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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묻는다
정용준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6월
평점 :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폭력에 고스란히 놓인 아이들. 부모에게 사랑 받고 싶은 마음, 학대를 당해도 그 부모에게 돌아가고, 그런 그들을 사랑하는 아이들. 과연 사랑이 남긴 것은 무엇일까 질문하게 한다.
아동 학대를 다루는 프로그램의 작가인 유희진은 프로그램에 감정적으로 몰입하고 가해자들이 받는 처벌이 정당한가에 의구심을 갖는다. 그러던 중 아동 학대 가해자들의 행방이 묘연해지고 실종자들은 시체로 발견되기 시작한다.
누군가 아동을 학대한 범죄자들을 노리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실종자만 셋. 그중 하나는 며칠 전 스스로 강물에 뛰어들어 자살했다. 했을까? 당했을까?p.188
그녀 또한 엄마에게 학대 당한 피해자로 성인이 된 지금도 온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가장 잔인한 사람은 나를 모르는 타인이 아니에요. 나를 속까지 알고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죠. 잘 알고 이해하는 만큼 무엇에 약하고 절박한지 아는 거예요.p.84
무거운 주제로 읽어내기 쉽지 않았다. 상처 받은 아이의 말, 오랜 세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의 말, 피해자의 편에 선 이들의 말, 무심한 이들의 말 속에서 지금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과 지금 그런 폭력을 마주하고 있는 있는 우리들의 민낯을 만나게 된다. 해야 할 말인데 하지 못하는 말이 되어버린 말들이 도처 널려 있다. 부모라는 이유로 가장 약한 존재를 무참히 짓밟는 이들이 ‘말’하는 ‘사랑’은 무엇을 남겼나. 그런 사랑을 받은 아이들은 차가운 존재가 되어버려 다시 ‘사랑’ 을 배울 시간조차 없는데.
제목으로 시작해서 작가는 묻는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이대로는 아니지 않냐고. 연일 보도되는 뉴스들 틈에서 밀려나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사건들도 엄연히 존재하는 사건이다. 찾아보고 얘기하고 나눠야하는데 소홀히한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당연히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임을 깨닫는다.
스릴러 소설 같은 긴장감으로 읽었다. 책을 덮고 드는 질문들은 내면으로 향하다가 밖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었고 사회 구조에 대한 질문으로 남게 된다. 어쩌면 사회가 우리를 비밀로 단단히 묶어둔 것은 아닐까? 집단 최면처럼 그것을 지킬 수 밖에 없는 그런 무섭고 단단한 비밀. 그것을 벗어나는 방법은 그것의 어두운 부분을 밝히는 것 뿐.
비밀은 사람을 보호합니다. 비난과 오해로부터 삶을 지켜주는 단단한 상자죠. 그러나 비밀은 결국 사람을 좁고 어두운 사각에 가두게 합니다. 제 힘으로는 나올 수 없어요. 나을 수 없는 병과 같죠. 밝혀져야만 벗어날 수 있어요. p.245
법은 법이 아닙니다. 사람일 뿐이죠. 경찰의 발과 변호사의 입. 검사의 손과 판사의 머리. 그렇게 조립된 인간이 정의롭고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현명하고 인간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불기소와 불구속. 들어갈 땐 떠들썩해도 결국 집행유예로 조용히 풀려나는 죄인. 아무도 모르게 보석으로 풀려나 집으로 돌아가는 악인. 무수히 봤습니다. 법이라는 이름의 인간은 인간에 대해 몰라요. 관심도 없고요. 그런데 그가 판단하는 것이 정의라고요? 그가 곧 법이니까?p.90
@anonbooks_publishing 안온북스 서평단으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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