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혼술이다 - 혼자여도 괜찮은 세계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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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을 도전하는 저자는 50대 여성이다. 당당하게 혼술을 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다가간다.

가본 적 없는 곳에 혼자 뛰어들어 가는 것은 장벽이 너무 높다. 무엇보다 어떤 분위기인지 들어가 보지 않으면 모르기에 그러니 한 번 가본 곳을 첫 혼술 집로 정하는 것이 좋다.

기죽지 않고 진지하게 혼술 수행을 하는 저자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해서 웃음이 난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할 수 있는 날이 온다는 그 말에 말이다. 혼술이 뭐라고! , 혼술을 성공한 저자가 술집을 나와 혼자서 몰래 작게 한 번 폴짝 뛰었다는 글에 웃음이 나온다.

 

경쟁적이고 인정받아야만 사는 사회시스템에 익숙한 저자가 자기 자신을 지우니 선술집에서 공기처럼 스며들었다. 혼술이 너무나도 쉬워진 것이다. 저자가 혼술을 하는 이유는 맨몸으로 혼자 세계와 마주하는 것’(p.23)이다. 맨몸으로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쓸쓸해하지 않으며 당당하게 살기 위한 방법으로 택한 혼술에서 저자는 성공하고 단골집까지 만든다.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혼술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고독하지도 않고 고립되지도 않은 채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닫자, 내 인생의 두려움이 대부분 사라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혼자이기에 주위 사람들과 더 잘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지금의 나는 알고 있다 (pp.96~97)

 

혼술의 비기12

혼술 손님이 많은 곳을 골라라

1인용 자리에 않아라

우선 조용히 가게 분위기를 관찰하라

할 게 없더라도 스마트폰은 만지작거리지 마라

첫 술은 빨리 주문하라

술안주는 천천히 온 힘을 다해 주문하라

술과 요리에 집중해서 맛보라

먹은(마신) 다음에는 고마움의 뜻을 담아 감상을 말하라

할 게 없으면 다른 손님의 대화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라

대화란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터득하라

우선 바테이블 너머에 있는 술집 사장님과 대화를 시작하라

낯선 옆 사람의 행복을 빈다, 그게 바로 혼술의 행복이다.

 

우리는 쭈볏거리면서도 서로를 느끼고 공감과 관심을 가지고 식탁을 함께한 것이다. 우리는 혼자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p.143)

 

진심으로 믿을 수 있는 술집, 안심하고 편히 있을 수 있는 가게가 있고 없고는 인생이 완전 다르다고 책에서 말한다. 그곳이 어디든 혼자 가도 혼자가 아닌 함께 시간을 보내고 공감할 때 외롭지 않게 되니까.

생각해보니 나는 혼술보다 술집에서 여러 명이 같이 부어라 마셔라 했다. 혼술을 해 본 경험이 없다. 책은 어서 혼술을 해보라고 등을 떠민다. 하이볼 맛집이라도 나만의 혼술 집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든다. 휴대폰을 들고 술집 검색을 하게 하는 책 <인생은 혼술이다>이다.

 

 

혼술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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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레리뇽 고원 - 선함의 뿌리를 찾아서
매기 팩슨 지음, 김하현 옮김 / 생각의힘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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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저자가 1935년에서 1945년까지 프랑스의 비바레리뇽 고원에서 평화를 연구하고자 고원의 주민들과 망명 신청자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며 남긴 기록이자 에세이다. ‘폭력은 연구하기 쉬우나 평화는 왜 연구하기 어려울까라는 것이 질문의 시작이다.

 

평범해 보이는 고원에서 평화에 대한 연구 여정은 길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것이 의미하고 가리키는 방향은 같다. ‘선함의 뿌리이다. 2차 세계대전 중 많은 난민이 이곳 비바레리뇽 고원으로 찾아왔다. 그곳에 가면 탈출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이곳 주민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개신교도, 가톨릭 신부들, 가난한 이들과 정치적 난민, 유대인들을 숨겨주고 보호해 왔다. 저자의 먼 친척이기도 한 다니엘 트로크메는 이곳에서 난민 아이들에게 전쟁 중 임에도 일상과 같이 학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왔고, 자신의 삶을 바쳐 이들을 보호했다. 아이들에게 -추위 속의 온기를 주기 위한 그의 선함을 따라가는 여정에서 저자는 선함의 뿌리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고자 한다.

 

그에게 집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집은 꼭 장소가 아닐지도 몰랐다.

집은 추위 속의 온기였다.

(p.115)

 

지금도 고원에는 망명자신청환영센터CADA가 있어 그곳에서 만난 이들과의 만남과 교류 속에서 저자는 학자로서의 시선에서 그냥 사람의 시선으로 변화하게 된다.

 

하지만 그게 아쾨유accueil(수용)예요. 알겠어요? 그게 바로 사람을 수용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예요. 누군가가 문간에 나타나고 그 사람을 집안에 들이면 가끔은 나쁜 일도 일어나요. 원래 그런거예요. 그러니, 믿음을 가져야 해요. 하지만 우리가 믿어야 할 것은 문 뒤에 서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결국에는 올바른 일이 벌어지리라는 믿음이 필요해요. 상황이 마땅하게 흘러가리라는 믿음이요.”(p.275)

 

기도하고 나면, 쓰인 대로 하고 나면 삶이 다르게 보여요. 어떤 사람이 웃고 미소 짓는다고 해서 그 사람한테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에요. 그렇다면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요? 우리는 희망을 품어야 해요.” (p.413)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기꺼이 나를 희생하고 다른 이를 돕는 이들의 마음이 위대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을 행한 이들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저자의 선함의 뿌리를 찾는 여정에서 본 것은 결국 믿음과 희망, 그리고 끝없이 행해지는 사랑이다. 올바르게 흘러가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희망을 품고, 매 순간 사랑을 실천하는 것.

그것을 갖춤으로써 우리는 당연하게 선함을 나누는 사람이 되어야 함을 느끼게 된다. 폭력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선함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여 더 의미있는 책 <비바레리뇽 고원>이다.

 

그러나 사랑은 반드시 추구해야 하는 것, 시도해야 하는 것, 매 순간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사랑이 습관이 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품성의 날줄과 씨줄이 되어서 언젠가 바람이 불고 경보가 울릴 때 그 품성이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p.510)

 

독서모임을 하기에는 다소 두껍지만 다양한 토론이 가능할 듯하다. 난민 문제, 홀로코스트, 역사적으로 유대인을 바라보는 시선-현재 전쟁 중이라 더 날카로운, 종교적인 것에 대한 것들, 개인의 선함, 그 확장성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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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만화가 열전
한창완.박인하 지음, 이유진 북디자이너 / 행성B(행성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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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년에 만난 친구는 나에게 만화방이라는 신세계를 열어 주었다. 그때 나는 처음 만화방을 가게 되었고 돈만 생기면 그곳을 갔다. 돈이 생기기를 그렇게 간절히 바래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 <별빛속에>, <인어공주를 위하여>, <북해의 별>등등 그 시절 내 정서의 상당 부분은 만화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번 손에 잡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고 또 봤던 그 시절의 만화가들을 만나보는 시간이어서 감회가 새롭다.

 

만화는 시대를 치열하게 반영하는 점에서 표현의 매체로 존재한다. 현 세태를 풍자하는 만화는 항상 존재했었고, <아기 공룡 둘리>를 완성 시킨 것은 쌍문동 주택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 시대를 반영하는 현재성으로 만화는 우리 곁에 늘 있어 왔다.

지금은 웹툰으로 나온 작품이 영상화되어 성공하는 것을 여럿 볼 수 있다. 이미 검증된 탄탄한 스토리와 만화가 가진 이미지성이 가능하게 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 한국 만화는 웹툰으로 세계 문화의 중심에 있어 그 산업 네트워크의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만화에 관심이 많고 만화가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내 주변에도 만화를 공부하기 위해 입시에 전념하는 청소년들이 있는데 그 앞길이 밝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1940년대부터 데뷔한 작가들부터 현재까지 시대를 담은 작품을 선보이는 많은 작가들의 작품과 작품세계, 그들의 이야기를 보며 우리 만화의 변화를 느껴볼 수 있었고 내가 아는 만화가를 만나면 다시 그 만화를 추억하는 시간까지 가져 보게 된다. 같이 봤던 만화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또다시 그 시절 만화의 세계로 빠져든다. 우리 곁에는 만화가 있음을, 그리고 계속 우리 곁에 있어 주었으면 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려면 더 많이 봐야겠다는.

 

책 속에 나온 보고 싶은 만화

무빙-강풀

목욕의 신-하일권

가우스전자-곽백수

비빔툰-홍승우

이끼-윤태호

삼국지-고우영

임꺽정-이두호

 

그 시절 우리 기억 속의 만화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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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춤
김지연 지음 / 키위북스(어린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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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골 작은 집>, <꽃살문>, <한밤중에 강남귀신>, <백년아이> 등의 그림책을 내신 김지연 작가님의 그림책 <달빛춤>이다. 저자는 운주사에서 만난 돌탑과 돌부처들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고 한다, 그러자 그들이 어떤 마음을 갖고 왔느냐는 질문으로 들렸다고 한다.

 

누군가가 간절한 마음으로 올려놓았을 돌이 쌓이고 쌓여서 돌탑이 되고 돌부처가 된다. 그 염원이 어디에 가서 닿을까.

 

그림책 속 아이는 친구가 갖고 싶다. 그 아이의 마음을 모든 어른들이 이뤄주고자 하늘을 만들고 별을 만들어 보름이 오게 한다. 그럼 모두 모여 한바탕 달빛 아래 춤을 추고 동무가 된다. 병든 이도 어른도 아이도 남자도 여자도. 모두 한 마음으로 춤을 추고 나니 온누리에 평화가 온다. 지금 우리가 바라는 평화. 전쟁도 분쟁도 없는 그런 평화를 한마음으로 바라고 염원하는 것이 느껴진다. 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던 그 마음이 하늘에 가 닿아 꽃이 피는 그날이 오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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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돼가? 무엇이든 - 개정증보판
이경미 지음 / 유선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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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 홍당무>를 정말 웃어가면서 봤는데 이경미 감독님의 작품이었다.

남몰래 짝사랑하던 유부남이 젊은 여자랑 바람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쓴 이야기라고 한다. 혼자 좋아해도 어떻게 해보겠다는 마음은 품지 못했는데 아는 여자랑 그 남자가 그리 되었고, 그럼 나는 어떡하지, 속상한 마음으로 내가 나를 가지고, 나를 웃겨서, 스스로가 위로 받은 영화라고 한다.

슬픈 비하인드 스토리라고 생각했는데 사랑을 잃고 직업을 얻은 셈이니, 천만다행이다.” 라니.

 

헐렁한 옷을 입고 우체국 집배원과의 대화에서, 전화로 하는 신년 운수에서도 작가님은 어디 하나 나사가 빠진 듯했다. 맞다.

시나리오를 쓰느라 머릿속은 내내 시나리오 생각뿐. 걸어 다니는 것도 신기할 정도.

글쓰기-창작의 고통, 성공하고 싶은 강한 욕구-실패할까 봐 두려운 솔직한 마음이 글에 절절하다.

 

삶에서 일어나는 무수히 많은 일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가 있다.

그것을 견뎌내고 또 다른 일이 일어날 때까지 삶은 녹녹하지 않으며 오히려 비극인 경우도 많다.

그러나 자신만의 어떤 간절한 확신을 가지고 계속 그 방향으로 노력한다면 언젠가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많이 돌아가더라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말이다.

거기에 농담 한 스푼을 더해서 좀 더 희망적인 내일로 갈 거라고 믿고 싶다.

아니, 꼭 그래야 한다.

 

계획적이지 못한 나는 다이어리도 못 쓰고 어리버리 게으르지만 어쨌든 살아가고 있지 않나.

24년을 시작하는 1월에 올해의 계획을 거창하게 세우지는 않았지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지금만큼만 살아내고 싶다.

 

그러기 위해 농담으로 진지함에 살짝 물을 타보자.

웃고 힘을 빼니 겨울바람이 청량하게 느껴진다.

잘 돼가? 무엇이든.” 묻거든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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