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 일기 안온북스 사강 컬렉션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백수린 옮김 / 안온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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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열정을 상징하는 프랑스의 작가 프랑수와즈 사강. 언니로 삼고 싶다고 누군가 했던가. 자유롭고 열정 있는 삶을 살아간다는 건 체제를 거부하고 다른 세상을 사는 걸까. 우리가 용기내어 시도하지 못했던 삶을 살아간 그녀의 삶 중에서 그녀가 힘들었던 시간으로 들어가 본다. 자동차 전복사고로 마약성 진통제로 인해 모르핀에 중독되어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쓴 일기를 출간한 작품이 <해독 일기>이다.

 

베르나르 뷔페의 그림과 함께 사강의 글을 보게 되는데 다소 그림이 적나라해서 놀랐다. 이어지는 글이 아닌 단편 단편의 조각들을 따라 가보면 그녀의 고독과 절망이 느껴진다.

 

끔찍한 밤(p.11)

통증은 나를 작아지게 만든다. 그리고 두렵게 만든다. (p.12)

나 자신과 함께 살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나는 나를 감시한다. 나는 내안에 있는 다른 짐승을 감시하는 짐승이다. (p.19)

기묘한 기분이다. (p.23)

 

그녀는 고통속에서도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애정을 나타낸다. 글을 쓰고 읽는 것을 멈추지 않았던 그녀의 모습을 보며 글로써 치유되는 사람임이 느껴졌다. 병원에서의 치료 중 죽음이 일상적인 것으로 생각되었다는 글에서 그녀의 앞으로의 소설에 어떤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나는 글을 쓰는 게 몹시 좋다. (p.27)

나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 (p.65)

 

처음 만나는 사강이 <해독 일기>라니. 다소 어려웠지만 다음에 읽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거라는 기대감을 가져 본다. 표면적으로만 알았던 사강의 자유분방함, 도박광, 스피드광인 그녀를 조금은 더 내면의 모습으로 볼 수 있었던 기회가 되어서 기쁘다. 쓰는 사람으로 살았던 사강을 더 알고 싶다면 <해독 일기>를 추천하게 될 것 같다. 게다가 백수린 작가님 번역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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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디자인, 미술의 발견 - 작품은 어떻게 스토리가 되는가
김용주 지음 / 소동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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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어떻게 스토리가 되는가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운영.디자인 기획관으로, 미술관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전반에 관심을 두고 활동 중이다. 종교 건축 설계를 시작으로 인간과 장소의 교감을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작품과 작가, 공간과 관람자 사이 이야기와 경험을 만들어내는 뮤지엄 디자이너의 길을 걷고 있다. <책날개 소개 발췌>

 

전시디자인은 관람객에게 미술을 발견하게 하며, 작품은 스토리가 된다는 말에 저자의 디자인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보였다. 미술관이 지닌 태생적 권위를 털어내고 친근하게 우리곁에 존재할 수 있도록 기울인 저자의 노력을 들여다보자.

 

결핍과 희구<이중섭, 백 년의 신화>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관람했었는데 저자의 전시디자인이었다고 한다. 전시는 이중섭의 삶의 궤적을 네 시기로 구분하여 1관부터 4관까지 순서대로 펼쳐졌다. 당시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로 작품이 너무 사람들에게 익숙하다는 점, 작품이 대부분 작다는 점, 작품의 소재파악과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 어려운 문제점들을 해결해낸 결과 이중섭 전은 30만 명 가까운 방문객 수를 기록하며 성황리에 마쳤다. 이중섭의 생애 소원이었던 공공장소에서의 커다란 벽화를 구현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은지화를 100배 확대하여 벽면에 영사함으로써 그 섬세함을 표현한 것이다. 그때의 감동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전시를 보러 온 이들이 감동을 받고 미술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게 도와주는 전시디자인의 세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작가의 인생, 작품, 작품의 의도를 파악하고 고심하여 더 깊이 작품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전시는 기존의 작품을 나열하는 식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 사이에 열려 있는 관계를 스스로 만나고 의미를 구성하는 역동적인 참여의 장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한다. 변화하는 전시의 세계에 빠져들어 보고 싶다. 저자가 기획한 전시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미술관을 검색해보게 된다. 나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 줄 공간으로 말이다. 미술과 나를 연결해주는 첫걸음으로 꼭 읽어봐야 할 책 <전시디자인, 미술의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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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그리고 가정 - 평등을 향한 여성들의 기나긴 여정, 2023 노벨경제학상
클라우디아 골딘 지음, 김승진 옮김 / 생각의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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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을 향한 여성들의 기나긴 여정

 

남녀 사이에 페이갭을 줄이기 위해 저자는 더 깊이 근원을 찾아들어가는 문제에 이름을 붙인다. ‘탐욕스러운 일이다. 페이갭의 원인을 젠더에서 보는 것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로 본다.

 

성공적인 커리어와 행복한 가정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의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커리어에 투자할 것인가,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릴 것인가. 이러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추척해 본다. 대학 졸업자들을 기준으로 여러 시대에 걸쳐 여구해온 결과를 보게 된다. 사회에서 성공한 여성이면서 가정도 가진 여성들은 그 시기를 힘들었으나 그래도 하라고 한다.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모습과도 닿아 있으므로 씁쓸하다. 여성의 커리어를 위해서 남성이 희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성평등과 부부간 공평성을 이루기 위해 시스템을 바꿔야 할 때가 도래하였음을 저자는 말한다. 그 답을 저자는 노동이 구조화되어 있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유연한 일자리가 많아져야 하고, 돌봄 제공자들을 더 지원해야 함을 말한다. 최근 읽은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그것과도 닿아 있어 돌봄이 우리 사회에 화두가 되어야 함을 느끼게 해준다.

 

편견이 많은 관리자와 회사를 없애고 여성이 더 경쟁적이 되도록 독려하고 여성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하고 다른 이들이 얼마를 버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 직종분리를 모조리 없애는 것을 해도 성별 격차 해소에 비중 있는 효과는 내지 못한다. 결국 육아의 책임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와 일터에서의 유연성을 갖는 것이 야기하는 금전적비용 즉 돌봄의 비용이다. 이 비용이 클수록 부부는 공평성을 포기하고 한 명이 가정에서 책임을 맡게 된다. ‘탐욕스런 일자리가 매우 높은 임금을 주지 않게 되고 유연성 있는 일자리가 더 생산적이게 되어 높은 임금을 준다면 어떨까. 우리는 그런 사회로 갈 수 있을까. 돌봄 노동을 인정하고 경제적 지원을 해주고 서로의 공평한 시간을 갖게 되는 날이 온다는 건, 여성끼리의 연대로만은 이뤄지지 않을 미래의 이야기다. 시스템안에서 사는 우리들의 생각이 바뀌면 시스템이 잘 못 됐다고 바꿀 수 있을까. 저자가 말한 노동과 돌봄의 재사고가 우리 세대에 가능할지, 시간이 문제라는 저자의 말에 기대와 우려가 같이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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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스페인어라고? - 모르고 쓰는 우리말 속 스페인어,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홍은 지음 / 이응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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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5, 스페인에서 510년 동안 스페인어를 배운 저자의 스페인어와 사람들,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다. 우리가 모르고 썼던 단어들이 스페인어였다는 거!!! 저자는 서울에서 정거장이라는 뜻의 라 빠라다라는 공간을 열어 도예를 하면서 스페인어 강좌를 열고 스페인어권 사람에게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삶을 사는 중이다.

 

조금씩 쌓아 그란데를 만드는 삶과 한 번에 그란데를 취해 조금씩 음미하는 삶 중 어느 쪽이 더 나을까. 아마도 각자 만족감을 느끼는 지점에 따라 기쁨의 정도도 저마다 다를 테다. 진정한 만족은 자신에게 얼마나 적당하고 알맞은가에 달렸으니까. (p.26)

 

스타벅스의 473밀리리터 용량-그란데 , 591밀리리터-벤티, 887밀리리터 트렌타 모두 이탈리아어다! 정작 스페인은 이렇게나 대용량 커피를 안 마신다는 거.

 

스페인의 단맛인 츄파춥스의 어원도 재미있다. ‘빨다의 추파르에서 춥스로 춥스를 빨아요라는 광고 문구를 만들면서 츄파춥스가 되었다. 사탕의 윗면의 강렬한 로고는 당시 사장의 친구였던 살바도르 달리가 맡았다. 편의점에 가면 다양한 츄파춥스를 볼 수 있는데 그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아이 덕에 항상 고르는 재미가 있다. 종류가 1백 가지가 넘는다고 하니 시간 될 때 다양한 맛의 세계에 빠져보시길. 인생의 쓴맛 가운데 잠시 단맛으로 쉬어가자.

 

재미있고 의미 있는 스페인어를 보며 저자의 인생의 두 번째 이름으로 요미로 Yo Miro 라는 이름을 생각했다고 한다. ‘자신을 잘 아는 삶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Yo’, 미로Miro들여다 보다라는 뜻이다. 나를 들여다 보다. 멋진 이름이다. 이름을 짓고 그 이름이 불리 운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강한 염원이 담긴 것이다. 나의 이름을 다시 생각해 보면 어떨까.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Mi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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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사랑
고수리 지음 / 유유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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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왈칵 눈물이 나왔는지 모른다. 다정한 글 속에 있는 저자의 모습에 흐릿한 사랑을 가진 내 모습이 비쳐서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아이들인데 내게 달려들어 사랑한다 말하고 매일 안아달라 해서 힘들다고 생각했다. 왜 우리 애들은 유난히 이럴까. 애정결핍인가도 생각하고 나의 육아가 잘못됐었나 고민했다. 나를 아직도 차고 넘치게 사랑해주는 아이들을 이렇게 생각했던 내가 못나게 납작하다. ‘안아준다안겨온다로 결국 안아보았다로 변할거라는 저자의 말에 나는 눈물이 났다. 아직 아이들이 안겨온다. 엄마보다 훌쩍 커버린 아이들. 안아보았다가 오기 전에 이제 내가 안아주고 안겨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엄마 안아줘!”라고. 우리 바래지지 말자.

 

아이를 안아준다였다가, 아이가 안겨온다’. 그러고는 결국 아이를 안아보았다로 변해 가는 걸까. 엄마에게 안아준다는 말은 이토록 아리게 바래버리고 마는 말인 걸까. (p.112)

 

달걀이 떨어지면 큰일 나는 집. 우리 집이다. 달걀이 얼마나 남았는지 체크 하는 남편 어디 있나요? 달걀이 얼마나 남았냐고 문득 물어보면 당황한다. 얼만큼 남았다고 하면 , 사야 겠네한다. 그러면 다음 날 퇴근길에 달걀을 3~4판 사 들고 온다. 통에 가지런히 정리한다. 먼저 먹을 거, 좀 있다가 먹을 거. 통에 정리하고 마치 자신의 할 일을 무사히 다 마친 사람처럼 흐뭇해하며 냉장고 문을 닫는다. 어릴 적 달걀을 엄청 좋아했다고 한다. 자신은 원 없이 달걀을 먹고 싶었는데 가난한 살림에 그러지 못했다고. 한창때는 15개를 삶아서 한 번에 다 먹었노라고. 그의 사랑은 달걀이다. 아이들과 내게 달걀이 부족하지 않게 하는 것이 그의 사랑이다. 오늘도 그의 사랑은 달걀 한판을 넘겨서 가득하다.

 

다정하고 따스한 또 아릿하기도 한 고수리작가님을 만나서 나는 너무 가슴이 뿌듯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한 번 더 생각하고 바라보고 사랑이 이런거야 라고 충만하게 느낀다. 누군가에게 올겨울 꼭 선물하고 싶은 책 <선명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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