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이경옥 옮김 / 빚은책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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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키스 esquisse 최종적으로 완성해야 할 그림과 설계도 등을 위해 작성하는 초벌 그림(下畫), 약화(略畫), 화고(畫稿) 등의 뜻. 데생(소묘)과 수채화, 혹은 유화 에스키스도 있을 수 있다. 하나의 최종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몇 점씩의 에스키스가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넓은 창으로 쏟아지는 햇볕과 고즈넉한 분위기를 떠오르게 하는 표지가 마음을 안정시킨다. 아오야마 미치코는 월요일의 말차 카페와 목요일의 코코아로 어느새 익숙한 작가가 되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과 스릴러나 추리처럼 긴장 - 쫀쫀한 긴장감 때문에 추미스를 좋아하지만 - 없이 마치 불멍, 물멍을 하듯 읽어내려갈 수 있다는 게 아오야마 미치코 작가 작품의 장점인듯싶다.

처음 책을 만났을 때는 그저 방안의 분위기만 느낄 수 있는 표지였다면,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서 다시 만난 표지는 소설의 처음과 끝을 잇는 에스키스라 불리는 그림 한 점을 만나게 한다. 초벌 그림을 뜻하지만 하나의 완성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개가 존재할 수 있다는 에스키스는 하나의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의미하나 보다. (출판사 책 소개 글에서는 몇 번이라도 어디서라도 새롭게 시작하는 게 가능하다는 '삶'으로 소개된다)

넓은 세상을 꿈꾸며 교환학생으로 멜버른을 찾았지만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지쳐가고 있던 레이는 멜버른은 유쾌한 현지 학생 부(사실은 블루)를 만나 유학 기간 동안 기간 한정 연애를 시작하고, 귀국하기 직전 부의 부탁으로 에스키스의 모델이 된다. 이렇게 시작된 에스키스의 여행은 자신이 선택한 일에 확신을 갖지 못하던 한 청년에게 행복한 꿈을 이어가게 하고,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제자의 천재적 재능을 시기하던 스승에게 다시금 자신을 믿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잠시 잠깐 흔들렸던 연인의 인연을 다시 이어주기도 한다.

앞서 읽었던 월요일의 말차 카페와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처럼 편안하다. 네 가지 인연의 이야기지만 마치 한 편의 소설 같은, 모든 인연들이 하나로 이어진 듯하다. '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라는 제목처럼 나에게 다가오는 인연들이 그저 스쳐가는 사람이 아니라, 인연이 되어 비로소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게된다는 당연하지만 지금껏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던 사실을 돌아보게 한다.

"친구에게 전해줘.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어떤 세상이 든 사람이 하는 일은 다 똑같아. 먹고 자고 일어나고 좋아하 기도 싫어하기도 하는 거야." (p.45 금붕어와 물총새)

"그건 둘 다 아닐까.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를지도 모르고. 서로 이런 사람이 좋다고 하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이 좋다고 생각하면 그게 완벽한 조합이라고 생각해. 사람은 모두 단 한 사람밖에 없으니까." (p.79 도쿄 타워와 아트센터)

"대표는 가볍게 턱을 괴고 먼 곳을 보듯이 말했다. '
인생은 한 번뿐이니까 맘대로 살아야 한다고들 하잖아. 나는 그 말이 참 무서운 말이라고 생각해. 한 번뿐이라고 각하면 마음대로 할 수 없거든.'
뜻밖이라는 생각에 나는 놀랐다.
'대표님은 맘껏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자 대표는 소녀처럼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물론 맘껏 살지. 그렇지만 있잖아, 난 말이야, 인생은 몇 번이나 있다고 생각하거든 어디서라도 어떤 식으로도, 새롭게 시작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이야. 그런 사고방식이 좋아.'
그렇다면 이해가 된다. 이 사람답다. 굉장히. 대표는 자신을 안는 듯한 몸짓으로 두 팔을 잡는다." (p.205 빨간귀신과 파란귀신)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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