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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
전영애 지음, 최경은 정리 / 문학동네 / 2024년 12월
평점 :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이라는 책 제목을 들었을 때, 흡사 알랭드 보통의 인생학교 같은 느낌이 살짝 들었다. 자기 계발서나 이래라 저래라 남의 인생에 대해서 조언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독자로서는 수업이라던가, 가르치는 류의 제목이나 내용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렇다 나는 삐딱이 독자인 것이다.) 이 책 제목을 들었을 때 호감이 먼저갔다.
괴테라는 작가를 인용한 '괴테 할머니'를 사용한 것이 불호로 다가오기 보다 호기심과 관심으로 다가갔고, 할머니가 말하는 인생 수업이라면 적어도 꼰대같이 열정 열정 열정과다를 외치거나 나약한 청춘을 말하진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문학동네가 출판했다는 것도 사실 한 몫했다.
책을 자주 접하면 접하는 독자로서 사실 믿고 보는 출판사 중 하나니까, 반신반의 할 것 없이 적어도 실패하지 않을 독서 수업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은
독일 문호가 괴테 이야기, 괴테 책, 독일 문학, 그리고 전영애 할머니의 살아온 인생이 모두 복합된 책이었다. 나는 이렇게 살았다 하고 담담하게 이야기 하는데 욕심없이 살았다고 하지만 공부욕심, 책 욕심 가지고 산 할머니의 살아온 이야기, 깨달은 것에 대해 읽고 있으니 나도 다른 건 몰라도 독서와 나누는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데 나와 가족외에 타인과 함께 공유하고 나누고 이어가는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값지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개인의 꿈이자 목표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 크게 실현되는 것, 기적이고 감사한 일이다.
괴테 할머니 전영애님이 짓고 다른 사람과 괴테의 철학을 공유하기 위한 여백서원은 그런 면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도움을 주고, 함께 만들어가는 곳이라 의의가 있는 것 같다.
후세에세,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겨줄 것이냐.
돈도 좋고, 좋은 물건도 중요하지만 시대가 지나도 변치않는 '가치'
삶의 슬픔과 행복을 느끼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정신'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은 돈이나 경쟁을 추구하는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듯하다.
괴테할머니가 아니라 우리 할머니였어도 나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열심히 사는 것은 좋지만 너무 열심히 살지는 말아라. 남과 베풀면서 즐겁게 살아라."라고 말이다.
고난이나 역경이 없더라도 퇴근 후 삶이 지치고 고단하다 생각될 때,
나만 뒤처지는 것 같고 나만 한 우물을 못파고 집중못하는 삶을 산다, 인생을 낭비한다는 생각이 들때,
그냥 일기장 읽어보듯이 하루 마무리 하기 전 이불 안에서 한두쪽씩 읽고 자면 그것만으로도 편하게 잠이 들 수 있을 것만 같은 책이다.
포근하다. 따뜻하다. 위안이된다.
똑같은 처음의 생이지만 그래도 몇 년을 훨씬 더 산, 그리고 그런 사람을 연구한 사람이 말하는 자신의 인생과 삶의 방향성은 들어볼 만하다. 다 읽고나서도 인생이 무엇인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연초에 했던 다짐이나 계획등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연말에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책이기도 했다. 이뤄놓은 게 없으면 뭐 어떤가, 올해 따뜻한 책 한 권을 또 만났으니 아예 얻은 것, 이룬 것 없는 한해는 아니었다.
다시 도돌이표를 하나 치자면, 무엇보다도 바르게 살아야 됩니다. 여기저기서 수도 없이 이야기했습니다. 바르게 살면 큰일날 것 같고, 무슨 수를 써야지만 손해 안 볼 것 같지요? 아닙니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아도 살아지고, 작은 결단들에서 언제나 선한 결단 쪽을 택해서 묵묵히 가노라면 그것이 쌓여 마지막에는 무엇이든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P39
급하고, 숨가쁘고, 재미있는 것, 손 쉬운 것이 선호되는 시대에 저는, 사람들이 다른 생각도 하기를 말없이 바라는 겁니다. 공들이고, 그래서 오래 가는 것 말입니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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