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게스트
김찬영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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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이 끝나갈 즈음, B급 코미디 코드로 무장한 영화 육사오가 손익분 기점을 넘기면 생각지도 못한 흥행에 성공했다. 제대를 앞두고 있던 말년 병장이 우연히 1등에 당첨된 로또를 주웠지만, 말년 병장의 부분 꿈을 저버린 채 1등 복권은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버린다. 로또를 되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긴장감 넘치는 남북협상을 방불케하는 팀이 결성되었지만 결국 멧돼지 좋은 일만 시키는 해프닝으로 끝나버리는, 군사분계선까지 허물어버리는 어마 무시한 돈의 위력(?)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영화였다.

이번에 리뷰하는 김찬영 작가의 더 게스트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육사오를 떠오르게 한다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조차 거친 나무로 짜인 관에서 영면하기를 희망하는 청빈한 수사들이 '1, 3, 5, 7, 9, 11'이라는 해괴한 번호로 1등에 당첨된 로또를 손에 넣게 되면서 벌어지는 유쾌 발랄한 지극히 인간적인 욕망이 투영된 코미디가 펼쳐진다.

원로 수사 도미니코가 영면하고, 6명의 수도사가 소속되어야 하는 기본적인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폐원의 위기를 맞은 제주도의 작은 수도원 에덴.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던 에덴으로 주님의 뜻을 시전한 것처럼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던 영철이 찾아오고 수사들의 소박하지만 진심 어린 환대에 마음을 내어준 영철은 그의 신앙과 같은 로또를 수도원에 헌납한다.

그러나!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어이없게도 영철의 로또가 1등에 당첨되는 대참사(?)가 일어난 것도 모자라 엎친 데 덮친격으로 영철이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건까지 일어나고, 에덴의 순진한 수사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 영철을 찾는 또 한 사람의 손님 수빈이 에덴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고,,,

영철이 남기고 간 로또 한 장은 에덴의 수사들과 수빈에게 선악과가 되어 사특한 욕망을 품게 한다. 한 장의 로또와 그를 향한 서로 다른 욕망은 그들의 관계에 균열을 일으키며 에덴을 잠식해 간다. 과연 이들의 주님의 시험을 극복하고 성스러운 에덴을 지킬 수 있을까,,,

청빈해야 하는 수사들이 로또 당첨금을 갈망한다는 설정 자체만으로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지만, 로또 당첨금을 갈구하는 욕망이 수사 자신의 안위보다는 다른 이유로부터 출발한 욕망이기도 하고 언제든 쿠~울하게 포기할 수 있는 욕망인지라 사악한 시선이 아니라 코믹 드라마 한 편을 감상한 기분이 드는 유쾌한 책이었다.

"영철 형제가 이곳으로 와 죽음에 이르는 바람에, 남긴 복권이 하필 1등에 당첨되는 바람에, 수빈 자매가 찾아온 바람에, 이 주사가 우리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바람에, 세상이 우리 에덴을 곱지 못한 시선으로 보고 있던 바람에······ 그런 것들이 지금 우리를 실족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것 같지만 아닐세. 우리는 언제나 품고 있던 우리 마음의 바다를 그날따라 다르게 보고 만 거야. 그리고는 주여, 그 바다를 하필 이때 왜, 하필 이렇게도 아름답게 보이셨나이까 하면서 바다를 탓하고 있던 걸세. 변한 건 우리의 믿음이었는데 말이야. 그건 감히 주님을 탓하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겠는가." (p.415~416)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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