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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남편에게서 편지가 왔어요 - 나를 떠받들지 마세요. 대신 귀여워 해주세요!
정재영 지음 / 트러스트북스 / 2020년 1월
평점 :
공공기관에서 IT 프리랜서로 일하는 나로서는 겨울만 되면 일자리를 얻기가 힘들다. 보통은 3개월 길면 4개월이 될 수도 있다. 첫 달은 그런대로 피로를 풀면서 일하는 동안 모아둔 돈으로 평소와 다르지 않게 살지만 두 번째 달부터는 미래를 위해 일정 기간 저축해 둔 예금을 건드리기 시작한다. 1년 내내 일을 얻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내 어깨 위에 짊어진 짐을 가족 모두 외면한다는 착각으로 술을 자주 찾게 되고 취하면 가족을 원망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저자는 전통적인 한국 남자다. 돈을 벌어서 가족을 부양하고 돈을 번다는 사실로 가족에게 유세를 떨면서 살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갑작스런 실직으로 술로 아픔을 달래고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한 듯 하다. 언젠가부터 정규직에서 나와 프리랜서로 일한 나로서는 다음 일을 잡지 못하고 몇 개월을 쉬게 되면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환상에 힘들어한다.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좋은지 불안감, 조급증 그리고 자존감 하락등이 저자와 많이 닮아 있어서 그런지 책이 주는 감동이 남다르다.
저자가 나와 다른 점은 가족의 소중함을 빨리 깨달았다. 와이프에게 받은 사랑어린 한 마디로 다시 일어섰다. 마치 사랑을 하면 주위의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처럼 실직으로 그의 마음은 돈벌이 능력보다 중요한 사랑으로 충만해졌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아름다워진 아내, 사랑한다는 말로 대답하는 아들, 원만해진 친구 관계, 텔레마케터, 택배기사, 경비원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등 사람이 이렇게도 바뀔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저자처럼 큰 폭으로 변하지는 않았지만 지천명의 나이에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고나면 못 노나니 노래 가사가 아내와 둘 만의 여행을 지금 아니면 언제하냐며 재촉한다. 아내의 고마움이 이제 보인다고 할까? 자기는 언제부터 그렇게 이뻤나는 말에 오글거린다며 질색하는 아내가 이뻐보인다. 대학생인 자식들도 이제 내 손에서 놔 주고 싶다. "나를 비롯한 한국의 부모들은 아이들의 자생능력을 불신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돈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에 늘 불안해한다"는 저자의 말이 정곡을 찌른 듯 아팠다.
먼저 나의 기쁨을 만끽하고 두 번째로 나의 일에 충실하고 세 번째로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으면 부러움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버트란트 레셀의 조언을 늘 간직하고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