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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못하는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 당신이 몰랐던 글쓰기의 비밀
우종국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12월
평점 :
2008년 스티브잡스의 맥북에어 신제품 발표는 획기적이었다. 기업에서 제안서를 작성해 본 사람이라면 페이지 하나 당 메시지 하나, 단순하면서도 정확하게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 그의 발표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한 페이지에 여러 내용을 구겨 넣어 많이 고민했다는 흔적을 중요시하는 우리 스타일과는 맞지 않다고 느꼈다.
저자는 글쓰기에서 중요한 항목을 스토리텔링, 구체성, 단순성, 맥락, 취향과 완성도, 최소화, 퇴고 그리고 스티브잡스처럼 발표하기 순으로 정리했다.
스토리텔링에서 저자는 생각은 와인, 글은 글래스로 비유했다. 와인이 맛있어야 좋은 글래스로 더 풍미가 날 수 있지만 글래스가 좋다고 해서 맛없는 와인이 맛있어지지는 않는다. 진지한 경험을 담은 스토리를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말하거나 글을 써야만 서로 궁합이 맞는다.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별개라서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던 교수님들이 떠오른다. 지식은 스토리, 와인, 가르치는 것은 스토리텔링, 글래스로 저자의 표현이 가슴에 와 닿는다.
기업에서는 모든 것을 수치로 말하라고 한다. 글쓰기 대상이 내가 속한 기업 또는 산업 분야가 아니라면 일반인에게는 가늠하기 힘든 미지수에 불과하다. 인류 역사상 많은 기기를 사용하는 현대인이라도 미세먼지를 그냥 수치로 표현하면 이 수치가 나에게 해로운지 이로운지 알 수 없다. 스티브잡스는 서류봉투에 담은 맥북에어를 꺼내 놓음으로써 맥북에어가 정말 앏다는 것을 한 눈에 표현했고 참석자로부터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저자는 맥락은 팩트보다 강하다는 것을 맥락을 통해 보여주었다.
스티브잡스 발표의 핵심은 형식, 글래스가 아니라 저자가 말한 구체성, 단순성, 맥락, 완성도, 간결성을 담은 와인에 있었다. 스티브잡스가 준 참 교훈은 글래스가 아니라 바로 와인이었던 셈이다. 저자는 본인의 주장은 오른쪽 페이지에 맥락에 맞는 그림과 사진은 왼쪽 페이지에 배치하여 글 읽는 내내 재미있게 정주행할 수 있었다. 다만 책에 아이폰광고, 갤럭시기어 광고를 직접 유투브에서 확인 가능하도록 URL을 표시하고 글로만 설명된 폴록의 작품도 삽입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