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헬레나에서 온 남자
오세영 지음 / 델피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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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헬레나 섬은 영국령의 작은 화산섬으로 나폴레옹이 백일천하 이후 유배되어 사망할 때까지 살았던 곳으로 알려진 섬이다. 나폴레옹이 남긴 "세인트 헬레나 섬에서 유일하게 좋은 것이 커피 하나뿐이다"라는 말 덕분에 엄청난 몸값을 자랑하는 커피로도 유명하다. 세인트 헬레나 섬을 찾아 보다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나폴레옹과 커피, 두 가지 만으로도 궁금해지는 섬이다. ^^;;

역사적 사실 기반의 팩션 '세인트 헬레나에서 온 남자'는 전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 19세기 초 지방 차별과 부패에 대항해 평안도에서 일어난 농민 항쟁 '홍경래의 난'과 비슷한 시기 부패한 왕정과 기득권층에 대한 반란으로 시작된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두 사건의 연결고리가 되어 준 세인트 헬레나 섬을 소재한 소설이다. 역사소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낮은 곳에서 시작된 동서양의 민란을 연결하고 있다는 소개 글에 이끌려 읽어 보기로 한 책이다.

홍경래의 난이 실패로 돌아가고 관군에게 쫓기던 주인공 안지경은 관군을 피해 대서양의 작은 섬 세인트헬레나 섬에 이르러 나폴레옹을 만나게 된 안지경. 나폴레옹을 통해 프랑스 혁명을 알게 된 그는 실패한 조선의 난을 떠올리며 다시금 평범한 이들이 주인이 될 수 있는 조선의 혁명을 꿈꾼다.

”백성이 나라는 신분의 차별이 없는 평등한 세상을 기반으로 하는 바, 진정한 의미의 평등은 경제적 평등이지요. 없는 자는 가진 자에게 고개를 숙이게 마련이니까요.“ (p.253)

실존 인물 홍경래와 나폴레옹에 가상의 인물의 안지경이 더해서 조선의 홍경래의 난과 프랑스 대혁명을 연결시킨다. 혁명의 도화선이 되어줄 분노도 중요하지만 혁명의 명분이 되어 지속시켜나갈 대안 또한 중요한 요소라는 열정으로 시작한 혁명이 냉정한 대안으로 이어져야 성공할 수 있다는 역사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조선의 홍경래의 난과 프랑스의 대혁명의 연결점은 나폴레옹이 유배되었던 세인트 헬레나 섬이 아니라 그 시대의 다수가 꿈꾸는 세상의 시대정신이었을 것이다. 역사 지식을 깊이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없지만 책장을 빠르게 넘기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하기엔 무거운 감이 없지 않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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