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 스파이 - 나치의 원자폭탄 개발을 필사적으로 막은 과학자와 스파이들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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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할지도 모르는 핵폭탄을 개발해야 하는 천재 과학자의 일대기를 그린 전기 영화 오펜하이머가 개봉한지 2주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 영화 인기에 힘입어 2차 세계대전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며 불멸의 업적을 남긴 과학자들의 서사가 관심을 끌고 있다.

그중 한 권인 '원자 스파이'를 네영카 서평단으로 만났다. 600페이지가 넘는 벽돌책이 2차 세계대전을 맞닥뜨렸던 과학자들의 필사적인 움직임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은 첫인상과 함께 읽기 시작. 인류의 더 나은 삶을 위한 그들의 연구가 어느새 전쟁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위험한 무기가 되어 인류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오펜하이머의 한 줄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가 그들의 고뇌를 대변하는 한 줄이 아닐까 싶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부터 1945년 핵분열의 증명이 완성되기까지 시간의 흐름과 전쟁에 미쳐있던 미치광이 독일보다 먼저 원자폭탄을 개발하기 위한 미국 과학자들과 연합국의 긴밀한 스파이 활동을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다. 처음 스파이로 활동했던 야구선수 모 버그의 일화는 이렌 퀴리로 이어진다. 독일을 막기 위해 야구선수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이 스파이로 활동한다. 딱딱한 이론이 아닌 인물 중심의 이야기는 마치 소설책을 읽는 것처럼 책장이 넘어가게 한다. 물론 원자폭탄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을 가지고 있다면 훨씬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듯!

"이 사실은 두 가지 효과를 낳았다. 첫째, 미국 과학자들은 미친 듯이 원자폭탄 개발에 매진했다. 둘째, 연합국 측은 독일의 원자폭탄 개발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필사적인 임무를 적극 후원했다. 스파이, 군인, 물리학자, 정치인을 비롯해 모두가 각자 나름의 역할을 담당했다. 한 역사학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아마도 과학자와 정치인이 이보다 더 큰 이해가 걸린 일에 전력투구한 적은 일찍이 없었을 것이다. 혹은 숨 막히는 긴박감이 사람들을 이보다 더 비상한 노력을 기울이게 한 적은 일찍이 없었을 것이다.'" (p.21)

미국의 그로브스 장군이 총책임자가 되어 오펜하이머를 로스앨러모스 무기설계연구소의 총책임자로 임명되는 장면은 영화의 장면과 함께 반갑게 다가오기까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에 이렇게 많은 등장인물이 있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또한 책을 읽으면서 확인.... ^^;;

전직 메이저리그 포수 출신의 최초 원자 스파이 모 버그의 사진을 시작으로 등장인물들의 주요 활동을 담은 흑백사진과 비하인드 스토리로 흥미를 이끌어내고, 쉽게 접하지 못했던 물리학 용어들에 대해서 설명을 곁들인 일러스트로 이해를 돕는다. 덕분에 어렵지 않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독일의 과학자 오토 한이 발표한 논문의 우라늄 핵분열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고, 순수 물리학은 어느새 정치 한복판의 주요 이슈가 되어버린다. 나치를 혐오하지만 애국심으로 말미암아 독일에 남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와 그로 인해 시작된 핵무기에 대한 공포. 이를 막기 위한 맨허튼 프로젝트와 알소스 부대의 첩보활동이 흥미롭게 전해진다. 영화 오펜하이머를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핵분열은 20세기 물리학의 획기적인 발견 중 하나였지만, 그것은 단지 중요한 과학 현상일 뿐만 아니라 중요한 사회 현상으로 떠올랐다. 미치광이의 수중에 들어가는 걸 막으려는 절박한 노력에서 연합국 과학자들은 새로운 종류의 광기를 뿜어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말할 것도 없고, 중수 공장 습격, 지질 조사를 위한 특공대, 암살과 방사능 치약에 이르기까지 그 광기가 온갖 것으로 뻗어나갔다. 모든 단계에서 관련 당사자들은 자신이 옳은 일을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원자를 쪼갬으로써 그들은 세상을 분열시켰다." (p.571)

[ 네이버카페 네영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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