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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 대체 가능
단요 지음 / 북다 / 2025년 3월
평점 :


일란성 쌍둥이처럼 겉모습은 똑같을 수 있어도 기본적으로 쌍둥이라 해도 모든 것이 같을 수는 없다. 당연한 일이다. 다른 인격을 가진 다른 사람인 것이다. 때문에 쌍둥이의 삶은 비슷할 수는 있어도 다를 수밖에 없다. 만약 일란성 쌍둥이가 한명은 모범생, 한명은 사고뭉치로 모범생인 아이가 집안을 일으키고 책임지다시피 하고 있음에도 정작 사랑받고 가족들이 먼저 찾는 이는 사고만 치고 다니는 다른 아이라면 모범생인 아이는 어떤 마음으로 가족을 바라보게 될까?! 처음 이 책의 소개글을 보고 '이게 무슨 막장 같은 이야기일까?' 싶었고, '그래서 어떻게 해결이 되는 거지?' 라는 궁금증도 생기고, '엄청 궁금한 이야기네!' 하는 호기심도 생겨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읽는 내내 경악 그 자체였던 이 소설, 마지막 결말엔 너무 놀라 잘못 이해했나 싶어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읽었을만큼 충격이었다. 아.. 이렇게까지..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다 해야하는 걸까.

일란성 쌍둥이인 민형과 민호. 의사가 되어 집안을 책임지다시피 한 민형의 입장에서는 온갖 사고를 치는 것도 모자라 돈 문제도 여러번 일으킨 민호가 탐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족들에게 사랑을 받고 좋은 사람이라 평가받는건 민호였다. 집안의 기둥 역할을 한 민형을 가족들은 어려워만 했다. 그게 민형은 불만이었고, 이해할 수 없었으며 불합리하다 느낀다. 이 부분만큼은 민형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가족들은 대체 왜 그랬을까?! 혹시 무의식 중에 민형의 기질이 보통이 아님을 느껴서 그랬을까? 허나 그렇다고 하기엔 그의 성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불을 지핀 것 또한 가족들이었으니.. 이걸 뭐라 해야할까. 가족임에도 서로에게 악영향만 미친 꼴이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민형이 결혼을 하고서는 더 문제가 커진다. 겉으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혔으나, 실제론 그러지 못했으니 말이다. 민형이 의사가 되고 가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기러기 신세도 마다하지 않고 고군분투를 하는 동안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고, 그 사이 채린과 민호의 관계가 발전해 버렸으니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민형이 받았을 충격은 그 누구라도 이해할 것이다. 민형의 입장에선 당연히 태어난 쌍둥이 딸의 친자관계에 끊임없이 의심해야 했다. 그래서였을까. 딸들에 대한 관심은 심할 정도로 '타이틀'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니까 명문대 입학, 전문직과 같은 타이틀 말이다. 민호도 구별하는 딸들을 민형은 조금도 구별하지 못했으니 이게 정말 황당한 부분이다. 딸들이 비뚤어진건 당연한 결과였다.
본인 세대의 일들은 본인 대에서 끝을 냈어야 하는 것을. 다음 세대까지 질질 끌어오는 바람에 풍비박산이 나버린 민형의 집안을 보면서 기가 차고 어이가 없고 소름이 끼쳤다. 쌍둥이 딸의 어이없는 선택과 행동이 민형에 대한 악감정과 민호의 뻔뻔스러운 부탁 등 복잡적인 것 때문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을까? 그저 어이가 없다. 충격 그 자체였던 이야기다. 흥미롭고 가독성도 좋아서 금방 읽을 수 있는 소설이나 가볍게 읽을 수 없는 소설임을 감안하고 읽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