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원더
엠마 도노휴 지음, 박혜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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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전부터 주님의 성수 말고는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어요"

아무리 사람의 몸이 상상하지도 못하는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하루 이틀도 아닌 장장 4개월의 시간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단지 주님의 성수라 여겨지는 물 몇 방울로 버텨내는 어린 소녀라,,, 실제 기사를 접하지 못했던 나는 이 경악스러운 소녀의 스토리를 작가의 발칙한 상상이라 여겼다.

어허~ 경악스럽게도 성수로 생명을 이어가는 소녀의 이야기는 19세기 중반 실제 했던 ‘단식 소녀’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기가 막힌 사실을 알게 된다. 어리디 어린 소녀가 스스로 짧지 않은 시간 음식을 거부했다는 사실에 이유가 어찌 되었든 아이를 키웠던 엄마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19세기 아일랜드 한 소녀가 생일날 먹은 성체 이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일상을 이어가고 있는 기적 아닌 기적에 사람들은 열광하기 시작하고, 장기간 계속되는 소녀의 단식을 증명하기 위해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관찰’이라는 명분으로 어린 소녀를 재물로 한 어른들의 잔인한 계획이 실행에 옮겨진다.

아이를 돌보고 관찰하기 위해 파견된 간호사 리브와 수녀 미카엘. 두 사람은 24시간 어린 소녀 애나를 관찰한다. 아니, 관찰이라기보다는 아이가 음식을 먹지 못하도록 24시간 감시한다고 하는 게 좀 더 정확한 표현이지 싶다. 반복되는 기도와 퉁퉁 부어오른 발, 점점 차가워지는 몸. 어린 소녀의 몸은 살기 위해 몸부림치며 간호사 리브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리브는 자신을 고용한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듣고 애나를 영악한 사기꾼이라 여긴다. 2주간의 관찰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비밀을 밝혀 낼 수 있으리라 자신하지만,,, 애나를 돌보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연민에 빠져든다. 어쩌면 어른들에게 고용된 간호사 리브와 미카엘 수녀가 어린 소녀 애나를 위험으로 몰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어른들의 추악한 민낯을 알게 된 리브는 어린 소녀를 살리기 위한 간호를 시작하게 되는데,,,

"리브는 소일거리를 찾아 아이의 보물 상자를 뒤적거렸다. 그런 다음 상본이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그리스도를 본받아」를 펼쳤다. 리브는 책장 맨 위에 적힌 문장을 읽었다. 우리가 스스로 완전히 죽고 우리 마음에 얽매이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신성한 것들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리브는 몸을 떨었다. 누가 아이에게 스스로 죽으라고 가르친단 말인가? 애나를 사로잡은 터무니없는 생각 중 얼마나 많은 수가 이런 책에서 나온 것일까?" (p.211)

애나를 영악한 사기꾼으로 대하던 리브가 자신의 관찰로 말미암아 점점 죽어가는 소녀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길게 이어지지만 그만큼 애나와 리브가 서로에게 단단하게 이어지는 기분이다.

말도 안 되는 거짓을 진실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종교적 신념을 가장한 채 기적과 신성함을 주장하며 어린 소녀를 죽음으로 몰아가던 어른들 그리고 점점 죽어가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또 다른 어른. 주식으로 삼았던 감자의 대기근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아이를 재물로 삼는 어른들의 이기심이 끔찍하기까지 하다.

“보지 않으려 하는 자만큼 눈이 먼 사람이 없다”는 한 문장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인간의 이기심을 너무나 잘 보여주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기회가 된다면 넷플릭스 영화도 보고 싶어진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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