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평연간의 격정 1
김혜량 지음 / 북레시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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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우연히 접한 고서와 그에 딸린 한 점의 두루마리 그림에서 태어난 고전 로맨스로 소개되는 황궁 퀴어 로맨스 화평연간의 격정. 예전보다는 가볍게 접하고 있지만 여전히 살짝 부담스러운 퀴어를 소재로 하고 있다. 남장 여자 드랙퀸을 다룬 영화, 연극 정도를 가볍게 관람한 경험이 전부였던 터라 지극히 내밀한 소재를 다룰 수 있는 책으로 읽는 퀴어에 대한 부담스러움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다.

다행스럽게도(?)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은 전개로 두 주인공의 격정 로맨스를 풀어낸다. 남자로 그것도 모든 이들을 지배하는 황제가 황제가 아닌 그저 필부(匹婦)가 되어 운명처럼 만난 한 사람을 지극히 연모하는 모습이 낯설다. 이렇듯 낯선 필부필부(匹夫匹婦)의 사랑이야말로 작가가 전하고 싶은 ‘황궁의 기묘한 격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북송의 황제 조융은 매년 모란절 이복동생 희왕을 위해 황궁 연회를 베풀고, 들뜬 마음으로 연회에 참석한 희왕의 친구 가경과 연하. 모든 것이 풍족한 도시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천진난만한 태학생 가경과 연하는 그들의 인생을 흔들어 놓을 거대한 사건이 밀려오는 것도 모른 채 황제를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설렌다.

연회가 끝난 후 다가오는 격정의 시작을 알리는 것처럼 풍요로운 삶을 살며 유유자적하던 가경의 절친 연하가 역모로 옥에 갇히고, 가경은 연하를 구명하기 위해 백방으로 줄을 놓아 드디어 황제를 알현하게 되지만,,, 황제와의 알현은 친우와의 재회가 아닌 예상 밖의 폭풍 속으로 가경을 밀어 넣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하는 또 한 사람이 있으니, 황제 융의 정치적 응원군이자 아버지와 같은 환관 추신이다. 마치 치밀한 설계자처럼 황제 융의 마음을 움직인다.

자신의 지아비가 되어달라 말하는 황제와 이에 순응하지 못하는 청년 가경. 원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황제였지만 그가 원한 것은 권력에의 복종이 아닌 가경의 진심 어린 마음이었다. 이런 황제의 마음은 지금껏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처럼 함께하던 황제 융과 추신의 관계마저 흔들어 놓기에 이른다. 모든 것을 격정으로 몰아넣고 있는 황제와 가경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평범하지 않은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 황제 조융과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가경 그리고 순간의 유희라 여기던 황제의 사랑이 끝을 모르고 폭주하는 것에 당황한 추신의 계략은 결국 이들을 파국으로 몰아간다.

읽는 사람마다 다른 느낌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퀴어 소설보다는 정치(?) 소설에 가까운 느낌을 받는다. 덕분에 황제 융과 가경의 서사보다 황제 융과 환관 추신의 서사에 눈길이 간다. 다양한 관계를 다룬 소설이라는 전재에도 불구하고 군림하는 황제가 연서를 기다리는 모습과 지아비가 되어달라는 청이 – 지금까지 쌓아둔 뿌리 깊은 고정관념 때문인지 - 생각보다 낯선 기분을 제외한다면 퀴어라는 장르에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고 읽기 적당한 소설이었다.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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