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포 투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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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의 작가 에이모 토울스의 단편집으로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두 도시를 배경으로 다양한 삶의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다. 먼저 읽었던 <모스크바의 신사>에 푹 빠져서 한껏 기대를 하고 읽었고, 단편이 주는 강렬함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찜통에 들어앉은 것 마냥 숨이 턱턱 막히는 일요일 오후에 남편과 아파트로 들어서는데 반대편으로 유모차가 보였다. 아이 엄마는 아기띠로 아이를 안고 유모차에 더 어린 아이를 태워서 오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나보다 백 배는 더 더워 보였고 자연스레 힘들었던 내 육아가 떠올랐다.

“그래도 저 때는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덜 힘들었는데…” 남편도 과거를 떠올렸나 보다. “아니, 난 그래도 지금이 더 좋아. 힘든 건 항상 있는 거고 지금은 지금의 좋은 것들이 있잖아. 이렇게 당신이랑 둘이서 운동도 가고.”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위로와 힘이 되어준 서로에게 우리가 한 것은 책에서 만난 문장처럼 다 괜찮아질거라는 듯 서로의 이마에 쪽 입을 맞추는 것이 아닐까. 암담한 구덩이로 속수무책으로 빠져드는 생각을 건져 올려 줄 가느다랗고 빛나는 줄처럼. 어떤 거창한 것이 우리를 구원하지는 않지 않나.


더운 날 아이 둘을 겨우 재우고 함께 마시던 시원한 맥주가 생각났다. 그때의 갈증을 몸이 기억하는 것일까.


일곱 편의 이야기는 드문드문 떨어진 점들이 어느새 하나의 선이 되어 머릿속이 환해지는 경험을 하게 한다. 그 과정은 결코 과장되지 않고 소란스럽지 않지만 강렬한 여운으로 남아 일상에서 문득 그 문장들이 떠오르게 한다. 내가 살고 바라보는 세상이 신기루가 되지 않도록 더 지금을 또렷이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음이다.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결국 테이블을 두고 서로 마주 했을 때 자기 삶에 나타난 새로운 사실과 직면한다는 저자의 말 또한 곱씹게 된다. 어떤 문제를 피하고 싶고 외면하고 싶었는데 직면하는 것에 용기를 내어보게 하는 문장이었다. 그것을 어서 테이블에 올려 놓을 날이 오기를.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으셨다면 그의 단편들을 꼭 만나보시길. 혹시 읽지 않으셨다면 단편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에이모 토울스를 만나는 좋은 시작으로 추천 드려요.

다정하고 줄 잘 서는 푸시킨과 작가가 되고 싶은 티모시의 이야기는 정말 놀라웠어요. <우아한 연인>의 이블린 로스의 새로운 이야기인 <로스앤젤레스>는 스릴러 느낌었고요. 아직 읽지 않은 <우아한 연인>구매했답니다.


@hdmhbook 현대문학의 서평단으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단편소설 #모스크바의신사 #우아한연인 #벽돌책 #책 #책추천 #hongeunkyeong


토미가 다시 베개를 베고 누운 뒤 나는 몸을 기울여 그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때로는 우리에게 그런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암담한 상황이라 해도 다 괜찮아질 것이라고 달래듯이 누군가가 머리에 쪽 입을 맞추는 것. 내가 최소한 그 정도는 해줘야 할 것 같았다. 10분 뒤면 나는 곤히 잠들겠지만, 토미에게는 아주, 아주 긴 밤이 될 테니까.p.217


살다 보면 시련이나 고난을 통해 교훈을 얻을 때가 많은데, 그런 교훈을 얻기 위해 치르는 대가를 가볍게 보면 안 된다. 하지만 사람이 살면서 끝내 배우지 못하는 교훈 중 적어도 절반은 마음만 달리 먹으면 쉽사리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통찰력은 나이를 먹으면 자연히 생긴다. 그때는 새로운 교훈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찬란함을 받아들일 시간도 기운도 없다. 따라서 우리는 대부분 스스로 만들어낸 무지 속에서 생을 마감할 운명이다.p.435


“착한 마음으로 입을 다문 사람들이 지금까지 제 인생을 가득 채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하지만 이 사람들이 무슨 이유로 입을 다물었든, 그건 모두 일종의 거짓말이었어요. 난 이제 그런 건 질렸어요. 모든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아무리 추악해도, 불편해도, 신경에 거슬려도,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듣고 싶어요. 시선을 피하고 싶은 일을 똑바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세상은 그냥 신기루가 되어버리니까요.”p.575

살다 보면 시련이나 고난을 통해 교훈을 얻을 때가 많은데, 그런 교훈을 얻기 위해 치르는 대가를 가볍게 보면 안 된다. 하지만 사람이 살면서 끝내 배우지 못하는 교훈 중 적어도 절반은 마음만 달리 먹으면 쉽사리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통찰력은 나이를 먹으면 자연히 생긴다. 그때는 새로운 교훈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찬란함을 받아들일 시간도 기운도 없다. 따라서 우리는 대부분 스스로 만들어낸 무지 속에서 생을 마감할 운명이다 - P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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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묻는다
정용준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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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폭력에 고스란히 놓인 아이들. 부모에게 사랑 받고 싶은 마음, 학대를 당해도 그 부모에게 돌아가고, 그런 그들을 사랑하는 아이들. 과연 사랑이 남긴 것은 무엇일까 질문하게 한다.


아동 학대를 다루는 프로그램의 작가인 유희진은 프로그램에 감정적으로 몰입하고 가해자들이 받는 처벌이 정당한가에 의구심을 갖는다. 그러던 중 아동 학대 가해자들의 행방이 묘연해지고 실종자들은 시체로 발견되기 시작한다.


누군가 아동을 학대한 범죄자들을 노리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실종자만 셋. 그중 하나는 며칠 전 스스로 강물에 뛰어들어 자살했다. 했을까? 당했을까?p.188


그녀 또한 엄마에게 학대 당한 피해자로 성인이 된 지금도 온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가장 잔인한 사람은 나를 모르는 타인이 아니에요. 나를 속까지 알고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죠. 잘 알고 이해하는 만큼 무엇에 약하고 절박한지 아는 거예요.p.84


무거운 주제로 읽어내기 쉽지 않았다. 상처 받은 아이의 말, 오랜 세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의 말, 피해자의 편에 선 이들의 말, 무심한 이들의 말 속에서 지금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과 지금 그런 폭력을 마주하고 있는 있는 우리들의 민낯을 만나게 된다. 해야 할 말인데 하지 못하는 말이 되어버린 말들이 도처 널려 있다. 부모라는 이유로 가장 약한 존재를 무참히 짓밟는 이들이 ‘말’하는 ‘사랑’은 무엇을 남겼나. 그런 사랑을 받은 아이들은 차가운 존재가 되어버려 다시 ‘사랑’ 을 배울 시간조차 없는데.


제목으로 시작해서 작가는 묻는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이대로는 아니지 않냐고. 연일 보도되는 뉴스들 틈에서 밀려나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사건들도 엄연히 존재하는 사건이다. 찾아보고 얘기하고 나눠야하는데 소홀히한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당연히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임을 깨닫는다.


스릴러 소설 같은 긴장감으로 읽었다. 책을 덮고 드는 질문들은 내면으로 향하다가 밖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었고 사회 구조에 대한 질문으로 남게 된다. 어쩌면 사회가 우리를 비밀로 단단히 묶어둔 것은 아닐까? 집단 최면처럼 그것을 지킬 수 밖에 없는 그런 무섭고 단단한 비밀. 그것을 벗어나는 방법은 그것의 어두운 부분을 밝히는 것 뿐.


비밀은 사람을 보호합니다. 비난과 오해로부터 삶을 지켜주는 단단한 상자죠. 그러나 비밀은 결국 사람을 좁고 어두운 사각에 가두게 합니다. 제 힘으로는 나올 수 없어요. 나을 수 없는 병과 같죠. 밝혀져야만 벗어날 수 있어요. p.245


법은 법이 아닙니다. 사람일 뿐이죠. 경찰의 발과 변호사의 입. 검사의 손과 판사의 머리. 그렇게 조립된 인간이 정의롭고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현명하고 인간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불기소와 불구속. 들어갈 땐 떠들썩해도 결국 집행유예로 조용히 풀려나는 죄인. 아무도 모르게 보석으로 풀려나 집으로 돌아가는 악인. 무수히 봤습니다. 법이라는 이름의 인간은 인간에 대해 몰라요. 관심도 없고요. 그런데 그가 판단하는 것이 정의라고요? 그가 곧 법이니까?p.90


@anonbooks_publishing 안온북스 서평단으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정용준신간 #장편소설 #사회문제 #아동학대 #토기장이 #책 #책추천 #hongeun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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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시간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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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너무늦은시간 #클레어키건 #허진_옮김 #다산북스


"우리가 아는 것, 항상 알았던 것, 

피할 수 없지만 받아들일 수도 없는 것은 

옷장만큼이나 명백하다. 

한쪽은 사라져야 한다." _필립 라킨 ,<새벽의 노래Aubade>


다양한 남녀 관계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1999년에 출간된 <남극>에 실린 작품과 2022년 <뉴요커>에 발표된 표제작 <너무 늦은 시간>, 2007년에 출간된 <푸른 들판을 걷다>의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묶어서 2023년에 출간한 단편집이다. 약 10년씩의 시차를 두고 있다. 긴 시간의 차이를 두고도 변치 않는 주제는 바로 우리 사회에 깔려 있는 불편함이다. 건조하지만 차갑고 담담한 키건의 단편은 책을 다 읽고 나면 다시 첫 페이지를 펼치게 한다. 단연코!


“우리한테 투표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믿든, 설거지를 돕지 말아야 한다고 믿든, 결국 파보면 다 같은 뿌리야.”p.39_<너무 늦은 시간>


<너무 늦은 시간>속의 주인공 카헐은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 사빈과 결혼하지 못하고 외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가 여성을 대하는 모습에 깔린 여성 혐오가 아버지에게서부터 익숙하게 몸에 배었음을 알 수 있다. 어머니가 넘어지는 모습을 보며 웃던 형제와 아버지를 떠올리면 말이다. 


오늘 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여자에게 가끔 필요한 것, 즉 칭찬이었다. 뻔뻔스러운 거짓말로도 충분했을 것이다.p.78_<길고 고통스러운 죽음>


여성에게 무례하고 오만하고 폭력적인 남성을 보여주는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에서의 독일인 교수는 주인공에게 불쑥 찾아와서 시간을 빼앗고 친절하게 대하는 주인공 여성 작가에게 무례하게 군다. 그런 모습에 바로 엊그제 경험한 일이 떠올랐다. 도서관 로비에 마련된 간행물실에는 대개 나이 많은 남자 노인들이 잡지를 보거나 신문을 본다. 그 바로 옆에는 어린이들의 레고 놀이 코너가 있다. 아이들이 레고 놀이 하면서 크게 얘기를 하자 남자 노인 하나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여기가 너희 집이냐? 왜 떠드는 아이를 조용히 시키지 않으냐! 다들 조용히 있는데 왜 떠드냐!” 며…아이 엄마는 여기는 공용 공간으로 아이들이 레고 놀이를 할 때 소란스러울 수 있다는 안내 문구를 가리키며 대화를 시도했으나 남자 노인은 막무가내였다. 결국 아이들은 쫓겨나듯 자리를 떠났고 남자 노인은 읽던 조선일보를 편안히 읽다가 나갔다.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아이들을 도서관에서 내쫓는 건 저런 어른들이 아닐까 싶어서 씁쓸함이 남았고 그 자리에 있었던 나는 그 노인에게 아무 소리도 못한 것에 부끄러웠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던 여자는 집을 떠날 때마다 다른 남자와 자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다음 주말에 그 답을 알아내기로 결심했다.p.8_<남극>


<남극>의 주인공 여성은 가정주부로 다른 도시로 떠나며 일탈을 꿈꾸며 바에서 낯선 남자를 만난다. 그와 하룻밤을 보내고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그녀의 의도와는 반대로 그녀는 그곳에 묶이고 마는데…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주변을 지나치는 이들의 얼굴을 한 번 더 슬쩍 쳐다보게 된다. 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면은 어떻게 드러나게 될까. 왜 사람들은 웃지 않고 입을 꾹 다물고 걸을까. 누군가의 얼굴을 쳐다보면 오히려 무례하다고 느끼는 이 문화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신발에 들어간 돌멩이처럼 불편함이 전해지는 건 그녀의 문장이 던진 화두일 것이다. 이제 이 불편함을 제거해야 하지 않을까.


출판사에서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ekida_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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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사소한것들 #맡겨진소녀 #푸른들판을걷다 #영미소설 #단편소설 #책 #책추천 #hongeun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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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의 보름
R. C. 셰리프 지음, 백지민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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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구월의보름 #RC셰리프 #백지민_옮김 #다산북스


스티븐스 가족의 연례 행사인 여름 휴가 떠나기 준비부터 휴가를 떠나며 겪는 일련의 과정들, 휴가지에서의 하루하루를 보여주는 소설로 어떤 극적인 사건 하나 없이 그들의 일상을 다룬다.


역으로 향하던 중 화장실 창문을 닫았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서 계속 고민 중이었던 스티븐스씨는 기차에 올라서 자신의 집의 화장실 창문이 닫힌 걸 보고 안심하고 여행에 집중한다. 아내 역시 기차 안에서 남편을 바라보며 남편이 진실로 행복한지 고민에 빠지고, 잠든 아내를 바라보며 그녀를 처음 만난 날을 떠올리는 스티븐스씨는 잠에서 깨어난 아내와 눈을 맞추고 미소를 짓는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모습들을 저자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문장들을 읽으며 피식하고 웃게 되고 어느새 이 가족의 여행에 빠진 나를 발견하게 된다.


아버지가 소개한 직장이 성에 차지 않고 오히려 부끄러운 장남과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에 가슴 설레이는 딸, 그리고 즐겁기만 한 막내. 이 가족은 각자의 고민이 있음에도 서로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이 해마다 오는 이 여행지의 숙소 또한 낡고 그들에 마음에 꼭 드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그곳을 지킨 주인장을 배려하고 그들은 다정함으로 서로를 보듬는다. 


결코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으로 일 년 내내 기다렸던 여름 휴가를 즐겁게 보내기 위해 세심하게 계획하고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와 내 가족을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날카로운 말을 하고 외면하고 방치한 것들이 머릿속을 떠다니면서 납작해진 마음에 얼굴을 붉어진다. 이 소설을 들고 다니면서 읽으면서 나의 휴가, 나의 가족, 내 주변의 사람들을 떠올리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나를 바라게 된다.


얼마 전 모임에서 예의 없이 굴고 배려심 없는 이와 함께 지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따끔하게 얘기를 해야 한다는 의견과 그와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의견, 또 어느 정도까지 챙겨야 할지 의문이 든다는 다양한 말들이 나왔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이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반대로 나를 이해하려는 이들이 없다면 또 얼마나 슬플지 상상해봤다. 단편적인 얘기로 결론을 내기는 어렵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에 주목하게 된다. 그 사람은 왜 그럴까라는 이야기를 한참 하고 결론을 냈는데, 결국 다정한 행동을 해보기로 했다. 먼저 손 내밀어 보기로. 서로를 다치게 하는 순간들이 없었으면, 긍정의 시선으로 서로를 대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믿어보기로 한다. 스티븐스 가족처럼.


*출판사에서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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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만으로도 그 누구에게든 충분히 좋은 날이 아닌가? 즐거움과 흥분이 충분하지 않은가?p.48


인생의 황금 같은 시간은 기억이 꼭 붙들 수 있는 예리한 윤곽을 남기지 않는다. 읊조린 말들도, 작은 몸짓이며 생각도 남지 않으니, 깊은 감사함만이 시간에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머무른다.p.342


태양에 그을린 아버지의 얼굴을 건너다볼 때 그가 떠올린 것은 바다와 모래사장, 튀어오르는 크리켓 공과 웃음소리의 외침들, 산책용 지팡이들과 낚싯대들과 파닥이는 연들, 흥미진진한 경기들과 취미들, 아버지가 겨울철 저녁에 그들에게 소리 내어 읽어준 책들이었다. p.368


#가즈오이시구로추천 #다정함 #여름휴가 #여행 #책 #책추천 #hongeun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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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들의 도시
김주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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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도서 #밤새들의도시 #김주혜 #김보람_옮김#다산북스


발레 슬리퍼를 신자 발에 생생함과 기민함이 돌아오며 바닥과 연결되고, 무릎뼈가 들리며, 골반이 열린다. 어깻죽지가 편편히 펴지고 당겨져 내려가며 목은 길고 곧게 선다. 엄청난 안도감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촛불이 어느 바람 한 줄기에 확 커졌다가 다시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나도 순간 나란 존재를 다시 알아본다.p.42


2년 전 사고를 당해 은퇴를 선언한 세계적인 발레리나 나탈리아 레오노바(나타샤)가 자신이 추락했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과거, 현재, 미래가 객차처럼 순서대로 흐르지 않고 서로서로 반투명하게 겹쳐져 있다. 몇 년전의 일은 어제처럼 생생하게 가깝게 느껴지고, 내일은 몇 년 뒤처럼 아득히 멀게 느껴진다.p.19

어릴 적 처음 발레를 했던 순간, 높이 날아올라 점프하던 순간의 자유로움을 느꼈던 그 가슴 벅차오르는 기억, 함께 발레를 했던 니나, 소피아 그리고 세료자와의 기억은 위의 문장들처럼 겹쳐진 기억들로 나탈리는 어떤 기억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툭툭 튀어나오는 이야기들로 나타샤의 현재와 과거를 따라가 본다. 현재 그녀는 사고의 후유증으로 약 없이 잠이 들 수 없고 잠이 들면 악몽에 시달린다.


잠이 들고 나면 검은 새들이 나타나 나를 에워싸고, 그들의 깃털이 내 눈, 목, 등에 부대끼며 내 숨통을 조인다. 이른 봄, 굳은 땅을 뚫고 나오는 크로커스처럼 깃털이 내 살갗에서 터져 나온다. 내 팔은 날개가 되고, 내 입술은 딱딱하게 굳어서 부리가 된다. 날아보려고 애쓰던 나는 결국 영겁하게 느껴지는 시간 동안 검은 깃털을 흩뿌리고 소용돌이를 그리며 하염없이 추락한다. p.120


세계적인 발레리나가 되기까지 그녀의 여정은 앞만 보고 달리는 기차와 같았다. 홀로 남겨지지 않으려 먼저 떠나는 방법으로 인간관계를 이어가면서 성공만 바라보고 자신을 모두 갈아 넣어 발레를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그것이 자신을 소모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그러던 중 찾아온 사랑, 사샤와 파리에서 화려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고 그녀는 또다시 혼자임을 느끼게 된다. 러시아에서 파리로 이어진 그녀의 발레 인생은 계속 무대 위에서 펼쳐지고 그녀는 거침없이 앞으로만 나아간다.


엄마와의 소원한 관계, 누구인지도 몰랐던 아버지의 존재를 알게 되고, 사랑했던 사샤의 배신, 삶과 예술의 모호한 경계, 극단 내의 정치적 관계에 더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또한 예술계에 영향을 미쳤다. 나타샤는 발레리나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예술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그 안에서 날아오르는 자유를 통해 그녀는 예술로서 승화 되는 반면 무대 뒤에 모습에서는 허망함을 느끼는 한 인간이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 예술인으로서의 삶에서 자신이 이룬 것을 관조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에 책장을 넘겼다. 겹쳐진 듯 흐릿한 그녀의 삶에서 함께 답답함을 느낀 건 어쩌면 내 모습이 비쳐서 일 것이다. 삶과 예술을 떼어낼 수 없었던 그녀처럼 나 역시, 그리고 우리 모두 삶과 떼어낼 수 없는 다양한 것들을 함께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으니까.


다시 돌아온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지젤>을 맡은 그녀는 과연 성공적으로 재기할 수 있을까? 한 여자의 삶을 따라가면서 같이 웃고, 절망하고, 가슴 설레고, 답답해하며 소설을 읽었다. 발레는 잘 모르지만 발레를 향한 나타샤의 열정에 어느새 취해 사샤를 욕하고 드미트리를 미워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혼자서는 살아갈 없을 깨닫게 해주는 친구 다정한 니나와 스베타 이모에게도 애정이 느껴진다.


“오늘은 점프할 수 있을까?” 라며 불안해하며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는 나타샤에게 다정한 위로를 보낼테다.그리고 치열한 삶을 살아낸 그녀를 떠올리며 <지젤>을 검색해서 들어본다. 그리고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행운의 메시지를 보낸다.


토이,토이,토이!


우리는 서로 손을 꽉 잡고, 씩 웃는다. 이 모든 것 때문에. 삶의 모든 아름다움과 비극은 ‘어떻게 될 수 있었는지’와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의 간극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내가 꼭 말하고 싶은 건, 그 간극이 대부분 아름답다는 사실이다. p.500


아무리 위대한 예술 작품이라도 끝이 있는 법이다. 사실, 위대하려면 반드시 끝나야 한다. 그러나 삶에는 결코 끝이 없다. 한 가닥의 실이 매듭지어지고 다른 가닥이 끊기더라도, 영원히 흐르는 음악에 맞춰 계속 엮이며, 오로지 무한대의 높이에서만 그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p.519


*출판사에서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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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문학상 #야스나야폴라냐상 #책 #영미문학 #책추천 #hongeun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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