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사랑
고수리 지음 / 유유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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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왈칵 눈물이 나왔는지 모른다. 다정한 글 속에 있는 저자의 모습에 흐릿한 사랑을 가진 내 모습이 비쳐서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아이들인데 내게 달려들어 사랑한다 말하고 매일 안아달라 해서 힘들다고 생각했다. 왜 우리 애들은 유난히 이럴까. 애정결핍인가도 생각하고 나의 육아가 잘못됐었나 고민했다. 나를 아직도 차고 넘치게 사랑해주는 아이들을 이렇게 생각했던 내가 못나게 납작하다. ‘안아준다안겨온다로 결국 안아보았다로 변할거라는 저자의 말에 나는 눈물이 났다. 아직 아이들이 안겨온다. 엄마보다 훌쩍 커버린 아이들. 안아보았다가 오기 전에 이제 내가 안아주고 안겨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엄마 안아줘!”라고. 우리 바래지지 말자.

 

아이를 안아준다였다가, 아이가 안겨온다’. 그러고는 결국 아이를 안아보았다로 변해 가는 걸까. 엄마에게 안아준다는 말은 이토록 아리게 바래버리고 마는 말인 걸까. (p.112)

 

달걀이 떨어지면 큰일 나는 집. 우리 집이다. 달걀이 얼마나 남았는지 체크 하는 남편 어디 있나요? 달걀이 얼마나 남았냐고 문득 물어보면 당황한다. 얼만큼 남았다고 하면 , 사야 겠네한다. 그러면 다음 날 퇴근길에 달걀을 3~4판 사 들고 온다. 통에 가지런히 정리한다. 먼저 먹을 거, 좀 있다가 먹을 거. 통에 정리하고 마치 자신의 할 일을 무사히 다 마친 사람처럼 흐뭇해하며 냉장고 문을 닫는다. 어릴 적 달걀을 엄청 좋아했다고 한다. 자신은 원 없이 달걀을 먹고 싶었는데 가난한 살림에 그러지 못했다고. 한창때는 15개를 삶아서 한 번에 다 먹었노라고. 그의 사랑은 달걀이다. 아이들과 내게 달걀이 부족하지 않게 하는 것이 그의 사랑이다. 오늘도 그의 사랑은 달걀 한판을 넘겨서 가득하다.

 

다정하고 따스한 또 아릿하기도 한 고수리작가님을 만나서 나는 너무 가슴이 뿌듯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한 번 더 생각하고 바라보고 사랑이 이런거야 라고 충만하게 느낀다. 누군가에게 올겨울 꼭 선물하고 싶은 책 <선명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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