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니시드
김도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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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니시드(vanished) 갑자기 사라지다,,,
불현듯 지금까지 평온하게 한 이불을 덮고 사는 남편이 어쩌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객쩍은 생각(?)을 하게 한다.

"아침이 되자 남편은 평소처럼 출근했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불타는 사랑으로 결혼한 남녀도 한 3년쯤 지나면 가족이 되어버리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심지어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 정도 된다는 사실이 어느 정도 의학적 근거까지 있는 사실이니 인간의 감정이란 참 하찮다. 불타는 사랑도 3년이면 끝나는 판에 다른 이를 마음에 품고 결혼을 감행한 부부의 사정이야 말이 필요 없지 않을까,,,

"나는 의사 결정권도 없이 방치된 쓸모없는 노인이 된 기분이었다. 오히려 쓸모없는 노인 쪽이 나보다 낫다. 나는 걸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상태인데도 이런 취급을 받고 있다. 내 신세를 조금이나마 덜 추레하게 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낫겠지." (p.251)

현실을 도피하듯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한 정하. 남편이 그녀를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을 알면서도 첫 번째 딸아이 하원의 임신을 이유로 남편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아들 상원의 임신과 출산, 속내야 곪아 터지고 있을지언정 남들이 보기엔 그저 평범한 가족일 뿐이다.

남편의 무관심을 뒤로 한 채 두 아이를 키우며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살아가던 어는 날, 피투성이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 남편 원우. 자신과 아이들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낀 그녀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수상한 남편의 모습을 애써 외면한 채 원우가 남긴 흔적을 지워나간다. 그리고 며칠 뒤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선 원우가 돌아오지 않지만, 홀연히 사라진 남편의 부재가 도리어 불안한 정하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한편, 정하와 비교도 되지 않는 부유한 삶을 살고 있는 우성 부부. 동네 여자들에게 사모님이라 불리는 우성의 아내는 정하. 무슨 이유에서 인지 번번이 쓰레기를 버리는 정하를 감시하는 눈길로 쫓는다. 그리고 남편이 사라진 3개월 뒤 그녀 또한 우연처럼 심장마비로 돌연사하기에 이른다.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정하를 옭아매던 이들이 사라지고, 우성은 기다렸던 것처럼 천천히 정하의 옆자리를 채우기 시작한다.

그렇게 1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고 성인이 된 아이들의 권유에 못 이기는 척 우성과 재혼한 정하는 꿈에 그리던 행복한 삶을 살기 시작하는데,,,

지극히 평범한 서로에게 관심 없는 무덤덤한 부부의 일상과 남의 말을 옮기는데 진심인 밉살스러운 이웃, 아닌 척 내숭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늘 존재하고 있는 부의 계급까지 특별하지 않은 소재가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아슬아슬하게 맞물려 특별한 스릴러가 만들어진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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