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들의 노래 - 서지 않는 열차를 멈춰 세우며
홍은전 지음, 훗한나 그림, 비마이너 기획 / 오월의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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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해방운동을 하는 6명의 장애인 당사자의 육성이 들리는 것 같은 책. [전사들의 노래-서지 않는 열차를 멈춰 세우며]이다. 홍은전작가의 [노란 들판의 꿈], [그냥, 사람]을 읽으며 독서동아리 토론을 했었다. 또 다른 투쟁의 역사책이 나와서 얼른 읽어보게 되었다. 가독성은 좋으나 읽어 내려가기가 힘들어서 책을 덮었다가 다시 보기를 몇 번. 속상하고 부끄럽고 변하지 않는 사회 구조에 화가 났다. 하지만 그들이 전사가 되어서 살기 위해 함께 이뤄낸 것들을 읽으며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죽지 않고 살아서, 하나의 존재로 가치를 느끼고 운동을 통해 세상을 바꿔나가는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가슴이 뜨거워진다.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고 그들은 계속 싸울 것이며 나는 응원한다.

"장애인운동은 내 삶을 구할 수 있을까요?"
이야기의 완성은 듣는 사람의 몫이다. 동료들이 이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주었으면 좋겠다. ‘한 사람의 선택과 결단이 얼마나 많은 걸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이 바로 노금호’ 라고 했지만, 노금호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가장 소중한 것은 각자의 어려움을 혼자서 극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이 이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이다. - P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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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면 유쾌한 할머니가 되겠어 - 트랜스젠더 박에디 이야기
박에디 지음, 최예훈 감수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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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면 유쾌한 할머니가 되겠어/박에디/창비


무엇보다도 이 자신감은 트랜스젠터의 길을 걷겠다고 온열이가 에디가 된 순간부터 생겨났던 것 같다. 나의 삶을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성소수자들을 주변에 많이 두기 시작하면서 내 삶에는 어느덧 든든한 울타리가 생겼다. (중략) 삶의 굳은살이 생긴 지금은 안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걸. 지금의 나에게는 내 정체성에 대한 자긍심이 있다. (p.59)

 

나는 성소수자 커뮤니티 안에서도 너무나 많은 혐오의 말을 들었고, 그 말들을 내면화했다. 세상이 너희는 혐오스런 존재라고 지속적으로 가스라이팅을 했기 때문일까. 트랜스젠더 커뮤니티 안의 자기혐오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p.141)

트렌스젠더의 우울증 문제를 호르몬의 부작용으로만 치부하다니. 사실은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세상이 더 문제인 것 아닌가? 세상에 대고 혐오를 멈추라고 외쳐야 하는 게 맞지 않나? (p.143)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해선 사회가 내게 강요하는 것을 의심하고 거부할 줄 알아야 한다. (p.150)

 

무엇이 가장 불편하세요?”

일단 내 몸과 계속해서 싸우고 있고, 내가 표현하는 성별과 주민등록상의 성별이 일치하지 않아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분을 확인받아야 하는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남들보다 더 많은 설명을 해야 하고, 의료진단서를 갖고 다니면서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일이 힘겹다. 덧붙여 나의 존재를 혐오하는 이들과 마주칠까 봐 늘 일상에서 긴장감을 느끼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시군요. 어려우실 것 같습니다. ”(p.211)

 

내게 잘사는 삶의 기준은 늘 최저 수준으로 잡혀있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잘 살고 있다는 것. 너무나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남들이 찾으라는 보물 말고 내가 정한 보물을 찾는 게 더 의미 있다. 나는 앞으로도 삶에서 찾은 반짝이는 보물을 사람들 앞에 자긍을 담아, 애정을 담아 자랑하며 살아갈 것이다. (p235)

 

나이가 들어 꼬부랑 할머니 트랜스젠더가 된다면 어떨까. ‘라떼는이야기를 많이 하는 삶, 그러니까 일종의 증언자가 되어 보고 싶다. ‘옛날옛날에~트랜스젠더들이 화장실도 못 갔던 시절에~’로 말문을 열거나 그땐 진단서를 꼭 받아야 호르몬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니까요’ ‘수술을 안 하면 성별정정도 안해주던 시대였어요’‘트랜스젠더란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가정폭력을 당하는 사람도 있었죠라고, 내가 호들갑스럽게 옛날이야기를 늘어놓으면 사람들이 정말 그런 때도 있었어요?’라며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봐주면 좋겠다. 내가 바라는 미래는 이런 일들을 겪지 않아도 되는 희망찬 미래니까. 모질고 답답한 삶의 여정이 역사의 한줄로만 읽히는 날이 온다면 나이 듦도 나쁘지 않겠지. (p240)

 

우리는 우리의 안전과 당연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시끄럽게 소란을 피우며 견뎌야 한다. (p241)

 

35선의 트랜스젠더 커뮤니티를 상징하는 깃발을 모티브로 책은 옆면에서 보았을 때 그 깃발의 모습을 하고 있다. 남들과 다른 나를 인식하고 끊임없이 로 나아가는 사람 박에디의 이야기. 성별 고민을 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공익활동가로서, 트랜스젠더 당사자로서 에디의 이야기는 거침없이 솔직하다. 우울하고 방황하는 모습, 정체성의 혼란, 사회의 따가운 시선, 가족 안에서의 커밍아웃, 든든한 공동체를 만들고 트랜스젠더로 수술하기는 이야기까지.

트랜스젠더로 사회의 날카로운 시선과 혐오 속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현재 진행형 성장드라마이기도 한 에디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에디와 앨리스>로 제작되고 있다고 하니 곧 극장에서 만날 에디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우리는 우리의 안전과 당연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시끄럽게 소란을 피우며 견뎌야 한다.’는 에디의 표현이 마음에 콕 와 닿았다. 사회가 규범 지어 놓은 것이 아니면 정상성을 부여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여기에서 우리는 소란을 피우고 끝없이 항의하고 견딘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옛날에는 말이야~’ 하면서 얘기 하는 유쾌한 라떼 할머니 에디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창비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간혹 사람들은 나에게 이렇게 사는 게 너무 힘들지 않느냐고 묻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인생은 언제나 미래가 두려운 삶이다. 참고할 수 있는 롤모델도 거의 없고,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내가 처음으로 이 길을 걷는 사람이 된 것만 같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열심히 둥글둥글하게 살면 괜찮겠지 싶다가도, 그게 마냥 쉽지만은 않다. 트랜스젠더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칼날처럼 날카로우면서도 한없이 가볍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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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면 큰일 나는 줄 알았지 - 오늘의 행복을 찾아 도시에서 시골로 ‘나’ 옮겨심기
리틀타네 (신가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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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내용일지 너무 기대됩니다!! 일상에서 지친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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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포옹
박연준 지음 / 마음산책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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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포옹/박연준 산문/마음산책


공부하()는 어른은 낡지 않는다. 몸은 늙어도 눈은 빛난다. 공부를 내려놓은 어른은 눈빛부터 굳는다. 내가 아는 어른 중에 누군가 얘기하면 상체를 숙이고 귀를 기울여 듣는 이가 있다. 나는 그의 태도로 귀를 기울이다란 표현을 체감할 수 있었다. 남의 말을 듣고 공들여 밖을 보는 것이 공부라면, 그는 늘 공부하는 사람이었다. (p.97)

 

기분이 좋은 일, 네가 행복해지는 일을 더 많이 찾아서 하렴. 어른들이 쓸데없다고 나무라는 일,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아도 재밌다고 생각하는 일을 많이 해보렴. 책상을 벗어나 걸어 다니렴. 어른들이 오랫동안 수갑을 채워놓은 죄의식을 풀어버리렴. ‘마땅히라는 말을 바다에 던져버리렴. 걱정과 불안 때문에 현재를 달달 볶는 일은 그만두렴. 나아갈 때는 전진만 있는 게 아니란다. 지그재그로 춤추듯 깡충거리며 나아가도 되고, 멀리 돌아가도 괜찮아. 시간은 얼마든지 많단다. 후진했다 다시 나아가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부디 나처럼 걱정이 많은 어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괜찮아, 정말 괜찮아.”

내가 자라면서 충분히 듣지 못한 말을 해줄 것이다. (p106)

 

무언가를 하기에 적당한 때란 기다려도 오지 않는 고도와 같다. 일단 시작해버리는 때, 그때가 바로 적당한 때란 걸 알았다. (p.130)

일단 해야 한다. 그게 무엇이든. 그다음, 어떤 순간이 오는지 눈을 크게 뜨고 바라봐야 한다. (p.136)

 

누군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처음 극장에서 본 영화를 물어보라. 이야기 중에 그를 이루는 구성 성분의 씨앗을 보게 될지도 모르고 그가 자란 시대의 얼굴, 문화의 흐름이 같이 따라와 익숙한 듯 새로운 풍경을 보여줄 수도 있을 테니까.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p.156)

 

 

내가 처음 본 영화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인어공주이다. 처음 지하철을 타고 친구들끼리 종로에 가서 웬디스에서 햄버거와 밀크쉐이크를 먹고 극장에서 인어공주를 봤다. 현란한 화면과 아름다운 노래들이 나오는 만화영화이다. 부잣집 친구의 초대로 갈 수 있었는데 가난했던 나는 시내 구경도, 햄버거와 밀크쉐이크도, 영화도 정신없이 몽롱했던 기억이다. 다 처음인 내게 영화라는 낯선 경험은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보다는 어울리지 못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던 기억이 지배적이다. 잊을 수 없는 나의 첫 영화 인어공주이다.

 

그날 밤 드디어 혼자가 되었고 나는 은박지처럼 구겨져, 비로소 슬퍼할 수 있었다.

슬픔이 사건으로 지나간 후, 그다음 여진이 밀려드는 자잘한 슬픔(혹은 개켜진 슬픔)은 타인과 나눌 수 있다. 감당하기 버거운 슬픔 앞에서라면 한사코 혼자이고 싶다. (p.165)

 

슬픔은 뜨거운 것이라서 포장하려 하면 포장지가 들러 붙는다. 보기 좋게 세공하려 하면 내용물이 터져 나온다. 무언가 하면 할수록 슬픔은 원래 모양과 열기, 에너지를 잃는다. 이쪽에서 받을 수 있는 건 쭉정이처럼 가느다래진 슬픔의 그림자밖에 없다. 그렇다면 슬픔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생긴 모습 그대로, 들고 있던 형태 그대로 이쪽을 향해 내려두기. 그냥 두는 일이 최선이 아닐까? 두는 일이란 슬픔을 보이는 일이다. (p.198)

 

책을 덮고 가만히 책을 다시 펴보게 된다. 북마크 한 곳을 다시 읽어 본다. 다시 덮고 책을 가만히 손바닥으로 쓸어 본다. 어여쁜 이를 만지듯 나는 이 책을 가만히 쓰다듬는다. 내 마음을 소용돌이치게 했던 일이 있었는데 마치 책이 알기라도 하듯이 나를 가만히 포옹한다.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나는 그 구절을 옮겨 적고 읽고 또 읽는다.

 

이제 나는 열정적 포개짐보다 고요한 포옹이 좋다. 당신이 간직한 금이 혹시 나로 인해 부서지지 않도록 가만가만 다가서는 포옹이 좋다. 등과 등에 서로의 손바닥이 닿을 때, 가벼운 포개짐이 좋다. 고양이처럼 코끝으로 인사하며 시작하고 싶다. 끔찍하고 아름다운 세상에서 금 간 것을 계속 살피고 보호하려는 마음을 키우고 싶다. 어렵더라도.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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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 엄마와 딸의 공동 회고록
하재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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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이야기가 죄책감에 대한 회고로서 고해성사의 성격을 띠는 것은 우리가 단일한 모성 신화의 세계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신화의 세계에서 엄마는 언제나아이를 사랑하고 헌신하고 희생한다. 그곳에는 미워하는 어머니도, 실패하는 어머니도 없다. (p.128)

 

어머니를 비롯해 비출산 여성, 다양한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과 가족 형태를 가진 사람이 모성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경험적 모성만이 아니라 정치적 이데올로기로서, 역사적 문화적 맥락으로서, 제도와 정책으로서 모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모성에 덧씌워진 신화를 걷어낼 때 우리는 자신과 어머니에 대해 더 많은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p.132)

 

여성이라면, 엄마라면 하면서 모성의 신화를 거들먹거리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죄인이 된 듯 싶었는데 우리는 이 신화에서 벗어나야 함을 통쾌하게 밝혀준다.


어떻게 자존감을 지킬 수 있었어?” 라고 묻자 엄마는 책을 읽으면서.”라고 대답했다. 그 말은 나에게 일종의 경구다. 열렬히 읽는 삶이 그녀를 그녀이게 했다면,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사는 한 타인이 나를 훼손해도 나는 훼손당하지 않고, 타인이 나를 모욕해도 나는 모욕당하지 않으며, 타인이 나를 소멸시키려 해도 나는 소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p.212)

 

책을 읽는 이유가 이처럼 당당하고 멋지다면 안 읽을 이유가 없다. 우리는 훼손당하지 않고 모욕당하지 않으며 소멸하지 않고자 함께 읽어야 한다.

 

 

7월 독서모임 책으로 선정되기 전부터 관심이 가던 책이다. 하재영작가님의 전작인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를 너무 인상 깊게 읽었기에 기대가 컸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성으로 태어나 여성이 짊어져야 했던 것들을 당연시하면서 살아온 세대의 어머니와 현재를 살고 있는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 부조리한 다양한 사회현상을 들여다 본다.

엄마라는 여성, 내가 안다고 생각했지만 거의 모르는 엄마에 대해 나는 기록은 커녕 솔직한 대화도 나누지 못했었다. 나를 속박하지도 강하게 규율을 지키라 하지도 않았던 나의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이 책이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다. 이미 대화를 나누지 못하게 된 나의 엄마를 자꾸만 떠올리게 될테니까.

책을 덮으며 나와 엄마, 또 딸로 살아가는 모든 여성들이 나 자신으로 단단하게 일어서기를 응원해 본다.

독서모임의 회원들은 다 여성인데 이 책을 읽고 나눌 토론의 멀티유니버스가 벌써 상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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