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놉티콘
제니 페이건 지음, 이예원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제니 페이건'의 작품을 만났다. 그녀에 대한 사전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였지만, 줄거리를 보고 궁금함에 선택한 책이다. 영화화로 결정이 되었다는 소식도 이 책을 궁금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 

* 파놉티콘 : 언제든지 죄수들을 감시할 수 있도록 감방을 원형 형태로 만든 원형감옥. 그리스어 파톱토스는 모두에게 보인다는 뜻.

제목 파놉티콘은 이처럼 원형감옥을 이르는 말이다. 대체 열다섯 살의 소녀가 무슨 일로 감옥으로 향한걸까? 여기에 무언가 음모가 있는걸까? 소녀가 이야기하는 감시자는 또 무슨 의미일까? 스파이처럼 그녀가 감시당해야 하는 무언가의 이유가 있는걸까? 줄거리는 여러가지 궁금증을 만들었다. 바로 책을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강렬하다. 거칠기 그지없는 표현들 때문에 깜짝 놀랐다. 주인공 15살의 아나이스는 평범한 소녀가 아니다. 문제아 중의 문제아로 끊임없는 문제를 일으키고 시설을 수없이 들락거리는 소녀다. 서슴없는 욕설과 15살의 나이에 마약과 담배, 섹스에 익숙해져 있는 그녀의 행동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다. 소녀가 이렇게 된 이유를 알게도면 불편함이 좀 가라앉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불편스런 느낌을 꾸욱 누른채 계속 읽어나갔다.

"태어나서 일곱 살 때까지 스물세 군데 옮겨 다니다가 입양이 됐고, 열한 살 때 거기서 나와서 지난 4년간 스물일곱 변 옮겨 다녔어." (P. 88) 아나이스의 이 한마디는 정말 충격이었다. 게다가 그나마도 아나이스를 입양해 4년간 키운 양모는 몸을 파는 여인이었고, 11살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 양모를 아나이스가 발견하면서 다시 시설로 돌아갔던 거였다. 그러다 한 경찰이 뇌사상태에 빠진 사건에 아나이스가 연류되어 있다는 경찰 측의 의심으로 파놉티콘으로 이동하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나이스는 그 사건에 대해 기억이 없다. 그날 헤로인에 잔뜩 취해있었기 때문. 이 사실을 경찰에겐 말하지 못했다. 태어나서 단 한번도 제대로 된 가정에서,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채 자랐던 아나이스. 몸을 팔고, 마약을 하고, 담배를 피는 등 스스로를 사랑할 줄 모르는 이런 행동들은 그녀가 자란 배경에서 비롯된 것 같다. 이래서.. 환경이 중요하다고 했던가?

아마도 아나이스는 태어나서 7살이 될때까지 23군데의 시설을 옮겨다니면서 이미 자신의 현실을 철저하게 깨닫고 말았을 것이다. 대체 어린 아이가 이렇게 많은 시설을 오고가야했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제일 큰 원인은 아이들에 대한 보호보다 지원금을 가로채고자 했던 시설과 위탁모들의 못된 심보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런 곳으로 간 아이들은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했을테고, 그렇게 아나이스처럼 여러 곳을 방황했어야 했을 터였다. 평범한 아이들에 비해 턱없이 작은 '내것'을 지키기 위해 독해져야 했을테고, 그러다 점점 더 안 좋을 길로 빠졌을 터였다.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 어른들 중 그 누구도 사각에 놓여있는 아이들을 제대로 돌봐주지 않았고, 되려 이들을 이용만 했다. 아나이스를 문제아로 만든건, 결국 우리 어른들이었다. 그리고 틈이 많은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였다. 분명 불편한 소설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사회적 문제점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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