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은 시간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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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것, 항상 알았던 것, 

피할 수 없지만 받아들일 수도 없는 것은 

옷장만큼이나 명백하다. 

한쪽은 사라져야 한다." _필립 라킨 ,<새벽의 노래Aubade>


다양한 남녀 관계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1999년에 출간된 <남극>에 실린 작품과 2022년 <뉴요커>에 발표된 표제작 <너무 늦은 시간>, 2007년에 출간된 <푸른 들판을 걷다>의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묶어서 2023년에 출간한 단편집이다. 약 10년씩의 시차를 두고 있다. 긴 시간의 차이를 두고도 변치 않는 주제는 바로 우리 사회에 깔려 있는 불편함이다. 건조하지만 차갑고 담담한 키건의 단편은 책을 다 읽고 나면 다시 첫 페이지를 펼치게 한다. 단연코!


“우리한테 투표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믿든, 설거지를 돕지 말아야 한다고 믿든, 결국 파보면 다 같은 뿌리야.”p.39_<너무 늦은 시간>


<너무 늦은 시간>속의 주인공 카헐은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 사빈과 결혼하지 못하고 외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가 여성을 대하는 모습에 깔린 여성 혐오가 아버지에게서부터 익숙하게 몸에 배었음을 알 수 있다. 어머니가 넘어지는 모습을 보며 웃던 형제와 아버지를 떠올리면 말이다. 


오늘 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여자에게 가끔 필요한 것, 즉 칭찬이었다. 뻔뻔스러운 거짓말로도 충분했을 것이다.p.78_<길고 고통스러운 죽음>


여성에게 무례하고 오만하고 폭력적인 남성을 보여주는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에서의 독일인 교수는 주인공에게 불쑥 찾아와서 시간을 빼앗고 친절하게 대하는 주인공 여성 작가에게 무례하게 군다. 그런 모습에 바로 엊그제 경험한 일이 떠올랐다. 도서관 로비에 마련된 간행물실에는 대개 나이 많은 남자 노인들이 잡지를 보거나 신문을 본다. 그 바로 옆에는 어린이들의 레고 놀이 코너가 있다. 아이들이 레고 놀이 하면서 크게 얘기를 하자 남자 노인 하나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여기가 너희 집이냐? 왜 떠드는 아이를 조용히 시키지 않으냐! 다들 조용히 있는데 왜 떠드냐!” 며…아이 엄마는 여기는 공용 공간으로 아이들이 레고 놀이를 할 때 소란스러울 수 있다는 안내 문구를 가리키며 대화를 시도했으나 남자 노인은 막무가내였다. 결국 아이들은 쫓겨나듯 자리를 떠났고 남자 노인은 읽던 조선일보를 편안히 읽다가 나갔다.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아이들을 도서관에서 내쫓는 건 저런 어른들이 아닐까 싶어서 씁쓸함이 남았고 그 자리에 있었던 나는 그 노인에게 아무 소리도 못한 것에 부끄러웠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던 여자는 집을 떠날 때마다 다른 남자와 자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다음 주말에 그 답을 알아내기로 결심했다.p.8_<남극>


<남극>의 주인공 여성은 가정주부로 다른 도시로 떠나며 일탈을 꿈꾸며 바에서 낯선 남자를 만난다. 그와 하룻밤을 보내고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그녀의 의도와는 반대로 그녀는 그곳에 묶이고 마는데…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주변을 지나치는 이들의 얼굴을 한 번 더 슬쩍 쳐다보게 된다. 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면은 어떻게 드러나게 될까. 왜 사람들은 웃지 않고 입을 꾹 다물고 걸을까. 누군가의 얼굴을 쳐다보면 오히려 무례하다고 느끼는 이 문화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신발에 들어간 돌멩이처럼 불편함이 전해지는 건 그녀의 문장이 던진 화두일 것이다. 이제 이 불편함을 제거해야 하지 않을까.


출판사에서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ekida_library

@dasan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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