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목욕시키는 여자
화바이룽 지음, 김소희 옮김 / 서사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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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개인적으로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다 읽은 후의 느낌을 한 줄로 표현한다면 “색다른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하겠다. 추리/미스터리 장르라고 하기엔 긴장감을 주는 요소가 다소 부족하다고 느껴지지만 화자의 남편 밍런의 심리상태를 따라가다 보면 색다른 느낌의 미스터리 요소를 경험하게 한다.

살인을 저지르고 교도소에 수감된 전 남편을 면회하는 장면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무탈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특별한 대과 없이 지나온 지난 결혼생활을 “코끼리”에 빗대어 이야기하며 더 이상 한 가족의 아빠로, 남편으로 살아갈 수 없음을 이야기하며 이혼을 요구하는 이해할 수 없는 정신세계의 소유자 밍런과 이혼을 요구하는 밍런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평범한 가정주부 정팡의 독백 같은 이야기로 이어진다.

어느 날 갑자기 던져진 남편의 이혼 선언. 도대체 왜? 무슨 이유로? 밑도 끝도 없이 코끼리와 함께 시작된 밍런과 정팡의 이혼은 어느 한 편에 설 수 없는 아이들의 궁여지책으로 두 부부가 서로 1/2의 자유와 1/2의 책임을 나눠가진 합의에 이르고, 이혼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정팡의 기괴한 추적으로 가족을 거대한 코끼리라 여길 수밖에 없는 밍런이자 루이원의 심리에 맞닥뜨린다.

"내 마음속에는 당나귀 한 마리가 있었고, 어쩌면 그것은 더 커다란 공간을 차지하는 코끼리일지도 몰랐다. 그러니 마음을 비우고 훌쩍 떠날 수가 없었다." (p.110)

책임감으로 말미암아 본인의 의사를 억누른 채 만들어진 가족.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스스로의 책임을 다했다고 여기는 순간 삶의 안식처였던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거대한 코끼리가 되어 스스로를 압박한다. 원하지 않았지만 평범하고 평온한 삶을 살아가고자 했던 밍런이 거대한 코끼리의 압박을 이기지 못해 폭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심한 듯 가정을 지켜오던 정팡 또한 행복한 삶을 살았던 것이 아니라 어쩌면 거대한 코끼리의 압박에 익숙해진 삶을 살고 있지는 않았을까...

나는 코끼리의 압박을 견디고 있는 걸까? 코끼리의 압박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걸까? 처음부터 끝까지 혼란스럽기만 한 소설이었지만 그 혼란스러움 속에 질서가 있는 듯한 색다른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경험이었다.

"죽어버린 꿈과 죽어가는 꿈, 그리고 작디작은 희망이 바람 속을 유유히 맴돌았지만, 아마도 알아챈 이는 없었을 것이다. 상관없었다. 적어도 내게는 먼 곳을 향해 울부짖는 코끼리 소리가 들려왔으므로."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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