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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험 나만 해봤니?
신은영 지음 / 이노북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무심코 부엌을 지나가다 쥐를 밟아서 잡은 저자와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한옥집에 살 때였는데 세수대야를 세워 놓은 구석에 몰린 쥐를 잡기 위해 유일하게 나갈 수 있는 통로를 연탄집게를 들고 서 있었다. 쥐는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 기다리기 지루한 나머지 쥐를 가리고 있던 세수 대야를 집게로 건드리자 쥐가 통로를 막고 있는 나를 향해 달려 나왔다. 그 순간 독안의 든 쥐는 물불 가리지 않는다는 말에 떠올랐고 순간 내 몸을 들여 올렸다. 중력에 의해 몸이 떨어지면서 땅에 닿는 내 발에 쥐가 깔렸다. 발로 잡을려고 해도 이렇게 잡기 힘들텐데 하면서 나름 뿌듯해 했던 적이 있었다.
저자도 어이없게 쥐를 잡은 적이 있다고 했다. 아마 저자도 나도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지금은 어릴 적 밤잠을 설치게 했던 천장의 쥐 소리는 마치 쥐들이 멸종했나 싶을 정도로 듣기 힘들어졌다. 길고양이는 예전처럼 눈에 띄는데 떠돌이 개들은 멸종한(?) 쥐처럼 모두 사라진 듯 하다. 보신탕을 자주 먹었던 옛날도 아닌데 개들이 왜 보이지 않을까. 현재를 살아가면서 예전과 비슷한 환경을 다시 거닐고 있는 상상에 가끔 빠지곤 한다.
저자는 현재를 살아가면서 과거를 떠올리며 자신의 과거를 말해주고 있다. 버스 안에서 헤어지는 커플을 보면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라는 노래를 떠올렸고 그 노래 속에 담긴 자신의 과거를 말해준다. 전화로만 소식을 건네던 춘천의 한 사람과 부산역에서 만나면서 그동안 쌓아 놓았던 그의 이미지와 다른 내면의 모습에 자연스레 소식이 끊겼던 얘기었다. 나 또한 천리안에서 만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여성과 실제 만나면서 내멋대로 그렸던 이미지와 틀려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예전에 죽을만큼 좋아했던 여자를 우연히 만나서 추억 속의 이미지로 남겨두었더라면 더 좋았을 걸 할때도 있었다.
저자의 책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이 경험한 사건을 재미있게 그리고 내가 그 상황을 직접 있었던처럼 몰입시키는 힘이 있다. 글솜씨도 좋은 뿐더러 이야기꾼이었나 싶을 정도로 표현력도 좋다. 큰엄마 가게를 방문하면서 겪었던 사건을 엄마에게 전해주고 싶었지만 큰엄마의 부탁으로 함구하면서 달라졌을 저자의 태도가 상상이 된다. 결국 엄마에게 그 사건을 소상히 털어 놓게 되면서 느꼈을 희열을 나도 느낄 정도였다. 누구나 기억에 오래 남는 추억이 있다.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지만 문득 스쳐지나가는 계기가 없으면 순간의 추억거리로 다시 사라진다. 아빠 말은 2번만 들으면 100번이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이것말고도 갖가지 추억이 무궁무진한데 집에만 돌아오면 깨끗이 사라지는 걸까. 지금이라도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떠오르는 기억의 부스러기를 모아서 세상에 남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