 있는 황제와 가경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평범하지 않은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 황제 조융과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가경 그리고 순간의 유희라 여기던 황제의 사랑이 끝을 모르고 폭주하는 것에 당황한 추신의 계략은 결국 이들을 파국으로 몰아간다.

읽는 사람마다 다른 느낌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퀴어 소설보다는 정치(?) 소설에 가까운 느낌을 받는다. 덕분에 황제 융과 가경의 서사보다 황제 융과 환관 추신의 서사에 눈길이 간다. 다양한 관계를 다룬 소설이라는 전재에도 불구하고 군림하는 황제가 연서를 기다리는 모습과 지아비가 되어달라는 청이 – 지금까지 쌓아둔 뿌리 깊은 고정관념 때문인지 - 생각보다 낯선 기분을 제외한다면 퀴어라는 장르에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고 읽기 적당한 소설이었다.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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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살인 협동조합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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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군상을 이루고 사는 세상 그만큼 많은 직업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임에도 이 책의 주제로 등장하는 ‘청부살인’을 행하는 ‘살인청부업자’라는 직업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강력사건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성선설을 믿고 싶었던 마음은 인간의 추악한 민낯 앞에 여지없이 무너진다. 사소한 원한과 돈을 이유로 잔혹한 청부살인이 행해진다.

세상은 이유도 모른 채 청부살인의 대상이 되어 생을 마감하는 이보다 누군가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이에게 더없이 잔인하다. 심지어 그 누군가를 살릴 수도 다음 대상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기 어렵다. 김동식 작가의 단편집 청부살인 협동조합에 등장하는 다수의 주인공들이 느끼고 피폐해져가는 과정이다. 스무 편의 단편이 담긴 단편집임에도 같은 이름의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 방법 때문인지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고 있는 듯하다.

내가 죽지 않고 살기 위해 결국은 잔인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 돌아보니 가장 무서운 건 인간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 하겠다. 눈앞에 놓은 돈을 위해 사랑했던 사람들을 지옥으로 몰아넣고,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을 덫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다른 이들에게 놓는다. 정당한 이유란 없다. 사랑하는 이를 지옥으로 보내고 내가 아닌 다른 이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이유는 오로지 ‘내’가 살기 위한 ‘이기심’뿐이다.

잔인한 악마의 단호한 속삭임은 머뭇거림을 멈추고 이기적인 선택을 하도록 종용한다. 인간의 욕망을 채울 수 있다면 양심을 반하는 기준 따위는 가차 없이 내던질 수밖에 없는 것이 약하디 약한 인간의 본성임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몸서리치며 귀신보다 사람이 무섭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선과 도덕이라는 건 인간의 기준이지 않습니까? 그 러니 천국과 지옥도 인간들의 손에 맡기는 거죠 당신을 잘 아는 누군가가 어떤 평가를 할지, 두고 봅시다. 그때 까지는 천국에서 편하게 대기하시기를요." 멍하니 굳어 버린 김남우는 이내 후회의 눈물을 흘렸 다. 할머니를 악인으로 만든 건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는 사실에···. (p.225)

책보다 먼저 발간된 오디오북이 궁금해진다. 초호화 성우들이 다채로운 인물 연기가 눈으로 읽는 것보다 좀 더 짜릿한 공포감을 기대하게 한달까,,, 기회가 된다면 오디오북도 한번 들어봐야겠다. 그럼에도 왠지 성선설을 믿고 싶은 밤이다. ^^;;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청부살인협동조합#김동식#요다출판사#김동식단편집#공포스릴러#오디오드라마동시제작#몽실북클럽#몽실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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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 가성비의 시대가 불러온 콘텐츠 트렌드의 거대한 변화
이나다 도요시 지음, 황미숙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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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한 장면 한 장면을 음미해가며 영화를 보고 책을 읽던 문화콘텐츠에 목마르던 시대를 떠나보내고 넘쳐나는 콘텐츠 홍수의 시대를 풍미하고 있다. 손안으로 들어온 핸드폰과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서비스는 골라보다 못해 빨리 감기로 보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미처 보지 못한 영화가 주말의 영화로 등장하기를 기다리는 게 않고도, 입소문이 채 퍼지기도 전에 안방 1열로 관람할 수 있는 시대다.

각종 통신기기에 스크롤바가 생기고 난 후, 정독의 개념은 사라졌다. 눈이 글자를 따라가기도 전에 손가락은 이미 스크롤바를 밀어올리고 있다. 더 많이 더 빨리 읽고 싶은 심리를 그대로 반영한 행동이다. 심지어 스크롤을 밀어올리는 수고로움조차 아깝다는 듯이 3줄 요약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이렇게 대충 빠르게 읽고 지나가도 아는 척(?) 하기엔 부족하지 않은 적당한 정보가 축적된다. 너도 나도 대충 꼼꼼히 보고 있으니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게 당연한 건지,,, 대충 꼼꼼하게 아는 척하다가 간혹 막히는 부분이 등장하면 정보를 보충해도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이런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큰일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시대가 변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 하겠다.

각종 콘텐츠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데 최소한의 시간과 정성만 투자하는 '가성비 소비'가 자리 잡았다는 방증이다. 빨리 감기가 대세로 자리 잡은 MZ 세대는 아니지만, 나 역시 10초 버튼과 주요 장면이 편집된 짧은 동영상으로 본편을 제대로 볼지 말지를 선택하고 있으니 - 조금 과장한다면 - '빨리 감기'라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현상이다. 다만, 감상이라는 심미적인 기능이 소비라는 흐름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가성비를 넘어 가심비까지, 효율을 중요시하는 현상은 비단 콘텐츠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이전보다 풍요로운 삶을 누렸던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고 개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X세대를 지나, 얄미울 정도로 개인적인 MZ 세대가 중심 활동 세대로 자리 잡으며 나타난 당연한 사회적 현상이다.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정보 - 예를 들어, 대세가 되어 회자되는 드라마, 영화, 인물 등등 - 는 당연히 나도 알아야겠고, 그 와중에 제대로 보고, 듣고, 느끼고 싶은 정보가 생기기도 하니 제한된 시간 선택과 집중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라 하겠다.

알고 있으면서도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던 요즘의 사회현상, 트렌드에 대해 잠시라도 생각할 기회를 선물하는 책이다. 누군가가 마지막 한 방울의 영혼까지 갈아 넣었을 수많은 정보들을 가성비와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무성의하게 소비해도 되는 걸까,,, 트렌드도 트렌드지만 원론적인 고민을 건너뛰기도 어려운 시간이었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영화를빨리감기로보는사람들 #현대지성 #이나다도요시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OTT #빨리감기 #가성비 #MZ세대 #콘텐츠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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