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도스토예프스키 - 살림지식총서 369 살림지식총서 369
박영은 지음 / 살림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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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과 문학에 취약한 탓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에 딱히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물론 그에 대해서도. 그랬기에 이 책은 나에게 그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오늘날 그의 작품이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의 소설이 지닌 '다층성' 때문일 것이다. 그는 소설가였지만, 무수한 사상가들이 그에게서 심리학자, 정신병리학자, 범죄학자, 그리고 신비주의자적인 면모를 발견한다. 이런 접근이 가능한 것은 인간 영혼을 날카롭게 투시했던 그의 시선에는 양립 불가능한 요소들이 동시에 포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 P. 4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보질 못했기에 이 말에 제대로 공감을 할 수는 없었으나, 그의 작품들이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고 있고 꾸준히 연구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충분히 알 것 같았다. 이 책은 그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좀더 파고들어 인간적인 도스토예프스키를 이야기하고 있다. <아버지 살해, 사회주의 심취, 사형 체험, 수감 생활, 여인에 대한 열정, 도박, 가난, 파산, 간질, 푸슈킨에 대한 사랑>이라는 열 개의 키워드로 그의 인생을 파고든다.

바로 전에 읽었던 < 살림지식총서 셰익스피어 http://blog.naver.com/kindlyhj/220618793970 >처럼 도스토예프스키의 몇 작품을 간략한 줄거리와 함께 소개를 해주었더라면, 그와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조금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자꾸 등장하는데, 읽어보질 못해 잘 모르다보니 그저 '그렇구나.'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쉬웠다. 누굴 탓하겠는가. 그의 유명한 작품들을 안 읽어본 것은 바로 나 자신인 것을. 하지만 그의 작품들이 어떤 배경으로 탄생을 했는지를 알게되니 새삼 그의 작품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그가 문학작품을 통해서 인간의 극한적인 고뇌를 다루고 있는 것은, 어쩌면 그 자신이 그와 같은 처절한 상황에 휘말렸고 그러한 병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한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만약 그가 정신적으로 건강한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단란한 가정에서 건강한 몸으로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갔더라면, 아마도 그는 비극적인 작품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 P. 88

아버지가 살해되었다는 비극에 이어 사회주의 심취로 인한 사형 체험, 그로인한 혹독한 수감 생활과 이때부터 시작된 간질증상은 그에게 커다란 인생의 시련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문학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었다. 그의 고통과 시련이 문학적으로 큰 빛을 발하는 이런 아이러니라니. 지금까지도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이 살아숨쉬는 듯한 생생함으로 메세지를 전달해주고 있는 것은 작가 본인이 체험한 극한의 경험들 덕분이었다. 사형까지 체험한 작가가 또 누가 있으랴. 하지만 그의 시련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사랑이라 여겼던 여인들과의 쉽지 않았던 감정 교류와 반복적으로 이어졌던 도박의 유혹, 허영심과 과시용 소비로 인한 가난과 연이은 파산은 그의 삶을 항상 힘겹게 만들었다. 이런 그의 인생에도 커다란 행운은 존재했다. 바로 25살이나 어린 두번째 부인 안나와의 인연이 바로 그것이다. 그가 말년에 그나마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이 여인의 내조와 헌신 덕분이었다.

극심한 가난과 죄의 심연, 미칠 듯한 도박의 흥분상태와 끓어오르는 욕망, 폐부를 찌르는 듯한 고통과 수치심, 사지가 되틀리는 간질의 고통, 사랑했던 자식의 죽음을 바로 옆에서 지켜봐야 했던 아픔, 그는 이 모든 것을 온몸으로 느꼈고 이 모든 것이 인간의 모습이라는 것을 '솔직히' 인정했다.  - P. 88

 

대부호라 불리는 도스토예프스키를 문학적 측면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마주하고 보니 그의 인생은 한편의 비극적 장편소설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아 보였다. 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비극적인 고통은 대체 얼마나 다양한 걸까. 그 비극 덕분에 지금까지 우리는 빛을 발하고 있는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지만, 작가 본인으로서는 그리 행복했던 인생이라 할 수 없기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지금은 비록 얇은 책 한권으로 그를 만났지만, 언젠가는 제대로 그의 작품 속에서 그와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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