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걸 비포
JP 덜레이니 지음, 이경아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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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집과 관련된 이야기는 은근한 공포심을 동반한 스릴을 준다. 이 책이 딱 그렇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이 공포의 공간이 된다면? 생각만해도 싫다. 그렇다는 것은 어디서도 내가 안전하다 느낄 수 없고, 안락함과 편안함도 느낄 수 없다는 뜻이 되는 거니까. 그런데 그런 집에 살게되는 여자들이 있다. 왜 여자들이라고 이야기를 하느냐면, 과거에 살았던 여자와 현재에 살게 되는 여자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에도 그 집에 살았던 여자들이 있었지만. 그런데 이 여자들이 살고자 하는 집은 매우 독특한 임대계약에 따라야 한다. 집주인의 수백가지나 되는 조항에 동의해야하는게 그 조항들이 하나같이 황당하기 그지 없다. 가령 물건을 바닥에 내려놓으면 안되고, 때때로 집을 사람들에게 공개해야하며(그 집이 건축적으로 매우 유명한 집이기 때문.), 등을 새로 달거나 커텐을 달 수 없고, 책을 가져올 수 없고 애완동물을 키울 수 없다. 그런데 이것들은 매우 사소한 것에 불과하다는 점이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대신 임대 계약을 맺게 되면 생각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잡지에서나 나올법한 집에 살게되는 것이다. 나 같으면 생각할 것도 없이 필요없다고 했을 그런 집.

뭐 어쨌든, 그곳에 살게되는 여자들의 경우 특별한 사연이 있다. 심리적으로 한참 힘들고 경제적으로도 풍족하지 않을 때 온갖 규칙이 난무하는 집을 만나니 스스로를 바꿔볼 기회라고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서 임대계약을 하게 된 두 여자. 이 중 한 여자가 죽었다. 사건을 따라가다보면 범인으로 예상되는 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하지만 읽다보면 또 다른 남자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게 되고, 뒤이어 또 다른 남자를 의심해보게 된다. 내가 의심했던 인물을 총 3명이다. 이 남자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다. 먼저 첫번째 남자. 세상을 떠난 부인을 꼭 닮은 여자들만 만나는 남자. 이 남자야말로 한 여자에 대한 집착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게 아닌가 싶을만큼 만나는 여자가 죄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내를 꼭 닮은 여자들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소름이 끼치는 것은, 이 남자. 만나는 여자마다 똑같은 멘트를 날리고 같은 요리를 해주고 같은 장소에 데려가며, 똑같은 옷과 목걸이를 선물하고는 그 자리에서 여자와 관계를 하고 파티에 데려간다. 더 황당한 것은 이 남자, 여자와 처음 관계맺기를 시도할때 느닷없이 훅 치고 들어가고는 아무 속박도 없는 관계를 원한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신기한 것은 남자의 이런 말에도 여자들이 다 넘어간다는 것. 갑자기 여자의 세상에 발을 들여놓고 또 갑자기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기를 반복하는 이 남자. 결코 제대로된 연애 관계라고 생각할 수 없는 관계만을 맺는다.

두번째 남자. 한 여자를 너무 사랑하다 못해 집착을 하고, 그 여자가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되는 것을 죽어도 용납할 수 없는 남자. 집착이 광기가 되고 광기가 또 다른 단계로 넘어가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매우 교묘하고 감쪽같이 모든 일을 감춘 이후에도 여자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았다는 점에 소름이 돋았다. 와.. 정말 세상 어떤 여자도 이런 남자에게 걸려들지 않기를. 결코 결말이 좋을 수 없는 남자다. 나 하나만 바라보고 공주처럼 떠받들여 주니 처음엔 좋을 수 있으나 나중엔 그만큼의 감정을 돌려받길 원할테고 둘 사이가 삐걱거리게 되면 최악의 남자로 돌변할 수 있는 남자다. 만일 이 사실을 모르고 만났지만 이후 알게된다면 재빨리 관계를 청산하기를. 물론 첫번째 남자도 예외는 아니다. 저런 남자랑 사는 것은 매우 피곤한 삶과 무미건조한 일상을 선택했단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세번째 남자. 사실 이 남자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 하지만 사건의 단서를 놓고 봤을 때, 이 남자만큼 범인에 적합한 인물도 없으리라 여겨졌더랬다. 그만큼 사건 현장의 시스템을 잘 알고 있는 인물도 없을테니까. 왜 가끔 거의 등장하지 않은 인물이 후반부에 은밀하게 나타나기 시작해 범인이 되는 일도 있지 않은가. 내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던 모양이지만.

그런데 반전은 여자들 역시 평범하지 않다는 점이다. 한 여자는 온갖 거짓으로 자신의 삶을 채우고 있던, 그야말로 거짓말의 1인자였고, 한 여자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망친 여자였다. 다만, 이후 그 여자의 기구한 운명에 안쓰럽기는 했지만. 흥미진진하다. 읽다보면 다음 이야기가 마구 궁금하다. 그래서 결국 다 읽을 수밖에 없다. 괜찮은 심리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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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4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황소연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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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권을 기대하게 만들만큼 재미있었던 책이예요. 다음 작품도 빨리 출간되었음 좋겠어요! ^^* 앞으로 작가분의 책은 주목하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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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고양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 버려진 고양이에게 내밀어진 손길의 기록
김바다.유주연.김소진.강지영 지음 / R(알)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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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2014년까지 총 372,767마리(개 248,263 / 고양이 119,701)의 동물들이 '반려동물'에서 퇴출되어 길거리 혹은 보호소로 유기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작년 2015년 한해에만 82,100마리 동물이 버려졌고, 그중 고양이의 비율은 25.9%, 그러니까 21,300마리가 유기되었다. 믿을 수 없는, 믿고 싶지 않은 숫자를 눈으로 확인하고 놀라고 말았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왜 우리나라는 동물법을 더 강하게 개정하지 않는 것인가. 번식업자들에 대한 관리는 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인가. 우리는 도대체 얼마나 생명을 가벼이 여기고 있는 것인가. 이제는 아이때부터 이루어질 생명존중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우리 모두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초반부터 답답함이 가슴을 짓눌렀다. 솔직히 이 숫자들보다 더 많은 동물들이 학대받고 죽임을 당하고 유기되고 있을거라 생각되어 속상하고 슬펐다. 통계는 통계일뿐, 정확한 숫자는 아닐테니 말이다.

 

​유기되는 강아지들에 대한 소식은 참 많이 접하기도 하고, 유기견들이 보호되고 있는 보호시설에 대한 소식 또한 자주 접하곤 한다. 그런데.. 고양이 보호소에 관한 이야기는 처음이다. 고양이 보호소도 따로 있었구나.. 싶어서 신기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을.. 반려동물로 개를 선택했다보니 자연스레 개 위주로 생각하고 보게되는 것 같다. 이 책은 개인구조로 시작해 사단법인까지 설립한 유주연씨, 동사행 구산동 대형견 쉽터 공동 운영자이자 35마리의 고양이 집사로 개인구조 활동을 하고 있는 김소진씨, 다수의 고양이를 돌보고 있는 개인구조자 강지영씨. 실제 현장에서 뛰고 있는 활동가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세 사람 모두 평범한 직장인으로 자비로 구조를 하고 보호하고 입양 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읽으면서 절로 존경심이 피어오른다. 어지간한 노력가지고는 할 수 없는 구조활동에 그저 고개가 숙여진다.

그들은 장애를 입고, 생명이 경각에 달린 아이라 할지라도 포기하지 않는다. 하루라도 사람의 품에서..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구조를 하고 정성을 쏟는다. 그들의 정성에 많은 고양이들이 다시 생명을 얻고 행복한 고양이로,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물론 불행한 결말도 없지는 않지만, 행복한 아이들의 모습에서 희망과 힘을 얻는다. 그간 보호소 봉사활동도 용기를 내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던 나는 이들의 이야기에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꼈다. 보호소에서 꺼내달라 안아달라 눈을 마주쳐 오는 아이들을 그대로 두고 나올 수 있을까, 울컥 쏟아지는 눈물에 제대로 봉사도 못하는건 아닐까, 덜컥 아이를 입양 혹은 임보하겠다고 집에 데려오게 되는건 아닐까, 정기적으로 봉사를 할 수는 있을까.. 실행해보지도 않고 미리 이런저런 걱정을 하며 시도하지 않는 내 자신이 초라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엊그제만 해도 처음으로 임보를 자청해보기도 했으니(먼저 임보처가 되어주겠다 하신 분들이 있어서 내 차례까지 오진 않았다.) 조만간 봉사를 하러 가는 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아직 많이 남아있어서 버려지는 고양이에 대한, 캣맘과 캣대디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그들 덕분에 쓰레기가 파헤쳐지지 않고, 고양이들도 목숨을 이어갈 수 있음에도 그 사실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이제는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볼 때다. 안락사는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학대 또한 방치되어서는 안된다. 빠른 시일 내에 법이 강화되고, 사람들의 인식 변화 또한 지금보다 더 개선되어 많은 생명들이 길 위에서, 보호소의 차디찬 철창 안에서 생을 마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마당있는 집으로 이사를 하거나 기회가 된다면 입양이 잘 안되는 대형견과 믹스견 아이들을 입양해서 키우고 싶다. 한 생명이라도 더 많은 가정에서 따뜻한 보살핌과 사랑을 받다가 행복하게 생을 마감하기를.. 보호소 아이들 모두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래본다. 모두 한번씩은 꼭 읽어봐줬으면 싶은 책이다. 지금 우리 반려동물들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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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셀프 트래블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4
박정은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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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트래블 파리도 박정은 작가분 책이었다니!

책을 받고 작가분의 이름을 확인한 순간 너무 반가웠다.

이분의 여행 가이드북은 그냥 가이드북이라기보다

그 나라를 알기 위해 읽는 책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읽는 재미까지 있기 때문이다.

다른 가이드북보다 좀더 꼼꼼하고 정말 실제 여행을 하고

돌아온 사람의 정보라는 느낌에 정보에 대한 신뢰감이 든다.

얼마 전, 출장으로 파리를 다녀왔던 신랑.

난 이렇게라도 파리 여행을 즐겨야겠다.​

 

 

앞 부분에 소개되어 있던 추천 여행 루트.

4박 5일 일정으로는 부족하겠지만,

보통 휴가기간을 생각해서 요 일정으로 둘러봤다.

교통편에 포인트까지 정리해놓은 Tip이 눈에 뛴다.

 

 

본격적으로 여행지를 둘러보기 전,

그곳을 위한 최고의 루트가 소개되어 있었다.

중요한 부분은 빨간 줄까지~!!!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다.

 

곳곳에 여행지에서 해볼만한 일이 소개되어 있었고,

때때로 뷰 포인트가 함께 소개되어 있었다.

그런데 저런 뷰 포인트는.. 어쩐지 사람이 바글바글 할 것 같은 예감.

=-=;; 시즌을 피해서 여행을 가야 사진찍기도 가능할 것만 같다.​

 

​역시 유럽. 먹는 비용만 해도 꽤 필요한 듯 하다.

은근 마음 먹고 가야할 것 같은 여행지;

 

 

파리에는 맛집 천국이었다. 미슐랭 맛집이 정말 많았다.

그런데 가격도 만만치 않고, 예약 또한 어려운 곳이 많으니..

맛을 보는게 쉽지 않을 듯; 그래도 여행을 가면 이곳들 중 한곳은

방문을 해보고 싶다. 대체 어떤 맛이지? ​

 

 

낭만의 도시다운 장소들이랄까?ㅋ

미소를 절로 불러온다.

어쩐지 나도 저곳에 가면 더욱 감상적이 될 듯!!!

 

 

보다가 깜짝. 저런 곳이 명동에 있었던가?!

글고보니 명동도 가본지 꽤 되었는데..

당장 파리를 갈 수 없으니 조만간 명동으로

구경 가봐야겠다.

 

 

250개국 언어로 쓰인 '사랑해'라는 말.

무려 250개국이라니.. 어쩐지 파리다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보고싶다!​

 

 

우리나라도 전철역을 좀더 특색있게 꾸며놓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 관광지와 연결되어 있는 역이나 역사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역을 꾸며 놓으면 좀더 관광객이 늘거나

이용객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파리에 여행가서 먹어보지 않으면 아쉬은 음식들.

하지만 달팽이 요리는 좀...;; 으음..;

푸아그라는 궁금했었는데, 푸아그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설명을 보고나니 먹고싶지 않아졌다.

저건.. 동물 학대랑 똑같지 않은가!!!

억지로 깔때기를 꽂아서 먹이를 과다 투여한 후,

그 간을 빼낸 음식이 푸아그라라니.. 어휴..!!!

제일 눈에 들어온건 역시 달콤한 디저트들.

파리에 가면 디저트 종류로 실컷 먹어보야겠다.​

 

 

여행을 가면 그곳의 룰을 따라야 하는 법!

모르는 것도 실례가 될 수 있으니,

식당 예절은 알아둬야할 것 같다.

특히 메뉴판 보기는 공부를 좀 하고 가는게 좋을 듯!

프랑스어로만 표기가 되어 있는 곳이 많기 때문에

주문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한다.

좀더 뒤로 넘어가면 메뉴에 대한 설명이 있으니

참고하면 여행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역시, 재미지다. 가이드북에서 이런 재미라니!!

벌써 파리를 여행한 듯한, 여행을 가게될 듯한 느낌!!!

그녀의 책이 좋은 이유가 이런 즐거움 때문이다.

파리에 대한 정보가 빼곡하지만,

중간중간 여행지에 대한 정보와 역사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적어놓아서

좀더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다음에 나올 그녀의 가이드북이 기다려진다.

(그 전에 그녀의 가이드북을 가지고 여행을 좀 갔으면..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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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시간이 필요했다 - 인도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
이화경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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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울지마라 눈물이 네 몸을 녹일 것이니'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저자 이화경의 인도 여행기가 상상출판을 통해 재출간 되었다. 간만에 만나는 인도 여행기다. 내가 읽은 인도 여행기들을 가만히 떠올려보니 공통점이 있었다. 힐링, 마음이 치유, 생각의 정리. 그런데 그러한 공톰점과는 달리 책 속 사진으로 만나는 인도는 지저분하고 시끄럽고 무질서한.. 도무지 힐링, 치유, 정리를 느낄 틈이 없어보이는 곳이다. 직접 그곳을 느끼는 것과 책으로만 만나는 것은 굉장한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인도 여행기를 보고나면 인도가 좀 궁금해지긴 한다. 대체 그곳엔 무엇이 존재하길래.. 이토록 인도를 한번쯤 가봐야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비움을 실천할 수 있는 여행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걸까? 이 책의 저자도 어른이 되어서도 겪고 있는 성장통에 힘겨워 하다가 무작정 인도의 콜카타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잃어버렸던 자신을 만나 대면할 용기를 얻고 다시 일어날 힘을 얻었다. 때로는 무작정 떠난 낯선 길에서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여행인 것 같다.

여전히 신분제도가 존재하는 나라, 인도. 사랑해도 계급차이로 결혼을 못하고, 계급만 높으면 나이에 상관없이 언제든 나이 어린 여성과 결혼을 할 수 있는 나라. 가족들에 의해 명예살인이 가능한 나라. 불가촉천민이 존재하는 나라.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소가 행복한 나라. 내가 알고 있는 인도는 이랬다. 그런데 여행에세이 속 인도는 시끄러우면서도 고요하고, 불평등함에도 행복하고, 무질서 속에 질서가 있는.. 아이러니가 넘치는 곳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인도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그려놓으면서도 그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았던 저자의 글솜씨 덕분에 신비로우면서도 다양한 인도를 만난 기분이었다.

(* 신분제도인 카스트는 브라만(승려), 크샤트리아(왕이나 귀족), 바이샤(상인), 수드라(일반백성 및 천민) 등의 4계급과 계급에 속하지 않는 최하층 신분인 불가촉천민(저자가 머물렀던 콜카타에서는 언터처블이라 불렀다.)으로 나뉜다. 각 계급에서도 구체적인 직업에 따라 계급이 세분되는데, 바이샤와 수드라의 경우 2천여개 이상으로 세분된다고 한다. 1947년 카스트제도는 법적으로 금지되었다고 하는데, 인도사회에서는 여전히 카스트에 따른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신분이 다른 계급 간에는 혼인을 금지하며 이름에서부터 신분 간의 차이가 있는 카스트는 힌두교의 '업'과 '윤회'사상을 근거로 정당화되며 사람들에게 이를 숙명으로 여기게 한다고 한다. 얼마전, 신분이 낮은 불가촉천민의 남성이 그보다 신분이 높은 여성과 양가의 반대를 무릎쓰고 결혼을 했다가 여성의 아버지에게 명예살인을 당한 일도 있었을만큼 계급차별은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저자가 인도 사람들에게 '인도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한결같이 '인도는 인도다.' 혹은 '인도는 위대하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어떤 이는 인도에는 많은 인도가 있다고 했다. 정말 인도는 어떤 나라인걸까?​ 직접 가서 보고 느끼고 겪지 않으면 절대 모를 것 같은 곳이 인도인 것 같다. 예전에 친구 한명이 인도를 여행하고 온 적이 있었다. 더럽고, 물이 안맞아 내내 설사병에 시달리고, 음삭도 입에 안맞고, 너무 덥지만 반바지를 입을 수 없어서 다니기 힘들다며 온갖 고생이란 고생을 다 하며 여행을 하고 돌아온 친구는 신기하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다시 한번 가고 인도를 여행하고 싶다고 했었다. 인도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존재하는 곳인가보다. 아직까지 인도는 막 가보고 싶은 여행지는 아니지만, 언젠가는 나도 그 매력을 직접 느껴봐야겠다.

내가 바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묻고 또 물었다. 그건 바로 한가하게 홀로 개재는 것이었다. 먹고 사는 일에 푹 젖어버린 습습한 뼈를 쩽쨍한 햇볕에 말리고, 자꾸만 미끄러지는 관계에 매달리느라 절절거리는 수족 관절에 관심도 가지고 싶었다. 언젠가 멈추어버린 생각의 성장판에 물도 좀 주고, 정체불명의 욕망과 실랑이하느라 녹초가 된 마음도 쉬게 해 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가장 사랑해주고 싶었다. 그러면 안 될까? 나 죽고 나면 다 끝인데. 쉬는 것이 최고의 수행이라는데. 자기를 위해 쓰는 시간 좀 갖겠다는데. 안 될까?  - P. 18

바쁜 생활은 피로를 낳고, 피로는 신경질을 낳고, 신경질은 무관심을 낳고, 무관심은 죄책감을 낳고, 죄책감은 우울을 낳고, 우울은 슬픔을 낳고, 슬픔은 외로움을 낳고, 외로움은 절망을 낳고, 절망은 고통을 낳고, 고통은 병을 낳고, 병은 비참을 낳고, 비참은 불운을 낳고, 불운은 그 형제인 회한을 낳고, 바쁜 생활이 낳은 모든 것들은 결국 죽음을 낳고.  - P. 20

 

설산의 열대 정글이 함께 있는 땅을, 기후와 지형이 그토록 천차만별인 곳을, 주요 언어 7개와 전혀 다른 방언 22,000개가 있는 땅을, 상호 소통이 거의 불가능한 다양한 언어들이 혼재해 있는 곳을, 숫자를 헤아리기 힘들만큼 많은 인종이 21세기에 공존하는 이 땅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51퍼센트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글을 읽지 못하면서도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많은 과학자와 엔지니어를 배출하는 것을 어떻게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가. 자신이 사는 땅을 박탈당한 사람들 중 4/5가 홍수에 밀려들 듯이 도시로 몰려드는 나라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4대 주요 종교의 발상지이자, 12개의 다른 클래식 춤이 전수되고, 85개의 정당이 난립하고, 감자를 요리하는 300가지 방법들이 전해 내려오는 땅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샤시 타루르가 던진 질문에 그 자신이 한 답변은 너무도 심플해서 약간 어리둥절했다. 인도에는 많은 인도가 있다고. 인도의 모든 것들은 셀 수 없이 많은 상이한 것들 속에 존재한다고. 거기에는 단 하나의 표준도, 단 하나의 고정된 정형도 없다고. 인도로 가는 일방통행은 없다고. 인도를 이해하는 원 웨이는 없다고.  - P. 61~62

인도는 밖에서보다 안에서 들여다보면 훨씬 넓고 크고 깊다. 살면 살수록 요령부득이고, 알면 알수록 더 복잡하게 느껴지는 곳. 어떤 공통한 집합도 함수도 찾기 힘든 곳. 그곳이 바로 인도였다.  - P.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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