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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집 - 대한제국 마지막 황족의 비사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7월
평점 :
대한 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비운의 삶을 담아낸 소설 덕혜옹주의 저자 권비영 작가가 대한 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이은의 처절한 삶을 그려낸 소설 잃어버린 집을 출간했다. 전작 소설 덕혜옹주를 책으로도 재미있게 읽고 영화로도 재미있게 보았던 터라 마지막 황태자 이은과 마사코를 담아낸 잃어버린 집 또한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역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역사물임에도 쉬이 손을 놓을 수 없는 몰입감을 선물한다.
"타인의 역사는 흑백이다. 피도 흑백이고, 눈물도 흑백이고, 가슴을 찢는 고통도 흑백일 뿐이다. 그래서 차라리 다행스럽다. 피가 붉거나, 눈물이 투명하거나, 슬픔이 진한 회색의 범람이라면 사람들의 감정은 오히려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흑백으로 보자. 그러면 단순해진다. 단순해서 단순한 것이 아니라, 무심해서 무심한 것이 아니라, 슬프지 않아서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p.335)
'잃어버린 집'이라... 주인공 황태자 이은의 마음을 표현한 제목이지 싶다. 어린 시절 일본 유학을 빙자해 속국의 볼모로 잡혀가 한순간도 감시의 눈길을 벗어날 수 없는 삶을 살아온 것도 부족해 일본의 황족 마사코와의 원치 않는 결혼까지... 빼앗기고 빼앗겨 텅텅 비어버린 고국을 끝끝내 온전히 돌려받지 못한 채 이방인이 되어야 했던 안타까운 삶을 절절하게 담아낸다.
"나는 조선의 황태자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허수아비 황태자요" (p.79)
일제강점기 비운의 황태자 영왕 이은과 일본의 왕족 마사코의 정략결혼으로부터 시작된 마지막 황가의 고난을 들여다본다. 속국을 휘두르기 위한 일본의 책략으로 어린 나이에 인질이 되어 낯선 이국으로 끌려가 정통성을 지켜야 하는 왕족임에도 이국의 황족과 원치 않는 결혼을 하고 가족을 이루지만,,, 오직 사랑으로 그의 곁을 지키는 일본인 아내 마사코는 끝내 침략국의 황족이라는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위태로운 일상을 이어간다. 곁을 내주기 어려웠던 이국의 황족이었지만, 영왕에 대한 마사코의 헌신이 인상적이다.
"아카사카 저택은 지켜낼 수 없었던 집이었다 '사라진 집'이었다. '잃어버린 집'이었다. 물 위에 집을 짓는 일을 꿈꾸던 이은은 있는 집도 지키지 못하는 허약하고 힘없는 평민일 뿐이었다. 지키지 못하고 잃어버린 집은 허공에 둥둥 떠 있을 뿐이었다. 마치 물 위에 쓴 맹서처럼 가뭇없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드는 생각은 쓸쓸함이었다." (p.204)
지키기 위해 멀리 떼어둔 하나뿐인 아들이자 황세손 이구는 서방의 자유분방한 삶 속에서 우크라이나계 미국인 줄리아와 사랑에 빠지지만, 사랑 하나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많은 벽들을 넘어서지 못한 채 서로가 서로에게 이방인이 되어간다. 모든 조건을 뒤로하고 마주했지만 정통성을 편견과 차별은 그들의 사랑을 지치게 한다.
정통성을 요구하며 허울뿐인 황족이라는 책임을 지우지만 태어난 고국도 인질이 되어 머물렀던 일본도 그들에게 요구사항만 있을 뿐 황태자 이은을 비롯한 대한 제국의 마지막 황가에게 끝끝내 곁을 내어주지 않는다. 그들에게 지킬 수 없는 것은 고국만이 아니었다...
가볍게 읽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저자가 인용한 마지막 문장에 나 또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에게 있어 역사소설은 실제 사건을 허구화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역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하구랍니다. - 움베르토 에코" (p.350)
[ 네이버 카페 북유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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