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 오리지널 31
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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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열아홉 살이었는데, 그가 날 훔쳤어.”

난 학생이었어. 이른 아침이었지. 대학 도서관에 가려고 주차장을 걸어가면서 음악을 듣고 있는데…….”

어쨌든 어떤 남자가 달려와서 도와달라는 거야. 개가 발작을 일으켰는데 죽을 것 같다면서.”(p.113)

 

아이는 아침마다 시리얼 100개를 세고 그릇에 우유를 담고 아기 예수에게 감사기도를 올렸다. 식사 후에는 양치질을 하고 엄마와 함께 노래 제목 맞추기 놀이, 천장으로 난 창으로 밖을 보고, 5권의 동화책은 내용을 외울 만큼 줄줄 읊는다. 책 속 세상에서 상상력을 키우며 방 안에서 터널과 요새를 짓고, TV를 보고 세상을 배우고, 가끔 찾아오는 거미, , 개미와도 즐거운 대화를 나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가로 11, 세로 11피트의 방안에서 모두 이루어졌다니!

 

대학생이었던 엄마는 어느날 학교 가던 길에 개가 발작을 일으켰다고 도와달라는 남자를 따라서 그의 트럭으로 갔다가 납치를 당해 7년 동안 감금당한 채 성폭행을 당해왔다. 잭은 그런 그녀의 두 번째 아이이다. 아놔, 아빠는 상상하기도 싫다.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가져다주는 음식으로 연명하고 성폭행과 폭력에 시달리던 그녀는 을 출산 후 아이를 살뜰히 보살핀다. 글을 가르치고 매일 조금씩 운동을 시키고 세상 밖으로 나갈 연습을 한다. 그녀에게 아이는 갇힌 삶에서 유일한 희망이자 살아야 할 이유였다.

 

나는 납치당했어요.”

우리는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죽은 척하기, 트럭, 빠져나오기, 뛰어내리기, 달리기, 사람, 쪽지, 경찰, 토치. 아홉 가지였다. 머릿속에 한꺼번에 다 넣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엄마는 당연히 할 수 있지, 넌 엄마의 영웅이니까, 다섯 살이니까, 라고 했다. 아직 네 살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p.158)

 

드디어 대탈출 계획은 성공하고 그 둘은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세상의 시선은 그들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고 그것은 엄마에게 상처가 된다. 엄마는 단절된 시간 동안 잊었던 자기 자신을 찾는 것과 엄마의 역할 사이에서 고뇌하면서 우울증이 깊어지게 된다.

계속 엉망이야. 너한테는 엄마 노릇을 해야 하는데, 동시에 어떻게 해야 내가 될 수 있는지 기억해 내려니까 자꾸만 이상해져.”(p.265)

 

대단하네요. , 여러 전문가들이 이상한 결단이라고 지적하는데요, 잭에게 가로 11, 세로 11피트의 방이 세상이고 나머지는 모두, 그러니까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 몇 권 안 되는 책에서 읽는 모든 것이 환상이라고 가르치셨어요. 아이를 속인 데 대해 죄책감을 느끼나요?”

잭을 바라보면서 아이의 근본을 마음 아프게 떠올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으신가요?”(p.283)

 

삶을 이어가고 살아낸 엄마에게 쏟아지는 격려와 함께 비난의 목소리도 있었는데 그저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으로서 그녀의 행동은 정말 대단하고 용감하니까.

 

좌절하고 힘들어하는 엄마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바로 잭이었다. 엄마의 원가족으로부터의 다정한 보살핌으로 하나둘씩 세상을 익히고 배워나가면서 엄마와 자신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사랑을 잭은 믿음과 신뢰로 확신하고 있었다.

 

난 요즘 항상 넘어져. 세상에는 발을 거는 게 많아.”

그래, 하지만 이 잔디는 아주 푹신하잖니. 넘어져도 다치지 않을 거다.”(p.372)

 

잭은 엄마의 손을 잡고 갇힌 공간이었던 그 방에게 안녕, 방아.” 하면서 그곳에서의 시간에 결별을 고함으로써 그들은 진정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어두웠던 시간을 묻고 잊으려는 엄마와는 다르게 직시하고 그것으로부터의 벗어남을 스스로 선택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가슴 벅찬 무언가가 올라왔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에는 잭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람들의 모습, 우리 사회에 당연한 것들이 사실은 삐뚤어진 것이었음을 알게 되어 암울하기도 해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었다. 그러나 단단한 신뢰와 믿음의 사랑은 결국 해낸다는 걸 느끼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2008년 오스트리아에서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소설은 다수의 상을 수상했고 영화로도 제작되어 세계 영화제 50개 부문을 수상한 작품이다.

 

 

@21_arte 아르테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엠마도노휴 #아르테 #소설 #아일랜드소설 #실화바탕 #스테디셀러 ##책추천 #hongeun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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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기 싫은 날엔 카프카를 읽는다 - 예술가들의 흑역사에서 발견한 자기긍정 인생론
김남금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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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즐기기 위해서는

나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대가

를 치르고 얻었을 때, 그것을 아는

것이야말로 삶을 즐기는 것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진짜 삶을 살기 위해, 나로 있을 수 있는 다정한 속삭임을 찾는다.

 

여러 작가, 화가 등 예술가들이 살아낸이야기에서 지금의 우리와 닮은 모습과 닿아있음을 발견한 저자는 그들의 위대한 업적 뒤에 감춰진 본연의 모습을 통해 답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를 건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어쨌든 파이팅이라는 말이 아닌 실질적으로 와닿는 날카로운 문장들을 발견함으로써 살아갈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다.

 

예술가들이 가진 남다른 기질들, 의외로(?) 규칙적인 삶을 살거나, 혹은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글을 썼던 다양한 이야기들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효하게 다가온다.

 

원하는 땀을 흘리기 위해서는 어쩌면 원하지 않는 일에 땀을 더 많이 흘리는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 시간이 괄호 처리가 될 뿐.’(p.42)

 

매일 똑같은 일의 반복과 일상에 지쳐갈 때. 무언가 나를 일으켜 세울 무용한 것이 있어야 함을 저자는 말한다. 힘이 나게 하는 그것. 나에게는 독서이고 독서 모임이다. 책을 읽고 나누는 것, 앎에 목말라 있었고 독서 허영심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원하는 것을 위해 나는 오늘도 보이지 않는 땀을 흘리고 내 삶을 즐겁고 풍성하게 할 책으로 파고든다. 책을 통해 나의 지금을 점검하게 되어 이 책이 어느 때보다 고맙게 느껴진다. 이러니 책을 읽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책에는 지겨운 밥벌이가 신성한 밥벌이가 되기까지’,‘일상의 감옥에 갇히는 사람 VS 일상을 이기는 사람’,‘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의 일부가 되는 법을 통해 자기긍정 인생론을 소개한다. 한편 한편 인생 선배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내 인생의 방향은 어디를 향하는가에 도착하게 된다. 관계에 지쳐 있을 때, 답이 없는 삶 속에서 나를 이끌어주는 문장들로 위로와 격려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는 이 책으로 다사다난했던 2024년을 마무리하게 할 수 있어서 감사한 날이었다.

 

삶의 방향을 찾을 때 자주 펼쳐보게 될 책 <출근하기 싫은 날엔 카프카를 읽는다>이다.

 

서른은 신체적으로 젊고, 정신적으로는 성장하는 시기이다. 우리는 성장을 현재보다 나은 물질적 상태로 여기곤 하는데 나는 성장을 다르게 정의하고 싶다. 진정한 성장은 자신감이 꺾이면서 내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멈추고, 나를 세상의 일부로 바라보기 시작할 때 일어난다. 세상이 뜻대로 굴러가지 않는 것을 깨닫고, 나의 뾰족한 부분을 갈아서 맞출 수 있는지 가늠하고, 지속적으로 사수할 만한 가치를 찾을 때 성장한다. (p.175)

 

명리학에서는 누구나 사계절을 지난다고 본다. , 지나는 계절의 순서가 다르다. 누군가는 겨울을 먼저 지나고, 봄을 나중에 지난다. 또 누군가는 여름부터 지난다. 비트겐슈타인은 주변과 어울리지를 거부하고 자신 안에서 평생 겨울만 지나는 생을 살았던 게 아닐까, 상상해 본다.

그렇다면 나는, 당신은 어떤 계절을 지나고 있을까? (p.191)

 

기적은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 기적이라고 이름 붙일 때. (p.210)

 

어떤 일을 겪어도 다음 날 일어나서 심호흡하며 나를 다독이고 삶의 전쟁터로 출전하는 성실함과 평범함이 있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어른의 삶을 살아내는 가장 흔하지만 소중한 재능이라고 말하고 싶다. (p.237)

 

@annes.library 앤의 서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출근하기싫은날엔카프카를읽는다 #김남금 #앤의서재 #인문학 #성공학 #자기긍정인생론 ##책친구 #hongeun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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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20만 부 에디션, 양장)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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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10년을 근무하며 미술관안의 작품들을 통해 얻은 사유와 경험을 담은 이 책은 온라인 독토 모임인 #평친클나쓰 의 도서 지원으로 읽게 되었다. 이렇게 내 손에 오려고 그동안 안 읽었던 걸까.

 

형의 죽음으로 상실의 늪에 빠진 저자가 선택한 것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었다. 넓은 전시실에서 예술품 앞에 그것들을 하루 종일 지켜보고 서 있거나 이동하거나 안내를 하는 일.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끝없이 탐구하고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주변의 인물들과의 관계로 커다란 구멍 같았던 상실은 일상으로 메워지게 된다. 저자가 찾아낸 자신만의 예술품을 보는 법, 위대한 그림과 삶, 두 가지 중에 어느 것이 더 위대한지 등.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드는 의문들을 저자는 깊이 사유하게 된다. 그런 질문들에 나 역시 한참을 고민하게 해 책장을 넘기다 말고 생각에 빠지게 된다.

 

-가끔 나는 어느 쪽이 더 눈부시고 놀라운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위대한 그림을 닮은 삶일까, 아니면 삶을 닮은 위대한 그림일까. (pp.171~172)

 

또한, 경비원 동료들과의 일과를 통해 하루하루 지금을 살아가는 것이 위대한 그림들 너머 거장들의 삶과도 닿아 있음을 깨닫게 된다. 거장 미켈란젤로 마저 그날의 일을 마치려고 고군분투했다고 한다.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만들어지는 운율을 깨닫는 것은 내가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될 것인지를 깨닫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삶에서 마주할 대부분의 커다란 도전들은 일상 속에서 맞닥뜨리는 작은 도전들과 다르지 않다. 인내하기 위해 노력하고, 친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사람들의 특이한 점들을 즐기고 나의 특이한 점을 잘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관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적어도 인간적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 (p.198)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소중함이 더없이 크게 느껴지는 지금, 매일이 두렵고 혼란스럽지만, 역사의 순간을 이어가고 있음을 기억하게 된다. 그저 유명한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저자와 함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거닐면서 말이다.

 

상실의 어두운 시간을 빛으로 물들게 하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관계의 힘이 아닐까. 소통을 통한 격려와 다정한 안부를 묻는 관심과 사랑만이 우리를 빛이 머무는 곳으로 안내하리라 믿는다.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다 그래, 괜찮아 질거야라는 공허한 말보다 매일의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든든한 곁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서 우리의 일상이 회복되기를 간절히 염원하게 된다.

 

그런 염원의 순간들 사이에서 저자의 시선을 따라 예술품들을 깊이, 예술가의 시선까지 맞춰봤던 순간의 여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하다. <나는 메트로폴리탄의 경비원입니다>라는 긴 제목만큼이나 말이다.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가는 저자의 다음 이야기 또한 기다려진다.

 

디테일로 가득하고, 모순적이고, 가끔은 지루하고 가끔은 숨 막히게 아름다운 일상. 아무리 중차대한 순간이라 하더라도 아무리 기저에 깔린 신비로움이 숭고하다 할지라도 복잡한 세상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돌아간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야 하고, 삶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p.326)

 

평친클나쓰의 독토를 통해 나온 질문들!

-나에게 미술관이란? 자주 가는지, 어떨 때 가는지?

-마음을 울린 그림이 있다면 그 이유와 함께 소개하기

-좋아하는 예술가가 있는지, 이유와 함께 소개하기

 

@woongjin_readers 웅진지식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나는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경비원입니다 #웅진지식하우스 #패트릭브링리 #평친클나쓰 #독서모임 #독서모임지원 #에세이 #20만부에디션 ##책친구 #hongeun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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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사전 - 기획자가 평생 품어야 할 스물아홉 가지 단어
정은우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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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에게 필요한 자질과 능력은 무엇이며, 마음을 사로잡는 기획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대학내일 인사이트전략본부 본부장, 국내 주요 대기업에 트렌드 리서치 및 영타깃 전략을 제시하는 기획자로서 다양한 공공기관과 함께 청년정책 관련 자문을 해온 저자는 2022년 대한민국마케팅대상 개인 부문 한국의 마케터를 수상했다. KBS라디오 성공예감에서 ‘MZ트렌드에 출연 중이며 다수의 대학에서 기획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책날개 작가소개 발췌>

 

기획은 한마디로 인간의 마음은 언제 움직이는가.”를 알아채는 작업이라고 한다. 그런 기획의 세계에서 인정받는 기획자로 살아남기 위해 소장해야 할 단어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냈다.

 

실무 사전 - 알 듯 말 듯 헷갈리는 실무 용어 다듬기

트렌드, 케이스 스터디, 문제정의, 인사이트,

콘셉트, 직관, 공감, 로그라인, 레이어,

페르소나, 이종교배

 

도구 사전 - 기획자의 강력한 무기가 되는 도구 설명서

필기구, 기록, 데이터, 언어, 편지, 수집,

루틴, 취향, 여행, 일기

 

태도 사전 좋은 기획을 만드는 마음가짐에 관하여

등속, 의심, 역치, 호기심, 크리에이티브,

객관화, 성장, 각오

 

기획자란 무엇인가를 읽어나가면서 일에 대한 고민과 함께 다양한 실례를 들어 설명해 기획자가 아닌 내게도 도움 되는 부분이 많았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을 보라는 게 아닌 나만의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 그것을 위해 시야를 넓힐 것, 즉 기획에 대한 자기만의 관점은 꼭 필요한 최소한의 자격이라는 점.

또한 라는 편견은 방해가 된다는 것. 내가 가진 생각이 소수일 수 있다는 것을 언제나 유념할 것, 이에 덧붙여 MBTI로 인간을 단순하게 분류하여 일반화하지 말 것 등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필요한 것들이었다. 기획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는 것도 와닿는 문장이었다. 이래서 내가 마케팅에 휩쓸려서 정신 못 차리는구나 싶었던 부분.

 

, 이제 내 기획이 필요한 단 한 사람을 떠올려야 한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기획 같은 건 애당초 없다. 다만 그 한 사람을 철저히 만족시킨다.”

 

이렇게 작정하고 덤비는데 안 넘어갈 수가!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

 

기획자에게도 힘든 순간은 많다. 실패를 거듭하기도 하고 클라이언트에게 계속 수정 요청이 들어올 수도 있다. 결과를 내는 일인 만큼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견디며 계속 하는 힘이 기획자에게 가장 필요한 에너지이고 저자는 이를 마음의 등속이라 표현한다. 대단한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아닌 그럼에도 꾸준히 하는 능력이 기획자의 재능이라는 것에 마음이 착하고 가라앉는다. 기획뿐이 아니라 무엇이든 그럼에도 하려는 마음이 태도 사전에 들어있다.

 

삶을 이어가는 것에 대한 저자의 태도에 밑줄 그어본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어쩌면 우리가 매일 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만나는 사람들과 나누는 것들이 하나하나 삶의 기획임을 느끼게 된다.

 

, 오랜 기간 기획자로서 일한 그는 실망스러운 평가를 두려워하는 후배들에게 자주 젓가락을 선물한다고 한다. 저전거를 배울 때는 어렵지만 막상 익숙해지고 나면 자전거를 타면서 음악을 듣거나 딴 생각을 하기도 하는 것처럼 젓가락질도 그렇다는 것. 배울 땐 고민되었던 것들이 어느새 몸에 익숙해져서 손에 붙은 듯 하지 않은가. 후배들에게 성장의 밑절미가 되어 습관화된 지식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젓가락을 선물한다고 한다.

 

@suobooks 수오서재에서 도서를 보내주셨습니다.

 

#기획자의사전 #정은우 #수오서재 #경제경영 #마케팅 #브랜드 ##책추천 #hongeun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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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 동남아 - 24가지 요리로 배우는 동남아시아의 역사와 문화
현시내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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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맛보는 다문화 체험을 목적으로 저자는 15년간 타지 생활을 하면서 동남아시아 친구들과 만들어 먹었던 가정식, 현지 조사 및 출장 때 반드시 찾았던 음식들 이야기를 풀어낸다. 소개 된 음식은 저자가 직접 먹거나 만들어 본 것이고, 되도록 한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고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정했다고 한다.

 

-차례

1. 개성이 담뿍 담긴 천연의 맛: 샐러드 이야기

2. 이주민의 애환이 담긴 고향의 맛: 국수 이야기

3. 국적과 인종을 뛰어넘는 아시아의 맛: 볶음밥 이야기

4. 세계를 사로잡은 소스와 향신료의 맛: 한 그릇 요리 이야기

5. 아시아를 닮은 행복의 맛: 디저트 이야기

 

다양한 음식들의 소개 중 각 나라들이 음식의 종주국 논쟁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원조를 둘러싼 나씨고렝 종주국 논쟁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사이에서 벌어졌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 사이에 잊을 만하면 재점화하는 김치 논쟁처럼 말이다.

 

원래 하나였던 문화권이 제국주의로 인해 분리되면서 생긴 현상이기도 하다. 중국 남부에서 시작된 볶음밥을 화교와 화인들이 동남아시아로 가져왔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하면서 나씨고렝의 현지화 과정에는 논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고 한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동남아시아의 국경선이 분명해졌고 무한 경쟁의 세계화 시대에 브랜드 파워는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갖게 되어 음식은 그 나라를 상징하는 소프트 파워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 소프트 파워인 음식이 주목받으면서 비슷한 음식을 공유하는 문화권 내에서 고유성문제가 제기되었고 이것이 종주국 논쟁으로 이어졌다. 인도네시아식 나씨고렝이 더 전통적인지 말레이시아 식이 더 진짜에 가까운지 말이다. 저자는 이런 질문들에서 어떤 것이 진짜 나씨고렝인지가 아니라 이런 질문 자체에 질문을 던져야 하지 않을까하고 묻는다. (p.141~151 발췌)

 

한 나라, 혹은 한 공동체의 음식은 그들이 속한 사회, 경제, 정치, 문화, 환경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음식 문화는 해당 공동체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상징이다. 그렇기에 음식과 사람, 그들이 속한 환경을 이해하는 것은 어떤 음식의 기원과 종주국을 가려내는 일보다 중요하다. (p.226)

 

19세기 후반 영국 통치하에 산업화를 경험한 미얀마에서 모힝가는 노동자 계급의 음식으로 자리 잡았으며 2차 세계 대전과 일본 점령을 겪고 1948년 영국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이루는 동안 대중화되었다고 본다. 워낙 사랑을 받은 탓에 1962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가 민간 영역 활동을 강력히 통제했지만, 모힝가 식당과 제조업체들은 허가를 내주어 계속 운영할 수 있었다고 한다.

 

모힝가는 메기 같은 민물 생선을 끓여낸 육수에 레몬그라스를 비롯한 각종 향신료를 넣고 맛을 낸 뒤 쌀국수를 넣어 만든 요리다. 뜨거운 국물 요리 모힝가는 미얀마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그리고 가장 많이 찾는 아침 식사다.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저렴한 음식이고 집에서도 만들어 먹기도 한다. 19세기까지는 요리책에서 찾아 볼 수 없던 서민 음식이었지만 지금은 미얀마에 가면 반드시 먹어봐야 하는 5대 음식 중에 하나로 명실상부한 미얀마 국민 음식이 되었다. (p.222~224 발췌)

 

군부 쿠데타로 인한 독재와 내전으로 무고한 희생을 치르고 경제 위기로 나라 전체가 휘청 거렸던 미얀마. 그런 미얀마 사람들의 속을 채웠던 소박한 음식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책 속 많은 아시아의 음식들이 훌륭하고 맛있어 보이고 그들 나라의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는데 미얀마에 이르러 오스스 소름이 돋았다. 민주화 노력을 끊임없이 하는 미얀마 사람들의 음식을 보면서 ‘12.3 내란 사태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으니까.

 

저자는 말한다. ‘어쩌면 그들의 음식에 대한 이해가 궁극적으로 그들이 처한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미얀마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과 음식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이 그들의 민주화 노력이 결실을 보는 데 끊임없는 지지를 보내는 원동력이 되듯이 말이다.’(p.227) 정치적 위기와 경제 위기에 가려진 미얀마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가져야 그들의 음식인 모힝가를 그들의 나라의 거리에서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만약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우리도 우리의 일상이 점거된 채 알려지지 않고 차단된 삶을 살았을 수도 있다. 음식을 먹어야 사람은 산다. 살아야 음식을 먹고 음식은 곧 그 사람의 삶이 된다. 그런 개인의 삶이 모여서 사회가 되고 문화가 되듯 우리의 민주주의로의 문화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었다.

 

@hanibook 한겨레출판사의 하니포터9기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미식동남아 #현시내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9#역사 #아시아사 #요리로배우는동남아시아 ##책친구 #hongeun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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