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주부할래요

연하이고 남편이고 주부입니다만
왕찬현 지음, 기해경 그림 / 파람북 / 2020년 2월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나온 "길라임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이뻤나" 대사를 가끔 와이프한테 말해주면 좋아하기 보다는 오글거린다며 두 팔로 몸을 감싸고 떠는 흉내를 낸다. 20년이 넘은 결혼 생활이지만 아직도 사랑한다는 표현이 우리에게 어색하다.

저자는 "이토록 참한 연하 남편 주부" 편에서 아내를 위해 부지런하게 음식을 준비하고 아내의 맛있다는 말에 피로를 푸는 전형적인 주부로 등장한다. 돈버는 아내와 가정을 꾸리는 남편, 역할이 뒤바뀐 것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흔하지 않아서 색다르고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명절 날 아들에게 당당히 된장찌게를 끓여 오라는 시어머님도 존경스러워 보인다.

저자는 자신들의 연애담, 연하남으로서 겪었던 에피소드, 서로의 다른 점과 포용하기 등 모든 경험담이 나와 똑같지는 않지만 옛 생각에 젖게 한다. 아직 젊은 새대라서 그런지 아니면 장유유서에 충실한 연하남이라서 그런지 늘 아내에게 져주는 듯하다. 그래도 상남자로 봐주길 바라는 남편의 모습이 아내말대로 귀엽다. 다른 인격을 가졌지만 서로에게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는 참사랑이 느껴진다.  

지나간 연애의 기억은 가뭄에 콩 나듯 스쳐 지나가면서 부분 부분 사라져간다. 과거는 우리 사는 현재 이야기에 늘 밀리기 쉽상이다. 저자는 책을 쓰면서 또 한번 연애와 신혼을 거의 똑같이 느꼈을 것 같다. 그러면서 더욱 둘의 사랑이 두터워 졌을 것이다. 그만큼 알콩 달콩 오래 오래 행복했으면 한다. 투닥 투닥 사는 모습이 너무 이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