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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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을 읽으면서
이토록 강인한 여성을 살게한 것이 무엇이었나는 생각을 하면서도,
열일곱 소녀를 변화시킨 것은 결국 그녀 스스로의 깨달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어려운 조건속에서도 방광을 비우고, 음식을 먹어야 했다. 출산하기 위해서 소녀는 어머니로서의 삶 속으로 걸어가야 했으며 그때만큼은 선택이 아니라 그저 필요의 부름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몸을 일으키고 따라야만했다.
단순히 호칭, 사는 곳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순간 순간 인생의 선택을 하면서 그녀는 성장했고, 환경을 바꿔나갔으며, 순응했던 삶에서 선택하고 앞으로 전진하는 삶을 살아갔다.
그녀가 자연에서 배운 것은, 우리는 매 순간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순응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그녀의 삶에 순응 말고 선택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는 것이다.
선택을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 되는 방법이기도 하고 후회를 하더라도 "앞으로 걸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상실, 후회, 옳고 그름을 떠나 다음 단계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우리가 인생에서 할 수 있는 선택이다.
빅토리아는 자연마저도 무조건 순응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다 욕하고 돌을 던지지만 댐 건설을 하는 곳을 나와 복숭아를 재배하기 힘들다는 파오니아로 이주하여 복숭아를 그대로 식재한다. 몇 년을 꽃봉오리만 따고 가지치기를 한 뒤에는 맛있고 품질좋은 내시 복숭아를 키워낸다.
자연처럼 인생을 수긍하고 받아들이기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그녀가
윌을 만난 이후 줄곧 선택의 연속인 삶을 살게 되었다. 아이를 낳을 것인지, 키울 것인지,
이후 아들을 버렸지만 찾으려 노력하는 것 또한 그녀의 선택이었으며, 이주를 하지만 농장의 복숭아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한 것 까지 줄곧 선택과 선택의 결과에 책임을 다한 그녀의 몫이었으며 노력이었다.
그녀에게 복숭아 나무는 지킬 수 있는 마지막이었을것이다.
할아버지가 아버지가 자신에게 남겨준 유일한 유산이자, 사랑하는 사람(윌, 아들)을 죽음으로 부터 지킬 수 없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도 지키고 싶었던, 자연과 더불어 인간이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목표라(희망이)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새로운 곳에서 식재한 복숭아는 변화에서 생존한 빅토리아이기도 했으며
다시 살아나고, 상실에서 회복한 뒤 새 삶을 사는 목표이자 선택할 수 있던 마지막 희망이기도 했다.
빅토리아와 다른 도시에 사는, 부유층으로 보이는 잉가 , 그녀의 삶 역시 순탄치만은 않았다.
결혼 전 임신, 출산 후 유기된 아이를 키우겠다는 결심, 그리고 자신이 친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려는 결단, 이후 친모를 찾고 이혼하는 여정까지.
'흐르는 강물처럼'에 나온 여성들의 삶은 그저 순응하고 받아들임 그 자체가 아니라
수동적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을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 시대상으로 보면 1940-60년대로 주체성보다는 여성이라는 젠더로 쉽지 않음에도 말이다. 그녀들에게 선택이 쉬웠다기 보다 자기가 어떻게 살아갈것인지를 결정하는 '힘'이 있었다고 보여졌다.​

나는 인생을 쉽게 쉽게 어떤 흐름에 따라 지나온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어쩌면 인생의 모든 순간은 매 순간 순간의 선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너무도 자연스러워 미처 내가 무엇을 선택했다고 생각할새 없이 지나쳐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흐르는 강물처럼, 자연스럽게 매순간 지나오는것이 아니라 내 선택이 어쩌면 물(인생)에 큰 파동을 일으킬만한 사건이 없어 조그마한 돌멩이가 그저 물에 가라앉아 소리소문 없이 존재가 잊혀지거나, 파동이 있더라도 조약돌만해서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넘겨버린 건 아니었을까 생각해봤다.
빅토리아처럼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릴만한 인종을 무시하는 사건이나 아이를 유기해야 하는 상황은 없지만
잘 생각해보면 나에게도 인생에 있어 해야만 했던 꼭 필요한 중요한 순간과 선택들이 있었을텐데 하고 말이다.
그녀에 비하면 순탄하기 그지 없는 삶을 살고있는데도 현생이 이렇게 힘들어서 어쩌면 좋냐는 행복에 겨운 고민들을 그동안 하고 있었나 싶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인생이 어렵고, 또는 쉬운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의 내 인생에서 맞닥뜨릴 선택지들이 부디 이토록 아프고 어렵고 (나중에 보상받더라도) 무겁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모처럼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을 만나 반가웠다.
삶이 힘들다 생각될 때, 지쳐서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막다른 길에 다다른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아마 그럴때마다 이 책을 펴보게 되지 않을까.
그러면서 '고생끝에 낙이 온다'는 말처럼
힘든 선택 뒤에 어려운 결정을 하고 나서
달콤한 과즙(복숭아)을 빅토리아 처럼 얻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
* 다산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며 주관적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

나는 지난날의 선택을 끊임없이 돌아보며 의심했었다. 그러나 우리 삶은 지금을 지나야만 그 다음이 펼쳐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도가 없고 초대장이 없더라도 눈앞에 펼쳐진 공간으로 걸어 나가야 한다.
- P274

나는 하루하루 내가 선택한 삶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그건 좋은 삶이었다. 내게 없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동시에 내 앞에 놓인 것들에 감사했다.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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