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3의 사랑
쯔유싱쩌우 지음, 이선영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제 3의 사랑>의 원작소설을 만났다. 영화를 통해 만난 두 주연배우 송승헌과 유역비가 실제 연인으로 발전했다는 소식에 더 화제를 모았던 영화의 원작소설은 무려 7년 동안 중국 1000만 독자의 마음을 훔친 베스트셀러였다. 영화를 개봉하기에 앞서 원작소설을 먼저 만나는 건 영화를 보기 전의 또 다른 기쁨! 두 주연배우를 연인으로 이어준, 7년이라는 시간동안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 했다는 이 소설이 대체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했다. 감기에 심하게 걸려 일찍 잠에 빠진 신랑 옆에서 조용히 책을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다. 오! 가독성 좋다. 게다가 흥미진진하다. 재벌과 일반 여성의 로맨스지만 흔한 신데렐라 이야기도 아니다. 결말도 괜찮았다. 실제 재벌과 일반 여성의 로맨스가 벌어진다면, 이 소설 속 결말이 더 현실에 가깝지 않을까 싶을.. 그런 결말이라고나 할까?
이야기는 직장 상사를 짝사랑해 자살소동까지 벌인 동생 추월 때문에 잔뜩 신경이 날카로워진 추우가 화를 내면서도 동생의 일을 알아보려고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같이 일하는 고변호사를 통해 알아본 바로 추월의 짝사랑 상대는 32세의 임계정으로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대기업 치림의 둘재 아들로 현재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며 깔끔한 매너를 지닌 한마디로 흠잡을 데 없는 황태자였다. 또한 그는 올 국경절에 결혼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이런 인물을 짝사랑하고 있었다니..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아니던가! 이런 상황이 너무 못마땅했지만, 그래도 동생의 일이기에.. 추우는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임계정의 지시로 추월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고, 한달간의 휴가로 대체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추우는 직접 그를 만나 이 문제를 정리하기로 한다. 하지만 그날의 만남은 별로 소득이 없었다. 일단 한발 물러선 추우. 추월의 고용 계약서를 검토한 후 다시 문제제기를 해보기로 한다. 다음날, 강도사건으로 법원에 갔다가 우연히 그곳에 있던 임계정과 마주친 추우는 사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대법원장을 만날 수 있는 저녁식사 자리에 초대받게 된다. 뜻밖의 호의에 한 사람을 살릴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그 이후.. 어쩐지 자꾸만 만나게 되는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된다.
어려운 사랑. 하지만 이기적인 사랑이었다. 두 사람의 사랑은. 그래서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사랑이기도 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기엔 가진 것이 너무 많은 남자 임계정. 그가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추우를 선택한다면.. 과연 두 사람은 행복할 수 있을까? 초반 몇년은 행복할지 몰라도 좀더 시간이 흐르면 자신이 무엇을 포기했는지를 자꾸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그것이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지 않을까? 추우 역시 자신 때문에 그가 너무 많은 것을 포기했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물론 이렇지 않을 수도 있다. 정말 행복하게 평생을 함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본 소설 속 임계정은 자신의 자리를 놓지 못할 인물이었다. 그러면서도 사랑도 놓칠 수 없었던 그. 이게 현실이라면 누가 저런 자리를 마다하고, 모든 것을 버리고 과감히 사랑만 선택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임계정의 마음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독립적이고 능력있지만, 너무 심지가 곧은 여자 추우. 그래서 자신이 동생 추월의 짝사랑 상대와 사랑에 빠져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그에게 마음을 열기까지 참 힘들었다. 왜냐하면 그와의 사랑은 드러낼 수 없는, 몰래 숨어서 해야하는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숨겨진 여자로, 정부로. 추우의 성격상 절대 그런 삶은 살 수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힘들게 자신의 마음을 외면하려고 했던 거였다. 추우의 입장도 이해가 되었다. 그 누가 떳떳할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싶겠는가. 계속 만남이 이어진다면 불륜녀라는 타이틀과 사람들의 온갖 비난어린 시선을 감수해야 하는, 그런 사랑을 말이다. 그럼에도 만일 그녀가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면, 그래서 정부가 되어 계정에게 3년의 시간을 주기로 했다면.. 그랬다면 두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3년 후, 계정은 정말 홀로 우뚝 설 준비가 되어 있을까? 자리를 굳건히 지킬 힘을 갖고, 이혼을 하고 온전히 추우에게 돌아왔을까? 모르겠다. 두 사람의 사랑이 더 굳건해졌을 수도, 시들해졌을 수도 있겠지. 미래는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억지로 두 사람을 이으려는 장치들이 보이지 않아 좋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듯 결말을 지은 것도 좋았다. 생각하게 만드는 결말이라고나 할까? 후의 일을 추측하고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나니 영화가 궁금하다. 영화의 결말도 책과 같을까? 그것도 궁금! 개봉하면 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