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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유품정리
가키야 미우 지음,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평점 :
품절
조금 사악하지만,,, 보편적인 감성을 소유한 25년 차 며느리에게 시어머니, 유품정리 두 단어 모두 뭔가 불편하고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아무튼 반가운 의미를 가진 단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어르신들께서 한 분 한 분 세상을 떠나시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어가다 보니 이별에 대한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친구가 되어가는 친정 엄마와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도 여전히 어려운 시어머니. 두 분 모두 아직은 내 곁에 남아 계신지라 이별의 기분이 어떨는지 상상이 되지 않지만 두 분과의 이별이 다르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모두에 썼던 것처럼 아무리 생각해도 사악하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지만 애정의 정도가 다르니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싶다.
홀로 사시던 시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직접 시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중년의 며느리 모토코. 3DK - 방 세 개, 거실, 부엌 정도 - 스무 평 남짓이라 혼자서 충분히 정리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출발했지만,,, 보통의 집이 그러하듯 - 나만 그럴 수도 ^^ - 오래전 돌아가신 시아버지의 양복부터 40년 치 월급명세서와 뜯어보지도 않은 온갖 그릇들까지 수납공간 곳곳에 빽빽이 들어찬 짐들로 머리가 아파진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4층 건물인데다가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길은 멀기까지 하다. 하루하루 쌓여가는 집세와 끝없이 불어나는 대형폐기물 처리 비용까지,,, 유품정리업체에 맡기면 간단한 일을 어차피 들어가야 하는 돈은 생각하지도 않고 무모하게 시작한 건 아닐까 하는 후회가 밀려들기 시작한다. 심지어 남편은 시어머니의 유품을 볼 때마다 추억에 잠기며 정리하기를 주저하고, 급기야 인형 장식장을 비롯한 쓸데없는 물건들을 집으로 옮겨가기까지,,, 산 넘어 산이다!
시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친정엄마의 기일을 맞아 고향집을 찾은 모토코. 달랑 반지 하나만 남기고 돌아가신 엄마를 추억하며 엄마의 배려심과 시어머니를 비교하게 된다. 더디게 이어지는 유품정리에 지쳐갈 즈음 시어머니와 인연을 맺었던 이들의 도움이 시작되고 그들로부터 전해지는 이야기들은 마코토의 마음을 풀기에 충분한 인연이 되어준다.
한편, 시어머니와 비교하며 경애심을 품고 있던 엄마를 다른 시각으로 보는 올케의 이야기와 마코토 또한 엄마가 남긴 유품에 대해 미련을 품고 있음을 알게 된다. 같은 사람을 보는 다른 시선,,,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친정엄마와 시어머니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를 오롯이 느끼게 된다.
구석구석 빽빽이 들어찬 짐을 남기고 떠나신 시어머니와 반지 하나를 달랑 남기고 떠나신 친정엄마, 너무도 다른 두 엄마의 남겨진 발자취를 되짚어가며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마지막 이별을 하게 된다.
며느리라면 절대 따뜻한 시선으로 볼 수 없는 '시어머니'를 '유품정리'라는 사건과 연결시켜 서로가 이해하기 어려웠던 고부간의 관계를 따뜻하게 풀어낸다. 중년의 며느리 마코토의 투덜거림이 꾀나 귀엽게 느껴졌던 더불어 내가 떠난 이후의 주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p.s. 정리하고 물건 버리는 재주는 영 "꽝"인지라,,, 지금부터라도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연구해 봐야 하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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