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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한 글쓰기
신나리 지음 / 느린서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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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 <무정한 글쓰기>는 작가가 서문에서 밝힌대로 일기나 sns글이 아닌, 경험을 에세이로 써 본 사람, 자기 글이 진부하게 느껴지는 사람, 쓰고 있는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에요, 하지만 저는 이 책이 ‘어떻게 쓸 것인가?’를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를 말하는 책이라고 느꼈고, 해서, 글을 쓰지 않는 일반 독자들이 오히려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왜 쓰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신 작가는 이렇게 답합니다.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이는 제가 명상을 하는 이유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과의 거리두기가 필요한데, 이걸 작가는 ‘무정한 글쓰기’라고 부릅니다. ‘무정은 언뜻 감정 없고 냉혹해 보이지만, 그것과는 다르다. 빠른 공감을 원하기보다, 현실을 직시하려는 태도다. 타인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향한 무정함이다. (…) 위로와 낭만을 싹 걷어내고, 끝까지 파고드는 글, ’난 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를 문장 안에서 바라보는 데서 글은 시작한다. 5p’

__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는 무정한 글쓰기를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설명합니다. 글감 찾기부터, 쓰기 위해 읽는 방법, 자료조사 방법 등 어떻게 써야 하는지 실질적으로 안내합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내 얘기를 마치 남 얘기처럼 쓰기, 에세이의 시작이 아닐까. 자기 객관화는 차가운 분석과 다르다. 독자가 들어올 문을 여는 일이다. 글쓴이가 자신을 지우면서도 상황을 충실히 그릴 때, 독자가 나를 대신해 장면 위에 선다. 글은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로 변한다.112p”

— 2부에서는 이같은 무정한 글쓰기가 실제 적용된 사례에 대한 해설과 작가 본인의 글이 풍부하게 펼쳐집니다. 1부에 이은 실전편 같이 느껴지면서, 무정한 글쓰기가 얼마나 짜릿하고 재밌는 글인지를 깨닫게 하죠. 개인적으론 다나카 미쓰와 아니 에르노의 책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재밌게 다가왔어요.

어떤 글을 쓰던, 글쓰기에는 나름의 사유가 따르는데, 무정한 글쓰기에서의 ”사유에는 질문하는 나와 응답하는 나, 둘로 분리된 자아가 필요하다. 203p” 그리고 오직 ”고독 안에서만, 나 자신을 동료로 호출 203p” 하여 쓸 수 있다고 말하는데, 무척 공감했어요. 바로 이게 무정한 글쓰기의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밑줄 그은 문장

- 양육의 성취를 자랑하는 육아서는, 자식을 콘텐츠화한 자기계발 에세이다. 141p

- 글쓴이는 같은 말을 얼마나 되풀이 하는지 쓸 땐 모른다. 예전 글을 다시 읽는 건 고문과도 같지만, 가끔은 들춰볼 필요가 있다. 문서 검색 기능을 이용해서 특정 단어를 찾아본다. ‘ 3개월, 1년 전, 아니 2년 전에도 이 얘기를 또 썼다니.’알고 있는가. 내가 겨우 찾아낸 자기복제, 이미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있다. 자신을 제대로 안다는 건 이토록 어렵다. 1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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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한 글쓰기
신나리 지음 / 느린서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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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쓸 것인가를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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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도서관 - 도서관에서 보내는 일주일 날마다 시리즈
강원임 지음 / 싱긋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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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
도서관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공감 100000%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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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알베르 카뮈 지음, 안건우 옮김 / 녹색광선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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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 너무 당연해서 계엄을 ‘계몽‘이라고 옹호하는 이 가엾은 시대에 꼭 읽어봐야 할 책. 자발적으로 전체주의의 사슬에 묶이려는 작품 속 군중들의 모습에 소름이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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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현 2025-03-08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치행위다 이해력 딸리냐 책읽는다는 것이

백관수 2025-03-16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치 생각좀하자 책읽는다는게.

릴리 2025-05-15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치현씨 정신 차리세요...
 
계엄령
알베르 카뮈 지음, 안건우 옮김 / 녹색광선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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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란한 계엄 정국을 사느라 지친 상태에서 참으로 시기 적절하게 까뮈의 <계엄령>이 출간하였다. 반가운 맘에 보자마자 흥분했고,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깔끔한 번역이 가독성을 높여주어 독서를 시작하자마자 단숨에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원래 희곡은 이렇게 읽는 것을 추천한다. 연극 상연을 목적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공연을 보는 마음으로 중간에 끊지 않고 읽기.)


한 편의 우화 같은 이 희곡은 공포를 통치 수단으로 삼는 독재를 '페스트'라는 인물로 의인화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알다시피 페스트는 전염병이다. 독재를 사람들의 마음에 공포를 전염시키는 병에 비유한 것이다. 독재자 페스트는 그의 비서에게 사람들을 관리+감독하도록 한다. 비서는 데스노트를 들고 다니며 체제에 위협이 되는 존재들을 감염병자 취급하며 노트에서 그 이름을 삭제하고, 그러면 그 사람은 죽는다. 이러한 설정이 다소 만화적이고 풍자처럼 보여서 그로테스크한 코미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게다가 그리스 비극이나 중세극의 형식을 차용하여 우화적인 느낌을 더욱 강조하는데, 코로스의 등장이 바로 그러하다. 이런 극적 장치들은 관객에게 '계엄'과 '전체주의'가 무엇인지, 그것이 왜 위험한지를 쉽게 이해시킨다. 이 작품은 다분히 계몽적인 의도가 엿보인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꼭 좀 읽었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과 시쳇말로 '존똑'이기 때문이다. 


"당연하지, 이 여편네야. 똑같은 언어로 말을 하더라도, 누구도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니 말이야. 당신한테 똑똑히 말해 두겠는데 우리 정부는 지금 아무리 떠들더라도 상대편으로부터 어떠한 반응도 얻지 못하는 상태를 모두가 경험하게 되는 완벽한 상태에 도달하고 있어. 하나의 도시에서 서로 날을 세우는 두 개의 언어가 어찌나 집요하게 서로를 파괴하는지 결국에는 모두가 침묵과 죽음이라는 최후의 목표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나아가는 그런 상태를 말이야." 99p


정말 소름끼치게 그를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더욱 중요한 점은 까뮈가 이 작품에서 독재자인 패스트의 폭력과 권력욕만을 문제 삼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자 주인공 빅토리아의 판사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동생들과의 관계도 전체주의적 폭력의 양상을 보이며, 극의 마지막에 이르러서 데스노트가 민중에게 주어졌을 때 그들 또한 자기 맘에 안 드는 사람은 죽이려고 하는 폭력성을 보인다. 따라서 개개인이 깨어나 의식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한 누구나 전체주의적인 폭력성을 발휘할 수 있고, 그런 지도자에게 동조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인공 청년 디에고와 빅토리아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고, 혼란스런 폭압 사회 안에서 자신과 공동체를 지키려고 최선을 다한다. 그들이 지닌 유일한 무기는 사랑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었다. 디에고의 죽음과 함께 자유는 다시 찾아온다. 패스트는 떠난 것이지 죽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다시 돌아올 수 있음을 암시하며 떠난다. 


'디에고는 역시 죽어야 하는구나... ' 나는 씁쓸하고 마음이 아팠다. 우리나라도 지난 세기 내내 많은 디에고들이 죽으면서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이승만 때도, 박정희 때도, 전두환 때도. 참 많은 디에고들이 죽었다. 하여 디에고의 죽음은 우화가 아니다. 죽음은 우화가 될 수 없다. 


완전히 떠난 줄 알았던 패스트가 이렇게 황당한 방식으로도 돌아올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참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배우고 있다. 서로 정치적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지지하는 정당도 다를 수 있다. 당연한 거다. 그런 게 민주주의니까. 하지만 독재는 안된다!!!!! 그 어떤 것으로도 독재는 옹호될 수 없다는 것을 까뮈는 이 책을 통해 인류에게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시기 적절하게 이 책을 출간한 녹색 광선에게 박수를 보낸다. 게다가 이렇게 멋진 표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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