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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인간
염유창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4월
평점 :


우리는 지금 심각한 환경 오염으로 인한 기후 변화로 인해 언제 어떤 재난사고가 발생할지 모르고,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재난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현재를 살고 있다. 갑자기 내린 폭우로 지하 주차장이 침수된 아파트 이야기는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고, 이 일로 생떼같은 목숨을 잃은 이들이 있기에 줄거리를 읽어본 순간 이 소설의 이야기가 마냥 소설 속 이야기로만 여길 수 없진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재난 상황이 발생했고 실낱같은 희망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모여 있는 사람들 중 누군가 한명이 희생되어야 한다면, 모두 어떤 행동과 생각을 하게 될까?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바라게 되지 않을까? 나만 아니면 된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극한의 재난 상황이라는 특수성으로 재난 상황에서는 구명 활동을 하지 않아도 법적 처벌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이런 특수성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나오지 않을까? 어쩐지 이중적인 사람의 마음을 엿본 느낌이라 읽으면서 씁쓸하면서도 소름이 돋았다.

1년 전, 장마철 집중 호우로 약해진 지반에 의한 산사태로 포레그린뷰 아파트 단지의 한 동을 덮쳤고, 토사가 1층 주거 공간의 반 이상을 뒤덮고, 지하주차장 입구도 완전히 매몰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지하주차장에 있던 9명의 주민이 갇혀있는 상태였고, 설상가상으로 허물어진 지반을 통해 빗물과 지하수가 주차장 안에 차오르기 시작해 신속한 구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폭우는 멈추지 않았고, 2차 산사태 발생의 우려까지 있는 상황에 입구를 뚫는 데만 하루가 소요됐다. 그 사이 지하주차장 세 개 층은 완전히 침수되었고, 모두가 생존자는 없을거라 생각했던 그 때 기적적으로 한명을 제외한 8명의 생존 소식이 들려온다. 이 사건은 한동안 뉴스와 신문으로 도배를 하다시피 했던 사건으로 성한시 시민이라면 모를 수 없는 사건이다.
대필 업체를 통해 형량 감경을 받기 위한 인간들의 반성문 대필을 하고 있는 시윤은 심리상담 관련 서적의 대필을 의뢰받게 된다. 책 대필만큼은 끝까지 하지 않으려 했지만, 갑작스럽게 수술이 필요하다는 딸의 소식에 의뢰를 수락하게 된다. 의뢰인을 만나본 후 사건 생존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 시윤. 개별 인터뷰는 거절하던 생존자들이 집단 인터뷰 진행 소식에는 부리나케 달려왔고,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수상쩍은 부분이 있음을 알게된다. 신문과 뉴스를 통해 알려진 것과 달리 그날 사망한 이는 8명을 구하고 죽은 영웅이 아니라 살해당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왜 그랬던 걸까?!
아무도 지적한적 없었던 단서가 죽음의 진실을 가리키고 있었다는건 그 누구도 몰랐다. 죽음에서 살아돌아온 이들에게 관심이 쏠렸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점점 드러나는 진실, 가려져 있던 사람들의 관계, 그리고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년간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살아가던 가해자들을 보면서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소름돋게 무섭다는걸 깨닫는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성인걸까?! 은근 섬짓하다. 읽기 시작하면 단숨에 읽어버릴 재난소설, 영화로 만들어져도 괜찮을 것 같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