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나눈 사이
방지언.방유정 지음 / 선비와맑음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매 작가의 전작 <뇌사판정위원회>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었다. 워낙 인상깊게 읽은터라 두번째 작품 소식을 보고 너무 반가웠다.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도 되었다. 소개글마저 호기심을 자극한다. 언니는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 동생은 그 뒷처리를 담당하는 역할. 그러다 더이상 견딜 수 없어 언니를 죽이려는 계획을 하게 되는 동생. 이 자매의 관계는 왜 이렇게 된걸까. 어째서 동생은 언니의 뒷처리를 감당하며 살아가는 걸까.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커져만 갔고, 빨리 읽어보고 싶었다. 되도록 책이 도착하면 바로 읽어보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온도차가 커지면서 아이들이 자꾸 번갈아 아프길 반복하는 바람에 자꾸 늦어졌다. 한번 읽기 시작하니 역시나 첫번째 작품처럼 단번에 읽어버릴만큼 흡수력이 대단했다. 다만, 이번 작품의 등장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이해가 안되고 답답하기도 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다는게 더 맞을 것 같다. 어쩜 이런 캐릭터들만 모일 수 있는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흡수력이라니. 놀랍다.



이 자매는 탄생부터 잘못 되었다. 관계 형성 자체가 어긋난 상태로 시작된데다 부모의 잘못된 가치관과 한쪽으로 치우친 편애가 이런 기형적인 관계를 만든 셈이다. 두 자매가 자란 환경을 보면, 사실 더 비뚤어졌어야 하는건 동생이지 않나. 그럼에도 악의가 집약된건 도리어 첫째였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부모가 되고 싶다면, 미리 예비부모로서 교육을 받고 부모로서의 자질을 검증 받을 수 있는 테스트를 치루면 좋겠다. 아이는 낳는다고 끝나는게 아니지 않은가. 사랑해서 아이를 낳아도 힘든 판에 자매의 부모는 사랑해서 한 결혼이 아니라 그저 나이가 차서 한 결혼이었으니 잘 살리가 없었다. 끝없는 싸움 끝에 이혼 얘기가 나왔으나 남자, 그러니까 자매의 아빠 이병윤은 아이 하나는 낳아야 사회생활 하는데 면이 선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이혼을 보류한다. 그렇게 첫째 영진이가 태어났고 잠시 집안에 평화가 찾아온 듯 했으나 첫돌을 앞두고 영진이 소아 백혈병 판정을 받으면서 이 가정은 또 다시 잘못된 선택의 길을 택한다. 영진이를 위해 둘째를 낳기로 한 것이다. 오롯이 첫째를 위해서 말이다.

​

그렇게 태어난 둘째 화진 덕분에 영진이 무사히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났고, 부부는 한 번 잃을 뻔한 첫째가 다시 곁에 있다는 것에 신께 무한 감사를 하며 뭐든 영진에게 맞추고 그 어떤 무리한 요구도 응해준다. 화진에게도 언니를 위해 존재하는 존재, 언니를 살리려 태어난 아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양보와 복종을 당연시 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영진의 사이코패스 성향은 크게 방해 받을 일 없었고, 화진이 언니의 뒷처리를 담당하게 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성장 배경에 깔려있던, 어릴 때부터 세뇌되다 시피 했던 것들이 화진을 이렇게 만들었던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6번째 희생자 이후 더이상은 안되겠다는 결론으로 자신의 손으로 언니를 죽이기로 결심을 한다. 그런데 계획은 계획일 뿐. 계획 속에 숨겨진 또 다른 계획, 그리고 진작에 이 모든걸 알고 있던 언니와 갑자기 나타난 또 다른 인물로 인물로 인해 본래 계획은 모조리 꼬여버린다. 과연 이 자매에겐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

첫째를 위해 태어나 첫째의 목숨을 살렸으면 미안해서라도 더 귀하게 여기고 사랑해줬어야 하는거 아닌가.. 낳는다고 다 부모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게다가 엄마는 첫째에 대해 분명 알고 있었을테고, 둘째가 어떤 취급을 받는지 알면서도 방관도 모자라 오히려 부추기기까지 하니 제정신이 아니구나 싶었다. 최악의 부모로부터 최악의 자식이 태어났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가 싶기도 하다. 욕을 하면서도 읽게 되는 이야기였다. 다음은 또 어떤 독특한 소재로 돌아올지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