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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그리고 인간 ㅣ 살림지식총서 444
김도윤 지음 / 살림 / 2012년 12월
평점 :

살림지식총서.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담아내겠다.'라는 야심찬 기획으로 시작된 총서는 현재 513권이 출간되었다. 500권이 넘도록 나는 이 시리즈를 모르고 있었다. 내가 살림지식총서를 알게된건 '500호 결혼 http://blog.naver.com/kindlyhj/220159604024 '을 통해서다. 우연한 기회에 만나 읽어보게 된 첫 총서는 굉장히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자연스레 총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이렇게 다시 총서를 만나게 되었다. '셰익스피어 그리고 인간'. 뭔가 심오한 주제 같다. 역시나.. 처음엔 '결혼'때처럼 쉬이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외출을 할 일이 생겼고, 그때 얇고 가벼운 이 책을 손에 들고 나갔다. 차를 타고 목적지로 향하면서 펼쳐 읽기 시작했는데.. 이게 왠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읽기가 수월했다. 내가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접근을 했나 싶을만큼 가독성이 좋았고, 역시나 흥미로웠다. 당연스레 그의 작품이라 알고 있던 작품들 중의 여럿 작품이 다른 이야기에서 차용되어 만들어졌다는 것, 8살 연상의 여인과 18세에 결혼했지만 사이가 좋지 않았고 '집에서 두번째로 좋은 침대를 남긴다.'라고 유언을 남겨 끝까지 부인에게 모욕을 준 것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다.
또한 책에는 '로미오와 줄리엣', '맥베스', '오델로', '한 여름 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 '템페스트' 등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들이 간략하게 줄거리와 함께 소개되어 있는데, 알고 있는 이야기들임에도 줄거리로 다시 이야기를 만나는 재미가 솔솔했다. 각 이야기의 줄거리 후, 작품에 대해 설명해 놓았는데 그 또한 흥미진진했다. 다시 한번 작품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만드는 내용이랄까? 특히나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는 깜짝 놀랐다. 줄리엣이 1막 2장에 14살이 넘지 않은 매우 어린 나이로 명시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 줄리엣은 12~14세, 로미오는 14~16세였다는 설이 지배적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셰익스피어가 살던 당시의 결혼 적령기가 20대 초중반이었던 기록을 봤을때 로미오와 줄리엣은 어린 나이에 부모 허락 없이 결혼을 하고 함께 죽음을 맞는 철없는 아이들의 만남이었던 것이다. 이것을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부모를 속이고 성적 행동을 겁없이 치르는 청소년 문제에 있어 경고가 되는 일이기도 했고, 때문에 당시 이 작품을 관람한 관객들은 어린 연인들의 방종을 유의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한다.
여기에 다시 줄리엣과 로미오를 각각 다른 시각으로 살펴보기도 하는데.. 이 부분을 읽는내내 즐거웠다. 이들의 행동에서 성격, 심리등을 파악해 놓았는데, 그동안 그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만 여기고 있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작품을 여러 차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현재 로미오와 줄리엣 이외의 등장 인물들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각각의 인물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작품에 담긴 그 시대적 배경을 조금 알고보니 이야기가 더 풍성하게 느껴졌고, 때론 낯선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신기한 경험이다. 그의 작품은 다방면으로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 중이기도 하지만, 다작을 하면서도 하나같이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인지 그에 대한 논란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 그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처음 제목만 보고 어려울까봐 지레 겁을 먹고 시작을 했었는데, 괜한 일이었다. 이렇게 흥미진진할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다음에 만날 지식총서가 벌써 기대된다. 100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에 이렇게 알찬 이야기가 담겨있다니, 앞으로도 종종 지식총서를 만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