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잊지 말아줘
알릭스 가랭 지음, 김유진 옮김, 아틀리에 드 에디토 기획 / 어반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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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싱글맘, 레즈비언이라는 할머니, 엄마, 손녀 3대 걸친 서사

로드무비처럼 할머니의 집으로 가는 여정에서 할머니- 손녀의 이야기 , 엄마와 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를 모시고 같이 할머니의 어릴적 집으로 가는 여정,

그 여정에서 손녀와 할머니의에서 나타나는 각자의 아픔들을 공감하면서 나도 아프고 나도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이토록 아프지만 따뜻한 책이라니.

만화나 그래픽노블은 좀처럼 읽지 않는 나인데 이 책을 읽지 않았으면 아까울 뻔 했다. 그래픽 노블이라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는 감동과 메시지. 이 책을 읽은것만으로도 읽지 않은 사람보다 무언가 좀더 깨닫고 이전보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싶다는 기분이 든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이렇게 책으로 출판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고 하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민과 시도를 하고 이 책이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더더욱 감사해진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넣은 책이라 세세하게 인물들 사이에 있었던 일이나 구체적인 묘사는 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독자가 추측할 수 있는 여지를 줌으로써 책의 주제는 확장되고 만화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무엇인지 유추할 수 있어 오히려 큰 즐거움이 주었다.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간다. 인생이라는 것은 예측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기 때문에 재미있는거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가는 것 때문에 혼란을 느끼고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방황하고 우울해지기도 한다.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것을 해결하거나 벗어나고자 하고 그게 바로 '나답게 헤쳐나가는' 자신만의 삶의 방식이 되는 것인데 할머니, 엄마, 손녀 누구에게도 녹록하지만은 않은 인생이었다. 그것을 잘 이겨내고 버텨내서 현재에 있는 그들에게 박수와 응원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남들과 다른 가족구성과 가정환경, 동시에 성정체성과 차별적인 시선을 견뎌내야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닐 것 이다. 그 와중에 애정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일을 하느라 바빠 수요일마다 만나도 서먹하고 어색한 어머니와의 관계는 클레망스가 어디가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고 할 수 있게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끼고 소중한 사람이지만 그래서 더 할 수 없는 나의 아픔이나 고민에 대한 이야기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오해를 하고 서운함이 쌓이고 서먹해지고 또는 멀리하게 된다. 가족이라 이해해줄거라고 생각하고 아니면 아예 이해를 못해주기 때문에 말할 필요가 없다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기도 한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쉽게 간과한다.


'너무 늦은 때'라는 건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는 법(p.175)이고, 기회가 생길거라 생각하다가도 차마 전하고 싶은 말을 전하기도 전에 누군가를 보내게 된다. '너무 늦은 때'는 우리의 짐작보다 일찍찾아온다(p.180). 뻔하긴 하지만 지금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해야한다. 우리에겐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착각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너무 늦지 않으려면 지금, 이여야 한다.



가까운 관계라 더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나와 엄마에 대해서도 줄곧 생각해보았다. 가장 편하면서도 가장 어렵고, 그래서 말로 상처를 주고, 뒤돌아서 미안해하는 나와 엄마의 관계. 이후에도 계속 우리는 상처를 받고 상처를 주겠지만 서로 함께 치유하고 잊지 않으며 기억할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 되었든, 상처가 되었든, 사랑과 미움 그 무엇이 되었든 잊지 않고 같은 상처를 주지 않는 것, 상대를 이해하고 함께 나아갈 것이다. 나는 이 책이 그랬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를 잊지 말아줘'가 그런 여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내가 예술과 연극을 좋아하는 것은 그래서인지도 모른다.

픽션이라는 덮개에 가려진 내밀함을 이야기할 기회를 갖는 것.

다른 이들을 통해 자신의 결점을 깨닫는 것.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특별하지도 않는 것을 배우는 것,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알고 있다.

우리가 타인의 이야기인 척 말하더라도, 그것은 어느 정도는 우리의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말이다.

 - P92

모든 사람이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 할 수 있을까? ;‘나다‘, 혹은 ‘바로 이거야‘, ‘이게 바로 나야‘라고. 모두가 그럴까? 스무 살 밖에 안돼도 그럴까? 평생 동안 그럴까?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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