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까마귀가 울다
박현주 지음 / 씨엘비북스(CLB BOOKS) / 2023년 3월
평점 :
"끝난 것에 연연하지 마라. 네겐 이제 새것만 있으니." (p.341)
새까만 몸과 기분 나쁜 울음소리 그리고 특유의 검은 분위기를 뚫고 나오는 날카로운 눈빛! 존재 자체만으로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탓에 까마귀를 죽음과 연결하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때문일까,,, 죽음의 정점에 있는 저승사자와 까마귀는 때려야 땔 수 없는 가족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인상 깊었던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주인공 서래가 길고양이가 선물한 죽은 까마귀를 묻어주며 해준의 심장을 갖고 싶다고 말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우연처럼 등장한 까마귀는 어쩌면 죽음과 맞닿아 있는 서래를 표현한 오브제였을지도 모르겠다.
"죽음을 표현할 단어가 과연 세상에 존재할까. 그것은 삶을 표현할 단어가 없는 것과 같다. 하늘과 땅이 본래 하나였듯이, 죽음과 삶도 하나인 존재이다. 사자는 죽음을 맞이한 이를 인도하는 숭고한 역할을 행한다." (p.110)
죽은 이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저승사자 현, 철, 한 그리고 인간에게는 보이지 않는 사자들을 볼 수 있는 소년 정운. 자신의 명이 다해 저승의 문턱에 이른 이들이나 볼 수 있는 저승사자를 예외적으로 볼 수 있는 인간은 스스로 자신을 버리기로 마음먹은 이들뿐이다.
"희망, 그렇지만 어렴풋하기만 한 막연한 희망. 인간은 희망으로 살아가. 훗날 괜찮아지리란 마음으로. 주로 나이가 젊을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마다 같은 양의 희망을 가지지도, 같은 속도로 그걸 소진하지도 않아. 시간이 흐를수록 그 희망은 소진해가서, 어느 순간 명이 남았음에도 인간은 빠르게 망가지지." (p.207)
하지만 무슨 사연일까,,, 오래전 죽음의 문턱에서 현의 도움으로 세상에 돌아온 정운에게는 보여서는 안 될 이들이 너무도 또렷하게 보인다. 심지어 살아 있는 인간이라면 보이지 않는 이들의 곁에 머무르는 것조차 두려운 것이 당연함에도 오래전 그를 살리고 싶었던 현의 마음 한자락 때문일까,,, 소년은 모두가 두려워하는 이들이 그저 반갑고 좋기만 하다.
같은 일을 하는 저승사자이지만 각기 다른 현과 철 그리고 한. 각자의 방법으로 인간에게 자비심을 베풀며 저마다 가진 명을 끝까지 채우고 후회 없이 명부전의 문을 두드릴 수 있기를, 마지막으로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손길을 내밀어 줄 수 있기만을 바란다.
"자살을 결심한 자는 세상에 눈을 두지 않아 더러 사자를 알아보지 못했고, 우리 같은 존재에 민감한 이는 애초에 우리를 보면 피하기 마련이다. 애초에 세계가 다르다. 이승에 있더라도 내가 보는 세계와 인간이 보는 세계는 결코 같지 않다." (p.129)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누군가의 비극을 개인의 비극으로만 바라보는 다수의 시선을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죽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살고 싶은 외침이 자살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고된 삶에 지쳐 스스로 생을 마감할 결심을 하는 이들에게 보이지 말아야 할 저승사자들이 보이는 건 아마도 마지막 도움을 청하는 외침일지도 모르겠다는 문장을 읽어내려간다.
오랜 기간 연재일을 기다려 읽고 있는 라마 작가의 웹툰 “내일”이 떠오른다. 아이를 잃은 고통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지만, 진심을 다해 죽음의 문턱이 이른 이들을 구하고 있는 구련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어진다. 매일매일 김밥을 사러 오는 저승사자 현을 기다리는 것만으로 자신의 명을 끝까지 채워나갈 힘을 얻었던 김밥 할머니처럼 세상을 등지고 싶은 이들에게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는 말을 전하고 싶은 책이었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까마귀가울다#박현주#CLBBOOKS#네이버시리즈#웹소설#감동스토리#몽실북클럽#몽실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