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 미련하게 고집스러운 나를 위한 위로
이솜 지음 / 필름(Feelm)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난히 붐비는 지하철 플랫폼에서 기다리고 있느라면 다른 사람을 제쳐두고 가는 방향이 맞는지 나가는 곳이 맞는지 나에게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다른 사람은 제쳐 두고 나에게 물어볼까. 얼굴이 동안이라서 아니면 착하게 생겨서. 이런 생각과 맞닿은 곳이 직장이다. 직장동료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자주 받아주다 보면 쉽게 생각한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분위기에 맞게 거절하는 법을 알지 못해 마치 화를 내는 사람처럼 보일까봐 많이 조심스럽다.

저자는 자신이 겪은 인생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글을 쓰고 있다. 가난으로 힘들었던 어린 시절, 취준생으로서 고시원 생활을 하던 시절 그리고 지금의 가정 생활 모두 저자의 사소한 감정 하나하나 느껴질 정도로 가슴에 와 닿는다. 책으로서 자신의 힘들었던 시절을 절절하게 잘 표현하고 있어서 성은 다르지만 비슷한 성격에 동질감을 느낀다.

타인과 살아가는 것에 익숙치 않아서 남모르게 속끊였던 적이 많다. 처음에는 모두가 내 지기인 양 착하게 살다가 한 사람씩 상처를 받으면서 멀리하기 시작하고 결국에는 상처받은 애기를 속으로 누른 채 절을 떠나는 중 신세로 직장을 많이 옮긴 듯하다. 내가 과하게 베푼 친절에 보답하지 않는 타인이 너무 싫었고 자존심을 다쳐 앞으로 날지 못한다는 체념으로 술로 자학한 적이 많다. 나에게는 술이고 저자에게는 울음이었나보다. 

대학생으로 곧 사회에 나가는 아들이 둘이 있지만 아직도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당신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가 상처받았다고 늘 토라져 있던 나를 생각하며 울컥 울컥 남모르는 장소에서 큰 소리로 울고 싶을 때가 있다. 저자의 부모님을 향한 원망이 자식을 키워 보면서 느꼈을 그 후회가 너무도 절절하다. 과거는 과거대로 남겨둔 채 현실의 삶에 충실하면서 하나 하나 나아져가는 저자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부모만 바라보던 아이들이 떠날 때는 말없이 손 흔들어 주자는 저자의 말도 나에게는 곧 현실이 되겠지.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주문하는 나도 내 자신을 아낌없이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있게 말했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