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 엄마와 딸의 공동 회고록
하재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의 이야기가 죄책감에 대한 회고로서 고해성사의 성격을 띠는 것은 우리가 단일한 모성 신화의 세계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신화의 세계에서 엄마는 언제나아이를 사랑하고 헌신하고 희생한다. 그곳에는 미워하는 어머니도, 실패하는 어머니도 없다. (p.128)

 

어머니를 비롯해 비출산 여성, 다양한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과 가족 형태를 가진 사람이 모성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경험적 모성만이 아니라 정치적 이데올로기로서, 역사적 문화적 맥락으로서, 제도와 정책으로서 모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모성에 덧씌워진 신화를 걷어낼 때 우리는 자신과 어머니에 대해 더 많은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p.132)

 

여성이라면, 엄마라면 하면서 모성의 신화를 거들먹거리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죄인이 된 듯 싶었는데 우리는 이 신화에서 벗어나야 함을 통쾌하게 밝혀준다.


어떻게 자존감을 지킬 수 있었어?” 라고 묻자 엄마는 책을 읽으면서.”라고 대답했다. 그 말은 나에게 일종의 경구다. 열렬히 읽는 삶이 그녀를 그녀이게 했다면,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사는 한 타인이 나를 훼손해도 나는 훼손당하지 않고, 타인이 나를 모욕해도 나는 모욕당하지 않으며, 타인이 나를 소멸시키려 해도 나는 소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p.212)

 

책을 읽는 이유가 이처럼 당당하고 멋지다면 안 읽을 이유가 없다. 우리는 훼손당하지 않고 모욕당하지 않으며 소멸하지 않고자 함께 읽어야 한다.

 

 

7월 독서모임 책으로 선정되기 전부터 관심이 가던 책이다. 하재영작가님의 전작인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를 너무 인상 깊게 읽었기에 기대가 컸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성으로 태어나 여성이 짊어져야 했던 것들을 당연시하면서 살아온 세대의 어머니와 현재를 살고 있는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 부조리한 다양한 사회현상을 들여다 본다.

엄마라는 여성, 내가 안다고 생각했지만 거의 모르는 엄마에 대해 나는 기록은 커녕 솔직한 대화도 나누지 못했었다. 나를 속박하지도 강하게 규율을 지키라 하지도 않았던 나의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이 책이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다. 이미 대화를 나누지 못하게 된 나의 엄마를 자꾸만 떠올리게 될테니까.

책을 덮으며 나와 엄마, 또 딸로 살아가는 모든 여성들이 나 자신으로 단단하게 일어서기를 응원해 본다.

독서모임의 회원들은 다 여성인데 이 책을 읽고 나눌 토론의 멀티유니버스가 벌써 상상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