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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서강대교가 무너지면 좋겠다 - 14년 차 방송작가의 좌충우돌 생존기
김선영 지음 / 유노북스 / 2020년 5월
평점 :
방송작가하면 연예인의 이미지와 겹쳐서 일한 만큼 돈도 많이 벌고 인정도 받는 신의 직업으로 알고 있었다.내가 업으로 하는 IT프로젝트는 주간, 월간 등 프로젝트 내내 정해진 일정 내에 주어진 과업을 수행해야 하므로 항상 시간에 쫓긴다. 방송 프로그램 일도 더 심하면 심했지 이와 다르지 않다.
저자가 담당한 텔레비전의 교양프로그램의 방송작가 직무도 1주일 간격으로 자료 조사, 편집 구성, 출연자 섭외 등으로 스트레스가 심한 직종이다. 변변한 계약서도 없이 낮은 페이로 20대를 정신없이 보낸 저자의 삶이 느껴질 정도다.
막내작가, 서브작가, 메인작가 순으로 밝아 올라가면서 방송작가 경력을 충실히 쌓아간다. 그러다가 한 순간에 본인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사건으로 인해 퇴사하고 워라벨을 할 수 있는 웹 콘텐츠 제작 회사로 들어간다.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다 보면 워라벨을 동경하게 된다. 막상 워라벨을 즐길 수 있었던 저자는 체념과 권태에 빠지게 되고 지금은 재택 방송작가를 하고 있으면서 밤샘하면서 고생하고 있을 방송계 사람들을 안타까워 한다.
지금은 방송작가를 비롯한 방송계 종사자들의 처우가 좋아졌다고 한다. 갑들이 개과천선한 것은 분명 아닐 거고 그동안 부당함을 인식하고 밥줄을 담보로 항의하며 노력했던 청주방송 PD였던 고 이재학 PD 비롯해서 많은 분들의 희생이 있었을 것이다.
아직 가야할 길은 많은 듯하다. 중견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나도 사뭇 달라진 회사 분위기에 격세지감을 느끼지만 과거 습관에 젖은 고객과 기업의 경영진과 중간간부급들의 생각이 하루빨리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인도 여러 사람과 일하면서 제일 못하는 일이 저자처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일이다. 회사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툭 던지는 말투로 상처받은 적이 많아서이다. 나름대로 평일 야근과 주말을 반납하면서 진심을 다해도 고객과 직장 상사의 빈정거림과 이용한다는 느낌이 가득한 찔러보기로 인해 마음을 다치고 술을 마시고 내 몸을 해치는 일이 다반사였다. 저자의 말처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내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