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바 1 - 제152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늘의 일본문학 14
니시 카나코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2015년 일본에서 최장기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는 소설을 만났다. 제목부터 독특한 '사라바'. 뜻을 찾아보니 조사로 쓰이면 '그렇다면, 그러면'이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남과 헤어질 때의 인사로 '그러면 안녕'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일본어였다. 조사로 쓰였다기보다 '그러면 안녕'이라는 뜻으로 쓰였을 것으로 짐작되는 제목!! 어떤 내용으로 많은 일본 독자들의 마음을 훔쳤을지 궁금했다. 책의 뒷면에 있는 짧은 글로는 도통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줄거리나 다른 정보를 찾아보지 않고 그냥 읽어보기로 했다. 읽다보니.. 성장소설이었다. 현재 나이 37이라는 문장이 있었으니, 아마 주인공 아유무의 37살까지의 일생을 담아내고 있을거라 생각된다. 1권에선 고2가 된 아유무까지 만나봤으니 2권에선 성인이 된 아유무를 만날 수 있을 터였다.

이야기는 지나치게 담백하다. 꾸밈없이 담담하게 한 사람의 인생이 흘러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놓아지질 않는다. 책장은 천천히 넘어갔지만, 가독성 또한 나쁘지 않다. 딱히 별다른 반전이나 혹은 사건 없이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약간 독특하다 느껴지는 아유무의 가족은 호기심을 유발했고, 그 사이에서 나름의 고군분투로 성장해야하는 아유무의 성장기는 흥미로웠다. 즐겁거나 유쾌한 이야기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손에 쥐고 있게 만드는 매력. 이게 이 소설의 인기 비결이 아니었을까?

아유무의 아버지 아쿠쓰 겐타로는 약간은 자주 해외 근무를 하는 샐러리맨으로 말수가 적고 묵묵히 주어진 일을 해내는 성실함과 정직함을 지녔다.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해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평범한 아버지였다. 어느 정도 학력만 되면 대기업으로도 옮겨갈 수 있는 성장하는 경제, 종신 고용제도, 연공서열. 이런 시기에 거의 실패 없이 젊은 시절을 보낸 인물이다. 아유무의 어머니 나오코는 엄마가 되어서도 자신이 '여자'임을 포기하지 않은 인물이다. 잠깐 외출을 하더라고 몸을 단장하는 천상 여인이었다. 하지만 남에게 필요 이상으로 알랑거리거나 거드름을 피우는 일 없는 올곧다고 형용되는 성격으로 대부분의 일을 자신의 직감으로 결정하곤 했다.​ 별다른 특이함을 보이지 않는, 평범해 보이는 부모님이었다. 아유무의 가족 중 제일 독특하고 알 수 없는 캐릭터는 그의 누나 다카코였다. 모두 '예스'라 할 때, 혼자 '노'라고 대답할 아이.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이유없이 반항하고, 떼를 쓰고. 어릴때부터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아이였다. 결국 친구 하나 없이 왕따가 되어 학교를 거부해버리고 신흥종교라 할 수 있는 곳에 속해버렸다.

다카코의 반항은 내내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었지만, 내가 볼 때 이것은 그녀의 엄마 나오코 탓도 있었기 때문이다. 나오코가 엄마의 역할보다 여자의 역할에 어울리는 여인이었던 탓이다. 나름대로 자신의 딸을 사랑했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방치에 가깝게 딸을 ​놓아버린 것으로 보였다. 다카코가 왜 그런지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감당하기 힘들다고만 여기고 누군가의 도움을 바랬을 뿐, 그녀가 제대로 다카코를 마주하려 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성장하는 내내 반항으로 일관된 삶을 산 다카코. 그녀는 대체 어떤 성인으로 성장했을까? 일 때문에 집에 잘 없는 아빠, 앙숙과도 같은 엄마와 누나 사이에서 눈치만 늘고, 주장 한번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는 소심한 성격으로 자라게 된 아유무. 그의 성격에는 이런 가정배경이 매우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럼에도 누나와는 다르게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학생으로 학교생활을 무난하게 이어갔다.

1권은 큰 변화 없이 아유무의 성장기를 그려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가 어떤 성인으로 성장했고, 성인이 된 이후 그는 어떤 모습으로 사회생활을 했을지 궁금했다. 또 다카코의 성장도 궁금했고. 그래서 얼른 2권을 집어들었다.

우리는 손을 들어 "사라바!" 하고 외쳤다. 처음에는 '안녕'이라는 뜻의 아라비아어인 '맛살라마'를 썼다. 그런데 내가 장난스럽게 "맛사라바!"라고 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아라비아어인 '맛살라마'와 일본어인 '사라바'를 조합한 '맛사라바'를 나는 무척 마음에 들어 했지만, 야곱은 단순히 '사라바'라고 하는 걸 마음에 들어 했다. -중략- 우리의 '사라바'는 '안녕'이라는 의미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 말이 되었다. '내일도 만나자', '잘 있어', '약속이야', '굿 럭', '갓 블레스 유', 그리고 '우리는 하나야'. '사라바'는 우리를 이어주는 마법 같은 말이었다.  - P. 256~25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