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알베르 카뮈 지음, 안건우 옮김 / 녹색광선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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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 너무 당연해서 계엄을 ‘계몽‘이라고 옹호하는 이 가엾은 시대에 꼭 읽어봐야 할 책. 자발적으로 전체주의의 사슬에 묶이려는 작품 속 군중들의 모습에 소름이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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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현 2025-03-08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치행위다 이해력 딸리냐 책읽는다는 것이
 
계엄령
알베르 카뮈 지음, 안건우 옮김 / 녹색광선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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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란한 계엄 정국을 사느라 지친 상태에서 참으로 시기 적절하게 까뮈의 <계엄령>이 출간하였다. 반가운 맘에 보자마자 흥분했고,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깔끔한 번역이 가독성을 높여주어 독서를 시작하자마자 단숨에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원래 희곡은 이렇게 읽는 것을 추천한다. 연극 상연을 목적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공연을 보는 마음으로 중간에 끊지 않고 읽기.)


한 편의 우화 같은 이 희곡은 공포를 통치 수단으로 삼는 독재를 '페스트'라는 인물로 의인화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알다시피 페스트는 전염병이다. 독재를 사람들의 마음에 공포를 전염시키는 병에 비유한 것이다. 독재자 페스트는 그의 비서에게 사람들을 관리+감독하도록 한다. 비서는 데스노트를 들고 다니며 체제에 위협이 되는 존재들을 감염병자 취급하며 노트에서 그 이름을 삭제하고, 그러면 그 사람은 죽는다. 이러한 설정이 다소 만화적이고 풍자처럼 보여서 그로테스크한 코미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게다가 그리스 비극이나 중세극의 형식을 차용하여 우화적인 느낌을 더욱 강조하는데, 코로스의 등장이 바로 그러하다. 이런 극적 장치들은 관객에게 '계엄'과 '전체주의'가 무엇인지, 그것이 왜 위험한지를 쉽게 이해시킨다. 이 작품은 다분히 계몽적인 의도가 엿보인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꼭 좀 읽었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과 시쳇말로 '존똑'이기 때문이다. 


"당연하지, 이 여편네야. 똑같은 언어로 말을 하더라도, 누구도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니 말이야. 당신한테 똑똑히 말해 두겠는데 우리 정부는 지금 아무리 떠들더라도 상대편으로부터 어떠한 반응도 얻지 못하는 상태를 모두가 경험하게 되는 완벽한 상태에 도달하고 있어. 하나의 도시에서 서로 날을 세우는 두 개의 언어가 어찌나 집요하게 서로를 파괴하는지 결국에는 모두가 침묵과 죽음이라는 최후의 목표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나아가는 그런 상태를 말이야." 99p


정말 소름끼치게 그를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더욱 중요한 점은 까뮈가 이 작품에서 독재자인 패스트의 폭력과 권력욕만을 문제 삼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자 주인공 빅토리아의 판사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동생들과의 관계도 전체주의적 폭력의 양상을 보이며, 극의 마지막에 이르러서 데스노트가 민중에게 주어졌을 때 그들 또한 자기 맘에 안 드는 사람은 죽이려고 하는 폭력성을 보인다. 따라서 개개인이 깨어나 의식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한 누구나 전체주의적인 폭력성을 발휘할 수 있고, 그런 지도자에게 동조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인공 청년 디에고와 빅토리아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고, 혼란스런 폭압 사회 안에서 자신과 공동체를 지키려고 최선을 다한다. 그들이 지닌 유일한 무기는 사랑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었다. 디에고의 죽음과 함께 자유는 다시 찾아온다. 패스트는 떠난 것이지 죽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다시 돌아올 수 있음을 암시하며 떠난다. 


'디에고는 역시 죽어야 하는구나... ' 나는 씁쓸하고 마음이 아팠다. 우리나라도 지난 세기 내내 많은 디에고들이 죽으면서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이승만 때도, 박정희 때도, 전두환 때도. 참 많은 디에고들이 죽었다. 하여 디에고의 죽음은 우화가 아니다. 죽음은 우화가 될 수 없다. 


완전히 떠난 줄 알았던 패스트가 이렇게 황당한 방식으로도 돌아올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참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배우고 있다. 서로 정치적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지지하는 정당도 다를 수 있다. 당연한 거다. 그런 게 민주주의니까. 하지만 독재는 안된다!!!!! 그 어떤 것으로도 독재는 옹호될 수 없다는 것을 까뮈는 이 책을 통해 인류에게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시기 적절하게 이 책을 출간한 녹색 광선에게 박수를 보낸다. 게다가 이렇게 멋진 표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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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사람은 사랑에 이르다 - 춤.명상.섹스를 통한 몸의 깨달음
박나은 지음 / 페르아미카실렌티아루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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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춤과 명상, 섹스를 통해 몸의 소리에 진실하게 반응하며 깨달음을 향해 나아간 저자의 여정이 서사적 재미를 느끼게 함은 물론이고 진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따금씩 펼쳐진 페이지에 길게 머무르며 그녀의 경험 속으로 들어갔고, 그 안에서 공명했다.

_ 사람의 얼굴이 제각각인 것처럼 수행자가 깨달음에 이르는 길도 각자 다르고, 정답도 없으며, 보여지는 모습도 다 다르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며 기뻤고, 반가왔다. 다시 한 번 반복하지만 정답은 없다. 수행자 각자가 스스로 본인에게 맞는 길을 내며 나아가능 것이다. 저자와 나는 닮은 점도 있지만 다른 점이 훨씬 많음에도 그녀가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과 발견한 내용에는 순도 100%의 공감을 하며 내 마음은 기쁨으로 반짝였다.

_ 위대한 스승들의 가르침을 담은 책도 좋지만 시행착오 투성인 이런 일상의 수행자의 고군분투 스토리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친구와 수다떠는 마음으로 맞장구를 연신 쳐가며 읽고, 그러다 먹먹해져서 눈물 짓고… 아무튼 이 분이 소울메이트를 찾았고 잘 살게 되어서 기쁘다.

_ 책을 읽는 동안 떠오른 두 친구가 있어서 선물하려고 한다. 좋은 영감과 더불어 자신만의 수행에 대한 자신감을 얻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작가님이 북토크가 열리면 꼭 참석하고 싶다. 이 분의 춤도 보고 싶고, 같이 춰보고도 싶고, 목소리도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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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내의 시간 - 13년의 별거를 졸업하고 은퇴한 아내의 집에서 다시 동거를 시작합니다
이안수 지음 / 남해의봄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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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몽각 선생의 <윤미네 집>과 컨셉이 닮은 이 책은 초점이 딸이 아닌 ‘아내’에게 맞춰졌다는 점에서 더욱 내 흥미를 끌었다.

그리고 이런 책은 필연적으로 내 남편을 비교하게 만.든.다…

나의 남편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내 사진을 찍는 일에 별로 흥미가 없고, 찍는다고 해도 안티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싶은 것들만 내놓아서, 꽤 오랫동안 나에게 원망과 욕을 들어야 했다.

한 때 나는 이 놈의 사진 때문에 나를 향한 그의 사랑을 진지하게 의심했다. 연정훈 같은 남편을 기대했나보다.
사진 때문에 어디 여행만 갔다하면 한 번은 꼭 싸움이 났다. 나의 일방적인 분노 폭발이었다는 게 더 맞는 말이지만.

오랜 훈련 끝에 그는 이제 인물 사진을 제법 잘 찍게 되었고, 이제는 어딜 가든 부탁하지 않아도 알아서, 먼저, 사진을 찍는 수준이 되었지만 이 책의 저자인 이안수 님 같은 열정은 물론 없다.

그런데도 애쓰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 이제는 내 쪽에서 먼저 멋쩍은 웃음이 나온다. 정말로 그는 그저 사진에 관심이 없는 1인일 뿐인데. 자신이 찍히는 것은 물론이고, 찍는 일도 관심이 없는 사람일 뿐인데…

인플루언서인 남편의 사진을 매일 찍는 게 힘들다고 호소하는 여자를 만난 적이 있다. 한 방 먹은 느낌이 지금도 기억난다.

남편은 나에게 왜 자기 사진을 안 찍냐고 투정부린 적이 없다. 그런 걸로 자신을 향한 내 사랑을 의심한 적도 없고. 이걸 깨닫는데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했다니…!

이 책을 읽는 내내 부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나는 <남편의 시간>을 기록할 자신이 없다. 그러니 그에게도 그런 걸 요구할 수 없다. 설사 내게 그럴 능력과 의지가 있다고 해도, 그에게 똑같은 걸 강요할 수는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이 아름다운 책은 긴 세월을 같이 살면서 또한 서로의 시간을 살아간 부부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 내용 자체도 재미있고 감동적이지만, 어쩌면 그걸 거울삼아 나의 결혼생활을 돌아보고, 또 내다보게 하는데 더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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