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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본은 한국을 정복하고 싶어 하는가 - 정한론으로 일본 극우파의 사상적·지리적 기반을 읽다 ㅣ 메디치 WEA 총서 9
하종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3월
평점 :
일본의 아베 내각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노역 징용자의 개인 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로 인해 일본은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품목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그들은 코로나 방역을 핑계로 한국에서 입국하는 입국자에 대해 사실상의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일본과의 위안부 협의로부터 시작된 외교적인 불협화음이 해소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사상적으로 영향을 끼쳤던 요시다 쇼인의 행적부터 아베 내각까지 이어지는 정한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메이지 유신의 주역이었던 조슈번과 사쓰마번 출신 인물이 가졌던 조선 침략론과 아베까지 이어지는 우경화에는 정한론이 자리 잡고 있다. 도쿠가와 막부에서는 조선을 무역 상대국으로 평등하게 인정했으나 메이지 유신으로 등장한 일본제국은 정한론을 대세로 조선과 류쿠, 타이완을 자신의 속국으로 여긴다. 일본제국이 무서운 것은 수십년에 걸쳐 치밀하게 정한론을 실현한다. 사상에서 정책으로 다시 정책에서 강점으로 이어진다. 일본제국이 힘이 약할 때는 낮게 엎드려 내치와 군사력 강화에 촛점을 맞추었고 힘을 갖춘 후에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일으켜서 우리나라를 강점한다.
일본제국이 강성할 때는 조선, 타이완, 만주, 동남아시아까지 대국주의를 지향했지만 패망한 후에는 소국주의를 지향한다.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으로 다시 경제를 일으키고 미일동맹을 통해 군사력을 활용하고자 평화헌법 9조를 개헌하려고 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이 말한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위안부, 강제노역자 등에 대한 그들의 역사인식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한일동맹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먼 미래의 협력을 위해 지금부터 강건하게 해결해 나아가야 한다.
현재의 미래를 예측한 그 당시 일본인이 있었다. 요시오카 고키는 정한론을 두고 일본 제국을 강도국으로 바꾸겠다는 모의로 여겼다. 원한을 마구 사방에 뿌리고 만국의 미움을 사서 필시 씻을 수 없는 참화를 장래에 남기게 된다고 예언했으며 지금의 한일관계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평화헌법 개정을 반대하는 양심있는 사람들이 있다. 역사는 이런 분들을 외면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이 책은 읽기 난해하지는 않지만 가끔 낯설은 한자 단어들이 등장한다. 일본식 한자로 여겨지는데 이런 부분들이 사실 눈에 거슬린다. 우리나라 근대역사는 암울해서 그런지 늘 피하기만 했는데 오랜만에 일본의 정한론을 통해 근대 역사를 똑바로 마주했다. 읽으면서 애국심이 절로 높아지기는 했지만 현재 일본의 모습을 이해하는데 더할 나위없는 역사서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