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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는 사람들에게 뱉어주고 싶은 속마음
김신영 지음 / 웨일북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회사에서 경력이 쌓이면 부하직원이 생긴다. 내가 시킨 말 한마디에 똑부러지게 결과를 만들어 오는 직원은 거의 없다. 일하는 과정을 말로 설명하기도 하고 때로는 같은 책상에 의자를 붙여서 마우스를 서로 교환하면서 같이 결과를 만들어 가면서 직접 가르칠 때도 생긴다. 부하직원이 여성일 때는 마우스를 잡고 있는 손과 불필요한 스킨십이 안 생기도록 "잠깐만"을 외치고 직원이 손이 떨어지면 그제서야 마우스를 잡는다. 부하직원이 여성일 때는 무척 조심스러워진다.
저자는 여성 신입사원으로 두번의 회사 생활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솔직 담백하게 그려냈다. 여성의 권익이 많이 신장되었다고 느꼈던 내 생각이 틀렸다. 지하철이 붐빌 때 일부러 손을 위로 올려서 오해받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남성이 있는 반면 기업에서 저자가 느낀 신입사원의 무게감이 그토록 클 줄 몰랐다. 특히 결혼하고 딸까지 있는 부모가 된 상사가 가해자가 되는 현실이 머리를 복잡하게 흔다. 상사 본인이 과거 직장에서 겪었던 불합리한 상황을 타파하기 보다는 그대로 유지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기사에서 본 내용이 떠오른다. 회사 문을 들어서는 순간 민주주의는 사라진다고 했던 누군가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군대에서도 신병일 때 당했던 비민주적인 처사들이 고참이 되서 개선하려 노력하기 보다는 되물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는 것을 보면 인간은 받은 만큼 돌려 줘야지 직성이 풀리는 동물인가 보다. 더군다나 나름대로 민주주의가 발전된 사회 속에서 음지를 지향하는 기업이 있다는 사실에 분개마저 느껴진다.
저자의 경험이 단순히 공감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이 책을 읽은 김사원 뿐만 아니라 높은 직급을 차지하고 있는 상사들이 이 책을 읽고 기업의 문화를 개선해 나갔으면 한다. 상사가 부하직원을 일방으로 인사평가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직원이 상사의 리더십과 성품을 같이 평가하는 다원평가가 모든 기업에서 정착했으면 한다. 이 책을 써내면서 과거의 쓰라렸던 경험을 다시 떠올리면서 용기있게 글을 쓴 저자에게 찬사를 보낸다. 풀뿌리부터 시작되어 서로 인간으로 존중하고 계속 다니고 싶은 직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